[심층취재] MB 정권 2012년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

한나라당 잠룡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선거가 2년여 남짓 남은 가운데서도 박근혜 대세론이 주류이기는 하지만 다른 여권 잠룡들 역시 자신감이 꽉 차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 홍준표, 원희룡 의원 등 누가 나와도 현 민주당 대권 후보에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일까. 여권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한나라당 재집권 시나리오’에는 민주당이 죽었다 깨도 정권탈환을 할 수 없는 ‘3대 불가론’을 담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 후보로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다른 어떤 한나라당 후보도 자력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한나라당의 이같은 재집권 시나리오에 일견 수긍하면서 현재 야권 대선후보군에 포함되지 않는 제 3후보가 나와야 정권 탈환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재집권 시나리오는 대선 후보군에 열세에 처한 민주당 인물 부재가 한몫하고 있다.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후보군으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재오, 김문수, 오세훈 등 여권 잠룡들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민주당 정권탈환의 핵심은 3가지로 ‘야권 단일화’, ‘한나라당 분당’, ‘MB-박근혜 결별’이라는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기위해선 위 3가지가 모두 성공해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론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는 데 ‘불가론’을 펴고 있다.
우선 야권 단일화의 대상은 민주당 대선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손학규 대표 입장에선 2012년 총선전에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통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일전을 기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총선전 민주당과 합당에 부정적이다. 총선에서 일정 지분을 획득하고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 이후 야권 단일화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복안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분열만 안하면 정권연장…”
하지만 한나라당 재집권 시나리오 속에는 손 대표와 유 전 장관의 후보 단일화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야권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이미 손 대표와 유 후보의 단일화가 예견된 이상 그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진보 진영의 노무현 후보와 보수 진영의 정몽준 후보 경우에는 지지층이 겹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두 후보간 단일화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지지율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이 야권 단일화에 성공해도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기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를 잘 아는 민주당은 한나라당 친이 친박간 계파갈등으로 인한 분당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이 된다면 민주당으로선 정권탈환의 8부 능선을 넘은 거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분열의 핵심은 역시 친박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친이계 수장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내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두 계파는 총선에서 공천권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여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많이 보유할수록 대통령 후보를 결정짓는 전당대회에서나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친박과 친이가 갈라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한나라당 분당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덕 방지와 퇴임 후 안전판 확보를 위한 친위 부대 성격의 당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이념보다는 실용을 강조한 MB 정권으로선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경우 동교동계, 상도동계, 친노 등과 같은 지지세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퇴임후 새로 들어선 정권의 난도질을 방어해 줄 국회내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성파 친이 세력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선 총선전에는 양 계파가 치열하게 대립한다고 해도 당을 뛰쳐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 전 대표라고 할지라도 당을 뛰쳐나가도 친박 의원 상당수가 당에 잔류할 공산이 높다는 게 친박내 관측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더’를 내려 친이 의원들에게 당을 탈당하라고 지시해도 박 전 대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낙동갈 오리알’이 될 수 있어 분당이나 탈당은 이뤄질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나라당속에 이명박, 박근혜가 존재하지 당 밖의 두 인사는 기존의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MB 결별?” 민주당 희망사항
민주당의 여당 분열 시나리오 연장선상에 있는 다른 하나는 MB와 박 전 대표와의 결별이다. 지난 1997년 대선직전에 YS와 이회창 전 총재의 결별과 같은 전례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집권 여당으로선 누가 후보를 되건 정권 재창출이 ‘1순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에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은 현재 소강상태지만 개헌에서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헌이라는 화두를 차치하고라도 역대 대선 후보가 보여주듯 박 전 대표 역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둘 사이가 급격히 악화된다면 이 대통령으로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다고 해도 과거 YS처럼 친이 후보를 출마시키거나 야권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박 전 대표가 낙마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게 한나라당 재집권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할지언정 이 대통령이 드러내놓고 박 전 대표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이명박-박근혜 극비 회동 이후 박 전 대표는 MB 정권에 반하는 언행을 삼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이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대선 공정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MB가 박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정권 탈환을 하기위해선 앞선 3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재집권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야권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여권이 분열되지 않는 이상 야권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이길 공산이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현재 거론되는 여야 대선 후보군을 볼 때 박 전 대표가 가장 앞서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며 “민주당으로선 자력으로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고 인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 넘어 한나라당 대세론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가장 앞서고 있는 손 대표의 한계 역시 지적되면서 정권 탈환 의지가 약화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손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되면서 안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차기 대선후보로 당내외 지지세력이 약하다는 점이 계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잘 아는 손 대표 역시 당내외 존재하고 있는 친노, DJ 세력을 끌어안고 대선 후보로서 보수층을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내 평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박 전 대표와 비등하게 대선 후보 지지율이 안나올 경우 당장 내년 3월부터 ‘제 3후보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 정몽준, 고건, 정운찬 등이 거론됐던 것처럼 새로운 인물을 찾기 위한 작업이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에 원희룡 사무총장, 나경원 최고위원까지 물밑에서 차기 대권을 위해 열심히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바야흐로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 ‘한나라당 대세론’마저 일고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이재오 대망론 ‘꿈틀’
이재오 친위부대와 수시로 극비 회동 목격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가 수상하다. 지난 11월초에는 자신의 사무실로 친이 강승규, 김정훈 두 의원을 은밀히 불러 한 시간 넘게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1월 22일에는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자신의 친위부대 인사인 안경률, 박순자 의원 등 친이재오계 7명의 의원들과 극비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측근에게도 말 못할 정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이 특임장관의 경우 직책을 빌미로 여야, 친이 친박 의원을 넘나들며 만나면서 한때 ‘90도 인사’가 여의도에 화제가 될 정도였다. ‘왕의 남자’, ‘정권 2인자’로 불릴 정도로 이 장관의 광폭 행보가 최근엔 친이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공개 모임이 잦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들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당시 컨설팅을 담당하던 미국계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까지 겹치면서 ‘차기 대선 출마를 굳힌 게 아니냐’는 소문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근 이 장관의 극비 회동관련 “친이재오계와 몰래 만나 고 외부에 ‘극비’라고 한다면 차기 대권 출마를 위한 지원 요청 아니겠느냐”며 “최근 김문수 도지사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데다 ‘재오 사랑’이니 대운하관련 포럼 등으로 전국조직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욕심낼 만하다”고 내다봤다.
친박 진영에서도 이 장관의 광폭행보에 대해 오히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 의원실의 한 인사는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와 함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든다면 나쁠 게 없다”며 “오히려 이 장관의 성격상 경선에 패하면 누구보다 앞서 박 전 대표를 도울 인사”라고 전했다. 여차하면 박 전 대표를 도와 차기 정권에서 ‘당 대표’나 ‘총리’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래저래 이 전 장관의 광폭행보가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