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직원들과는 안부인사조차도 하지 않는다”
“과거 조직원들과는 안부인사조차도 하지 않는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1-31 09:14
  • 승인 2012.01.31 09:14
  • 호수 92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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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범서방파 전 두목 ‘김태촌’

폭력조직의 대부로 통하는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63)씨가 지난 12일 가명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져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일각에선 범서방파와 양은이파의 재건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김씨의 입원 배경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4월 한 기업인을 협박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오던 김씨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입원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김씨는 이같이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범서방파 두목이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다닌다”면서 “주먹계에서 은퇴한지 오래다. 범서방파 과거 조직원들과는 안부인사조차도 하지 않는다”고 강력 부인했다.

“조양은과 만나지 않은 지 35년이나 됐다”…전혀 교류 없어
지인이 운영하는 건설사 고문으로 일하는 중…“주홍글씨 떼고 싶다”

범죄와의 전쟁 때 지하세계로 숨어들었던 주먹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폭이 와해된 조직을 다시 재건하고 세를 불리고 있다는 등 부활조짐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 MB 정권 들어 조폭들이 결혼식, 회갑 등을 빙자해 고급 호텔 등지에서 모임을 자주 가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소문을 부채질했다.

“범서방파 오래 전에 와해”

그 중에서도 두목 김씨가 2000년대 후반 구속되면서 조직이 와해된 것으로 알려진 범서방파와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와해된 양은이파가 양강 구도로 재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김씨와 조씨가 주먹계의 대부로 활약하던 시대가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것은 주먹계에서 과거 명성이 드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범서방파는 와해된 지 오래”라며 “과거 조직원들과는 안부인사조차도 하지 않는다. 안부인사만 주고받아도 조직을 재건한다는 의구심을 수사기관이 품기 때문이다”라며 범서방파 재건설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미 은퇴한 지 오래 돼 범서방파 조직원 명단조차 알지 못한다”며 “그저 풍문으로 범서방파 과거 조직원들이 정상적인 사업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직은 이미 오래 전에 와해됐고, 과거 조직원들도 이미 뿔뿔이 흩어져 사업가로 거듭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나는 범서방파에 대해 일절 아는 것이 없다”며 “재미와 흥미 때문에 조직 재건 소문이 도는 것이 아니겠느냐. 범서방파 두목이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다니는 것 같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에게 1970~80년대 국내 폭력계를 삼분했던 조씨에 관해 물어보자 “조양은과 만나지 않은 지 35년이나 됐다”며 “범서방파가 와해되기 전에도 전혀 교류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단 한 번도 칼 맞은 적 없다”

현재 김씨는 기업인을 협박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가명으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가 입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를 둘러싸고 “부하 조직원이 김씨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왔다” “김씨가 머물고 있는 특실 주변에 부하 조직원들로 보이는 남성들이 경호를 서고 있다” “폭력배의 흉기에 찔려 수술을 받으러 온 것” “경찰 수사를 피해 숨어 있는 것” 등 여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씨는 이에 대해 “날 응급실로 데러온 사람은 길OO으로 경매업자다. 경매업자가 졸지에 조직원으로 변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병문안을 온 손님을 가리키며 “이분들이 다 범서방파란 말인가”고 반문하며 “저 분은 목사님, 이 분은 건설업자다. 부하 조직원이 어디 있느냐”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대구의 한 중견기업 이사 김모(49)씨로부터 사업 투자금 25억 원을 되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씨가 투자한 기업 대포 한모(57)씨를 찾아가 수차례 협박한 혐의로 대구지방경찰청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업상 사무실을 찾아 갔는데 기업인들끼리 말다툼을 벌여 말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며 “단지 ‘임마, 조용히 해라’, ‘이렇게 싸우면 되겠느냐’라고 했을 뿐이다. 경상도 말은 평범한 말도 욕설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게 무슨 공갈이고 협박이냐”고 해명했다. 김씨는 현재 지인이 운영하는 건설사에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철거사업 문제로 사무실을 찾아갔다 문제가 된 사건이 빚어지게 됐다.

김씨의 병실에 함께 있던 김씨의 한 측근은 “과거 범서방파 두목이었다는 고정관념이 김씨가 협박했을 것이라는 억측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조폭 대부가 채무관계에 간섭했다는 식의 기사들은 과거를 청산하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주먹계 대부였다는 ‘이름값’ 때문에 혐의가 과장됐다는 이야기다.

김씨는 경찰 수사를 피해 가명으로 위장 입원해 있다는 의혹에 대해 “가명으로 병원에 숨어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10억 원의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병원에 입원한 뒤 혜화서 강력계 형사들이 동향파악차 매일 들린다”며 일각의 소문을 일축했다.

그는 “수간호사가 유명 인사들은 실명으로 입원하면 기자들이 찾아와 치료에 방해될 수 있기 때문에 가명을 사용하곤 한다고 알려줬다. 또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가명을 쓸 수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서 가명을 쓴 것”이라며 “가명은 옛날 집주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숨어서 피신했다는 것은 억측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폐암 후유증으로 입원했다. 폐암 수술 후 신경이 절단돼 몸 속에 심었던 통증완화기가 고장나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직폭력배에게 흉기로 찔려 입원했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도 “누가 쪽팔리게 칼을 맞겠냐.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칼을 맞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씨는 끝으로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 못지않게 인권도 중요하다. 허위 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 협조해주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남은 여생을 학교폭력예방·청소년 선도활동에 바쳐서 범서방파 전 두목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확 떼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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