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동계, 야당과 연대해 ‘악법’ 바꾼다
2012년 노동계, 야당과 연대해 ‘악법’ 바꾼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1-10 09:51
  • 승인 2012.01.10 09:51
  • 호수 923
  • 4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노동계’ 맞짱뜨기 가열될 듯

▲ 뉴시스
결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다는 재계와 노동계의 긴장감이 연초부터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양보와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노동계는 자신들은 희생하지 않고 노동계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재계는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강조했던 MB정부는 재계의 입장을 대다수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MB정부를 ‘반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노동계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선거정국’에서 자신들과 함께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이전과는 달리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재계와의 관계가 역전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재계는 현재의 상황이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다양한 셈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연 2012년 한해, 노동계의 셈법을 전망해 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신년사에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불안도 걱정이 된다”며 “양대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적 대립이 과열되고, 가치관과 세대에 따라 사회적 분열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는 선거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의 해’”라며 “정치권의 선심성 공세가 늘어나면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2년 총·대선이 겹친 정치국면은 마침내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격렬한 진앙점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최종적인 사망선고는 바로 우리 노동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또한 “2012년은 한국노총의 희망이, 노동자의 희망이 현실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 4년 내내 노동자를 억압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해 온 정권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무릎을 꿇는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총·대선에 대해 재계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노동계는 희망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결국 2012년은 결국 정치권 외에 재계와 노동계의 뜨거운 한판 결전이 예고된다.

올해 노동자 정치세력화 가능성 커

그동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는 줄곧 이어왔다. 크게 나누면 자체적인 노동자 정당을 구축해 정치세력화를 이루느냐 아니면 기존 정치권에 포함돼 정치세력화를 이루느냐의 차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농민 등이 중심이 되는 민주노동당을 구축해 정치권에 뛰어들었으며, 한국노총은 그동안 여권과의 정책연합을 통해 정치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통해 본격적인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채비를 갖췄다.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지도부에 노동 분야 당연직 최고위원 한 명을 낸다.

한국노총은 당장 올해 총선에서 몇 명의 국회의원을 내느냐에 주목하기보다는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 기구에 참여해 꾸준히 노동계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회의원 몇 명을 배출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 내에서 꾸준히 노동 관련 정책을 펼쳐 노동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큰 정치세력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노동계의 또 한 축인 민주노총은 이미 민주노동당을 통해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을 여럿 배출했다. 특히 올해는 기존 진보세력이 함께 모여 통합진보당을 결성하면서 그 외연이 확대돼 더 많은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도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노총으로서는 정치적 세력화를 이루는데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복수노조 문제가 화두

노동계에서는 지금까지 한 목소리로 타임오프제는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며, 복수노조는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정부와 재계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총선 이후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MB정부 들어와서 노동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지만 타임오프제가 실시되면서 그동안 노동운동의 진앙지로 꼽히던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노조활동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노조전임자수가 크게 줄어 단위노조에서는 조직적인 활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이른바 어용노조가 등장해 대화협상자로 선정돼 기존 강성노조는 대화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계로서는 노동법 개정으로 앉아서 큰 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권이 親노동정책을 하나 둘 준비하면서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노조를 약화시켰던 이 두 가지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어 총선이 끝난 후 노동계와 재계는 정책 변경을 놓고 충돌이 예상된다.

몇 년간 노동자들과의 대립을 피할 수 있었던 호시절을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려운 재계는 내심 여권이 힘을 내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현재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기원할 뿐이다.

노동계,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절대과제

노동계는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이는 부차적인 것이며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바로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된 현재 경제 구조에서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노동계에서는 MB정부와 재계가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며 비정규직을 양산했지만 이들을 보호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으로 이어지는 투쟁은 결국 노동자들이 생사를 걸고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에 맞선 것이라는 견해다.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들고 나온 것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으며, 민주노총은 오래 전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사회적 양극화 해결은 없다고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노동계의 최대 화두를 정치권에서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자 재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문제를 하청업체로 떠넘겨왔던 재계로서는 총선과 대선의 향배에 따라 지금까지의 관행을 벗어던져야 할 위기에 몰렸다.

재계는 당장 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채산성이 악화되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눈물로 이룬 성과를 이제는 분배를 통해 나눠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지긋지긋한 비정규직 생활이 너무나도 서럽다. 열심히 일하지만 언제 잘릴지 몰라 가슴 졸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희망 섞인 예상을 내놨다.

하지만 한 건설사 부장은 “노동계의 요구가 전적으로 무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건설경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회사에서는 많은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대노총, 내부 단속 시급

현재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는 결코 노동계에 나쁘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양대노총이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선거까지 끌고 가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다.

하지만 양대노총 모두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의 경우 오는 31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총선·대선과 관련한 정치방침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바로 통합진보당에 결합한 국민참여당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5일 전·현직 간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닌 만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공운수노조 외에도 내부적으로 국민참여당의 결합을 놓고 격론을 벌인 산별·단위노조들이 적지 않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선언했던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는 배타적 지지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한국노총도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선언하며 노동정책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굳혔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용득 위원장의 뇌경색으로 새로운 정국을 맞고 있다.

민주통합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협상 능력을 인정받은 이 위원장이 갑자기 입원하게 됨에 따라 그 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노총 산하 일부 산별노조 및 지역 본부 의장들이 지난달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한 ‘야권통합정당(민주통합당) 연석회의 참석 결과 보고 및 참여’ 안건이 표결 정족수 미달이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그 결과 또한 주목된다.

만약 이들의 주장처럼 정족수 미달로 인해 의결 자체가 무효처리 된다면 통합민주당과의 연대가 한동안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 위원장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고 아울러 민주통합당과의 정책 논의 테이블에서 갖는 대표성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올해는 재계와 노동계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재계는 지금과 큰 변화가 없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원할 것이며, 노동계는 MB정부 하에서 더욱 나빠진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세력화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치러지는 선거로 짧게는 4년, 길게는 5년 동안의 산업·노동정책이 바뀔 것은 명약관화하다. 재계와 노동계는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운 채 격전지로 향하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