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실시한 결과 한명숙 이학영 이인영 이강래 박용진 박영선 문성근 박지원 김부겸 후보가 최종 경선을 위한 9명의 후보로 확정, 이들은 오는 15일 치러지는 본선에서 당권을 놓고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빅3 평가받던 한명숙 전 총리와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무난히 예비경선을 통과하면서 상위권을 굳힌 가운데 박영선, 이인영, 김부겸 의원 등이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고 막판 당심(黨心)을 자극하고 있다.
빅3 포함 본선진출자 확정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치러진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에서 총 중앙위원 762명 중 729명이 참여, 95.7%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이달 치러지는 전당대회의 최종 본선 진출자를 확정했다.
빅3로 평가받는 한명숙, 박지원, 문성근 후보가 컷오프에서 무난히 통과했으며, MB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박영선 의원과 ‘젊은 정당, 젊은 대표’를 자임한 486 이인영 전 최고위원,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 경륜을 강조한 이강래 의원이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진영의 힘을 얻어 예비경선을 통과했으며, 당내 세력이 없는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는 ‘신장개업론’을 내세우며 호응을 얻었고, 결국 본선진출의 이변을 일으켰다.
민주당 출신 후보들이 예비경선에서 대거 탈락한 가운데 세력별로는 친노계(한명숙·문성근), 친손학규계(김부겸·박영선·이인영), 구민주계(박지원·이강래), 시민사회계(이학영·박용진) 등이 골고루 포진됐다.
민주통합당은 예비경선을 통과한 9명의 후보 가운데 당대표를 포함, 모두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된다. 아울러 당연직 최고위원 1명(원내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4명(청년, 노동, 여성, 지역)을 선임함으로써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한명숙 중심의 ‘1강 2중’ 구도
예비경선을 마친 민주통합당의 모든 시계는 오는 15일 전당대회로 맞춰졌다.
본선 진출자들의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펼치진 가운데 현재 당대표로 한명숙 전 총리가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문성근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좇으면서 1강 2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여타 후보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면서 혼전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지난달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지후보를 합친 종합순위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48.6%로 단연 앞섰으며, 박지원 전 원내대표(27.3%)와 문성근 대표(16.3%)가 그 뒤를 이었다.
민주통합당의 지도부선출은 대의원 30%와 당원 및 시민 70%의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지며, 1인2표제로 현장투표는 물론 인터넷·모바일투표도 함께 진행된다.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가 지도부 입성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중적이고 지명도 있는 후보들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3로 지목되고 있는 문성근 대표는 이러한 대중적 이미지를 통한 국민적 지지와 시민통합당 및 친노세력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당권주자의 또 다른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공당의 지도부를 하기에는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간의 현실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새 바람을 일으킬 인물로 문 대표를 지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당초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양강 구도가 예상됐던 ‘독자전대파’의 수장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치러진 임시전당대회에서 폭력전대를 불러왔다는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입지가 줄고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다. 그러나 여전히 빅3 중 한명으로 거론되며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호남을 위시한 구민주계 세력이 박 전 원내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한명숙, 문성근 후보 등 친노진영이 대거 당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와 위기의식이 더해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와 결속이 강화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는 대북 정책통이라 불리는 박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영선, 이인영, 김부겸 등 ‘각축전’
‘MB저격수’를 자임한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지난 10.26 서울시장보선 이후 당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최고위원 입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젊은 층을 비롯한 국민적 지지 또한 한몫하고 있어 국민참여경선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에게 52.15%대 45.57%로 경선에 패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시민후보를 상대로 그만큼 한 것은 박영선이니깐 가능했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박 의원에 대한 당내 신임 또한 두텁다.
‘486그룹’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전 최고위원은 ‘젊은 정당, 젊은 대표’를 강조하며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사실상 운동권세력의 단일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그는 우상호 전 의원을 비롯해 당내 진보모임인 ‘진보행동’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최전선’에서 통합을 추진했던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0년 10·3전당대회에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근태 상임고문이 최근 별세함으로써 운동권세력이 다시 부각되는 등 이 전 최고위원에게 ‘동정표’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했다는 점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과거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기도 했던 김 의원은 ‘진정성’이라는 무기를 들고 당원과 시민들에게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움으로써 대구결전의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는 등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빅3 이외에 지도부 입성이 우세할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손학규 전 대표가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영선 의원은 손 전 대표 체제 하에서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고 서울시장 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며, 당시 이인영 최고위원은 박영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김부겸 의원은 손학규계의 대표적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강래, 이학영, 박용진 등 ‘막판변수’
경륜을 내세운 이강래 의원은 총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험이 많고 위기관리 대처능력이 뛰어난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전략적 판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계파를 초월한 자신이 지도부가 됨으로써 당내 갈등 봉합은 물론 선거전에 있어서도 전략적 전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진영의 적극적인 지지는 물론 문성근 대표와 함께 ‘시민통합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사무총장에 대해 “시민운동의 동업자”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9명의 후보 가운데 진보색이 가장 짙은 박용진 진보신당 전 부대표의 예비경선 통과는 민주통합당의 ‘혁신과 변화’의 물결을 가늠케 하고 있다. 박 후보는 당내 특별한 지지세력 없이 본선에 진출함으로써 이변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은 앞서 언급한 후보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나 지지율은 부족하지만 저마다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지녔다는 점에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