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삼성금융지주 설립 시나리오 나오나
[집중분석]삼성금융지주 설립 시나리오 나오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12-27 10:52
  • 승인 2011.12.27 10:52
  • 호수 921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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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 이원화 통해 이재용 사장 경영승계 마련 가능성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서울=뉴시스>

삼성화재, “지대섭 가고, 김창수 왔다”

삼성(회장 이건희)은 지난 7일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화재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신임 김창수 사장은 전 삼성물산 부사장 출신으로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지대섭 전 삼성화재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이동해 사실상 좌천됐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 입사를 시작으로 인사와 감사 및 기계플랜트본부를 거쳤으며, 중도에 있던 에스원에서는 특수사업기획실에 있었으나 금융부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에 대한 대내외의 평가는 ‘해외통’이다. 삼성 관계자는 김 사장의 인사와 관련해 “금융부문 경험은 없지만 해외 경력이 많은 김 사장을 통해 보험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러한 김 사장의 발령을 두고 “평소 이건희 회장의 주문대로 삼성 금융계열사의 체질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화재의 인사 역시 논란이 된 ‘삼성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시나리오의 일부다”라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은 삼성카드(사장 최치훈)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으로 지금까지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게 됐다. 금융기관의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금산법은 동일계열의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타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소유하고 해당 회사에 대한 사실상 지배로 인정되는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 25.6%를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본지 [제920호 - 삼성카드, KCC에 에버랜드 지분 매각…주가 5.88% 하락]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결국 삼성카드는 지난 12일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사장 정몽익)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 15년 간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졌던 순환출자 구조의 연결 고리가 끊겨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수직적 구조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삼성 “금융계 수장 인선 특별한 이유 있다” 주장

앞서 본지 [제918호 - 이재용 시대, ‘하나의 삼성’ 지주회사로 재편한다?]에서 보도한 것처럼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향후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내세운다는 설이다. 우선 에버랜드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양 날개로 자회사에 편입하고,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 금융지주사에는 삼성생명이 위치한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화재뿐 아니라 다른 금융계열사들 역시 수장을 제외한 주요 임원진을 대폭 조정했다. 본지 [제919호 - <2012년 삼성 인사 대해부> 젊은 ‘피’로, ‘하나의 삼성’ 추진]에서 보도한 것처럼 이 회장은 수년 전부터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면서 금융계열사들의 혁신을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해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역시 금융부문에서는 경력이 전혀 없었음에도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해 12월 삼성카드 수장으로 부임했고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 삼성화재 김창수 신임 사장.

최 사장은 지난 9월 삼성카드 고객 80만 명 정보 유출과 은폐로 힘든 하반기를 보내고 부임 1년을 맞았다. 금융권에서는 “최 사장의 부임으로 인해 삼성카드의 실적은 올랐으나, 대단위 정보 유출로 평소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 심각한 금이 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본래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IT계열사 출신인 최 사장이 금융사로 오게 된 데는 이 회장의 힘이 컸다. 하지만 과연 최 사장이 ‘관리의 삼성’을 깨뜨리고도 ‘신상필벌’ 인사에서 무사할지가 지난 삼성 사장단 인사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최 사장은 자리를 보전했고 삼성카드에 이어 삼성화재까지 비금융부문 출신 수장이 임명되면서 “역시 금융사들의 혁신을 통해 미리부터 중간 금융지주사 체제의 발판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의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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