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각 인사 청문회 야사] “김태호 더 큰 추가 의혹은 뭐길래…”
[8·8개각 인사 청문회 야사] “김태호 더 큰 추가 의혹은 뭐길래…”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9-07 10:36
  • 승인 2010.09.07 10:36
  • 호수 85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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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장관 재산 증식 한나라당도 ‘갸우뚱’
(왼쪽 상단에서 시계방향) 김태호 - 진수희 - 조현오 - 빅재완

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26일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를 끝으로 막이 내렸다. ‘죄송 청문회’로 명명된 이번 청문회에서 ‘40대 대망론’을 꿈궜던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거짓말’로 인해 낙마했다. 또한 잦은 위장 전입에 따른 ‘왕따 발언’을 한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와 ‘쪽방촌 투기의혹’을 받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동시에 낙마했다. 3인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혹독한 검증’을 받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모두 전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이현동 국세청장과 조현오 경찰청장은 사정기관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살살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청문회 뒷 얘기를 모아봤다.

“차라리 도지사를 하지 나이도 젊은데…”

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바라보는 여야의 반응이다. 올해 48세의 한창나이인 김 전 지사가 굳이 흠결이 있음에도 왜 총리직을 무리하게 수용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도지사를 한 번 더해도 52세이고 차기 대권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든, 친이 통합 후보를 지지하든, 차차기에서 명실상부한 2인자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결정으로 그는 “정치를 재기할려면 도의원부터 다시해야 한다”는 비아냥마저 듣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김 전 지사관련 “더 큰 의혹을 폭로할려고 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더 큰 의혹이 뭐냐’라는 의구심이 정치권에 확산됐다. 민주당 일각에선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 준 여직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2004년 김 전 지사가 만든 뉴경남포럼 창립회원에 박 회장이 있는 명단을 입수했다”는 등 소문이 돌았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추가 의혹을 폭로하려는 기자회견 직전에 발빠르게 사의 표명을 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에 신빙성을 더했다.


김태호 낙마 최대수혜자, 박근혜·김문수

한편 김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최대의 수혜자로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도지사라는 평도 돌았다. 경남 출신에 ‘40대 대망론’으로 박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고 ‘세대 교체’를 내세울 경우 두 인사에겐 위협적인 존재였다. 반면 ‘최대의 피해자’로 경남 거창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을 꼽았다. 김 전 지사가 19대 총선에서 고향에서 ‘명예회복’을 빌미로 출마가 점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가 이래저래 박 전 회장으로 인해 사의 표명을 한 것을 보며 “박연차 회장과 스치기만 하면 다 죽는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노 인사 다수와 민주당 이광재 강원도지사, 서갑원 의원, 최철국 의원 등이 직을 면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품 수수의혹을 받은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과 박진 의원은 무죄를 받거나 의원직 을 유지해 기사회생해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해선 여야 정치인 모두 “역시 왕의 남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고개를 90도 숙이며 청문회 내내 낮은 자세를 보였지만 여야 청문위원들은 “정권 2인자의 눈밖에 나 좋을 게 없다”는 공감대가 ‘봐주기 청문회’를 낳았다는 평이다. 박지원 원내대표조차 이 장관을 보고 “캐내려고 해도 부동산 투기 하나 없더라”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왕의 남자’ 이 장관의 후광으로 특혜를 본 인사로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라는 말도 나왔다. 진 장관은 ‘미스터리한 재산증가’, ‘자녀 불법취업 및 건강보험 무자격 의혹’, ‘남동생 조경사업 서울시 특혜의혹’을 받았다. 특히 재산이 2005년 기준으로 5년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청문위원들이 비공식적으로 해명을 요구했지만 본인은 불출석하고 보좌관을 보내 해당 의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수입보다 더 많은 소득원이 매년 발생했지만 당사자인 진 장관은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해 ‘그걸 누가 아느냐’고 반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또한 주무부처 장관으로 국적이 외국인 자녀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 장관은 청문회장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실수’로 말했지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에 일어날 수야 있겠지만 주무부처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으로 자격이 부족하다”며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임명장을 받는 것을 목도한 한 청문위원 관계자는 “역시 왕의 남자의 측근이다”는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진 장관은 친이재오계의 대표적인 인사로 이 장관이 ‘무관’으로 있을 당시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박재완 보충역, “항문에 힘 준거 아니냐”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의 병역기피 의혹이 구설수에 올랐다. 박 장관은 고혈압으로 인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박 장관은 청문회장에서 “혈압이 160대로 나왔는데 평상시에는 괜찮다 과음이나 계단 오를 때 급상승한다”며 “징병 검사 때 알았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박 장관이 혈압으로 인해 ‘혈압약’을 주기적으로 먹은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여야 청문위원들 사이에선 “고의적으로 회피한 게 아니냐”, “항문에 힘을 줬다”, “계단을 오르내린 후 징병검사를 받은 게 아니냐”는 등 뒷말이 무성하게 나왔다.

한편 낙마한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의 위장 전입 관련 “자녀가 왕따를 당해 옮겼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드디어 왕따를 당하는 자녀에 대한 해법이 나왔다”며 “위장전입이 답이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자녀가 외고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진짜 왕따냐’며 ‘왕따’에 대한 개념논쟁이 붙기도 했다.

또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인해 불붙은 특검 논란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물건너간 정치적 주장’으로 폄하했다. 말뿐이지 실제로 특검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신 야권에선 조 청장이 ‘조파면’으로 불릴정도로 ‘불도저식 리더십’으로 인해 언제든지 사고를 쳐 낙마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유흥업소 실소유자 이모씨 사건’으로 경찰관 39명을 적발해 6명을 파면·해임에 33명 감봉·견책 조치로 일선 간부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또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 강경진압 등 성과주의 스타일로 G20 개최전후에 언제든지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청문회를 통해 낙마가 안돼더라도 임기 2년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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