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사면에 YS인사들이 ‘큰 손?’… “친이계로 U턴 시킨다”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복역 중이던 서청원 전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이번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당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면 결정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서 전 대표는 그동안 옥중에서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추진해 왔다. 서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사면’을 놓고 정권과 ‘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서 전 대표의 사면이 한나라당 친이계에 분포돼 있는 YS인사들이 ‘큰 손’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래희망연대는 8월 중으로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앞두고 있다. 사면 시점과 맞물려 이 같은 궁금점은 증폭되고 있다. 서 전 대표의 사면 전모를 파헤쳐 봤다.
법무부가 광복절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단행하는 8·15 특별사면에 서청원 전 대표가 포함됐다. 서 전 대표 외에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 정재계 인사들을 포함해 총 2493명이 사면대상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서 전 대표의 경우 당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고심 끝에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대표는 ‘현 정부 출범 후 사건에 대한 비정치적 사면’ 원칙에 따라 잔형 면제가 아닌 특별감형 형식으로 결정됐다. 현재 서 전 대표는 1년여의 형기가 남아있어 형기의 1/3을 채운 범죄자의 경우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는 현행법에 따라 가석방 형식으로 출소할 예정이다.
서 전 대표는 18대 총선 당시 공천 배제에 불만을 품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신당(친박연대)을 창당한 뒤 일부 의원들에게 거액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서청원 사면에 야권은 반발
서 전 대표의 사면이 결정되자 야권은 “대통령이 사면권 남발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면’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8월 13일 구두논평에서 “친서민을 강조하던 정부가 특별 사면에 재벌 총수, 기업인을 대거 포함하는 ‘기업 프렌들리’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대상자 선정은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것으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은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반발과 함께 서 전 대표에 대한 사면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서 전 대표의 사면을 청와대와 당 주류 진영에 강하게 요구해 왔다. 청와대는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다 서 전 대표를 사면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서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 “현 정부 임기 중 발생한 비리에 대해서는 사면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사회통합과 화합을 위해 감형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계파화합의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전 대표의 사면 배경을 두고 일부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조선일보사 신문기자를 하다가 11대 총선에서 민한당 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서 전 대표는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참여해 기관지 ‘민주통신’의 주간으로 활동했는데, 신민당이 평민당과 통일민주당으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연을 쌓았다. 곧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이 서 전 대표를 당대변인·총재비서실장·정무1장관·원내총무로 중용하면서부터 서 전 대표는 상도동계의 중진으로 부상했다.
정권 내 YS 핵심인사는 누구?
현재 당·청의 핵심 YS인사는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 박희태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있다. 김 특보는 YS정권의 초대 정무장관을 지냈고, 박 의장 역시 김영삼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YS는 취임 3년차인 1995년에 민자당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면서 외부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이때 영입한 인물이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 대표 등 개혁 인사들이었다. 이처럼 현 정권 곳곳에 YS인사들이 배치돼 있는 만큼 서 전 대표의 사면 결정에 이들이 숨은 ‘실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 전 대표의 적극적인 ‘옥중로비’가 보태져 사면까지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서 전 대표는 지난 3월 옥중에서 서신을 보내 “친박연대의 창당정신도 살아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6·2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조건 없는 합당을 추진했다.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가 8월 중으로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면 시점과 합당 시기가 맞물려 이 같은 ‘옥중로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서 전 대표와 그의 옥중서신을 대독한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전 대표가 사면 이후 친이계로 이탈 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YS인사들이 사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합당 이후 계파 간 중개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탈옥’에 성공한 서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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