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둔 민주당 계파갈등 조짐
전당대회 앞둔 민주당 계파갈등 조짐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08-10 10:42
  • 승인 2010.08.10 10:42
  • 호수 85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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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잘 품으면 순산(順産), 깨지면 후라이 된다
지난2일 민주당 쇄신연대 의원 및 당직자들이 서울 여의도 쇄신연대 사무실에서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 대책위 구성관련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백기 투항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전원이 7·28 재보궐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총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가 추석연휴 이전이나 이후로 예정되면서 당권 경쟁 또한 본격화 되고 있다. 전당대회까지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지도부 총 사퇴로 기존의 정세균-정동영-손학규 3강 구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를 제외한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전대를 앞두고 주류-비주류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전대를 따라가 봤다.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계파간 신경전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대준비위와 대의원 선정과 관련 있는 당 조직강화특위 구성 문제가 도마위 오르면서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는 지난 8월 4일 이미경 사무총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쇄신연대’는 정세균 전 대표의 사퇴와 함께 당 지도부 전원의 사퇴를 관철 시킨 바 있다. 쇄신연대가 이처럼 당 지도부 전원 사퇴라는 ‘성과’를 얻어냈음에도 공세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이 사무총장이 전준위 총괄본부장이면서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쇄신연대 입장에서는 정 전 대표가 임명한 이 사무총장이 물러나야 ‘정세균 세력’의 힘을 뺄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사무총장은 ‘쇄신연대’의 사퇴요구에 전대 안정론을 주장하며 일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느쪽이든 과도한 요구를 하면 안된다”면서 이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박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를 결심하게 된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로서는 어느 한쪽의 요구만 들어주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전준위는 이날 분과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전대 룰’을 정하는 당헌·당규분과위 등 핵심 요직에 정세균계와 정동영계 인사가 집중적으로 배치돼 계파 안배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기획분과위에는 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오영식, 정동영 고문의 MBC 후배인 노웅래 전 의원이, 당헌·당규분과위엔 두 계파의 브레인인 윤호중 전 의원과 최규식 의원이 참여했다.

이 때문에 아직 주변에 머물러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엔 손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춘석, 전혜숙 의원이 박 원내대표를 찾아가 “전준위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항의를 한 것으로 알러졌다.


전대 앞두고 박지원 주목

이런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9월 전대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정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 8월 2일 총사퇴하면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9월 전대까지 당을 이끌어가게 된다. 당 안팎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주자들 속에서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리더십 발휘를 통해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계파간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할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세종시 정국과 집시법 처리 과정 등에서 실익과 명분을 동시에 챙기는 모습을 보이며 정치력을 공인받은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 발동 첫날인 지난 8월 3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운영과 관련,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생명을 두겠다”면서 중립을 선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전대 과정에서 혹시라도 과거 한나라당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는 비대위에서 책임지고 정리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이겠다”며 감시자와 조정자 역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장 비대위 위원 11명 중 2명은 당내 비주류 연합체인 ‘쇄신연대’의 추천을 받아 정하는 한편, 2주에 한 번씩 의원총회를 개최해 다양한 읜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전대문제와 관련해선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이번에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각종 당내 현안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당내부에서는 구원투수로 나선 박 원내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자신의 직함을 비대위원장 대신 ‘비대위 대표’로 하고 대변인에 비서실장까지 임명하려 했기 때문에다. 일부 의원들은 이런 박 원내대표의 움직임에 “사심이 담겨져 있는 것”이라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권 2강구도로 압축?

민주당이 이처럼 내홍을 겪는 가운데 차기 당권 주자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정세균-정동영-손학규로 이어지는 빅3 구도에 천정배-박주선-김효선 의원도 가세한 형국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빅3 중 한 명인 정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했지만 여러 정황상 당권에 재도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연패로 존립 위기에 처한 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반면 정 대표가 당 지도부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기존 정세균-정동영-손학규 3강 구도에서 정동영-손학규 2강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7·28 재보선 이후 비주류 진영의 결집이 강화되고 있고 그동안의 쇄신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정 전 대표로서는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 당분간 정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여부는 전대 직전까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당권 유력주자 정동영 의원은 이미 지난 재보선에서 전국 유세장을 돌며 지지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에 거취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당권 빅3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손학규 전 대표다. 하지만 손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측근들조차도 오락가락 하는 모양새다.

당장 측근들은 손 전 대표의 출마가 확실시 된다는 ‘심증’이 굳어지자 여의도 모 빌딩에 캠프까지 차렸지만 정작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각 캠프 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대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과 주변 동향을 종합해 보면 손 전 대표는 출마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영남 민주화 세력의 대부격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지원하는 가운데 ‘조직의 귀재’라고 불리는 박양수 전 의원이 조직책으로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손 전 대표는 당분간 당 분위기를 주시하면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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