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축구계 이번엔 ‘승부조작’
바람 잘 날 없는 축구계 이번엔 ‘승부조작’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5-30 14:18
  • 승인 2011.05.30 14:18
  • 호수 891
  • 4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러운 손으로 그라운드를 주무르지 마”

[이창환 기자]= 한국프로축구 K리그가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의 브로커는 물론 현역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가담해 충격을 주고 있다. K리그 프로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는 ‘대전 시티즌’ 미드필더 박모씨와 ‘광주 FC’ 성모씨다. 두 사람은 승부조작 조건으로 브로커들에게 각각 1억2000만 원과 1억 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승부를 조작하기 위해 수비 가담을 외면하거나 일부로 공을 막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축구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K리그

활성화를 위해 피땀 흘리는 이들을 피멍들게 했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5월 25일 대전 시티즌 미드필더 박씨와 광주 FC골키퍼 성씨는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과거 프로축구 경기에서 박씨가 수비 가담을 소홀히 한 것과 성씨가 4경기에 11골을 허용한 것이 승부조작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올 시즌 대전 시티즌에 합류한 선수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감독의 승낙을 받은 선수였다. 체포 전까지 대전 시티즌 측은 박씨가 승부조작에 깊이 가담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박씨는 구단 내에서 승부조작을 함께할 선수까지 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돈이 필요했던 동료 A 선수와 B 선수에게 “100만 원을 줄테니 승부조작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A 선수와 B 선수는 박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반면 성씨는 체포당하기 전부터 승부조작 행위가 발각돼 구단으로부터 퇴출된 상태였다. 지난 4월 광주 FC는 5~6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성씨를 유력한 가담자로 지목했다. 성씨가 4경기를 뛰는 동안 평균 3골 이상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최만희 광주 FC 감독은 성씨를 불러 실토를 받아냈고, 곧바로 구단에서 영구 퇴출 시켰다.

두 선수는 5000만 원 안팎에 불과한 연봉과 벤치 멤버가 갖는 고충 때문에 브로커의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박씨와 성씨에게 접근한 두 명의 브로커가 프로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점은 축구계에 더 큰 문제를 안겨줬다. 특히 브로커 김모씨는 2004~2006년 동안 A매치에 6회 출전해 1골을 기록할 정도로 한국 축구의 유망 공격수였다. 그는 2002년에 20세 이하 아시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브로커 김씨와 C씨는 지난 4월 박씨와 성씨가 ‘러시앤캐시컵 2011’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김씨 등은 ‘토토식 복권’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박씨와 성씨 각각 1억2000만 원과 1억 원으로 매수했다. 토토식 복권은 경기가 열리기 전 승부를 예측해 베팅하는 복권이다.

검찰은 김씨 등을 통해 이들의 승부조작 혐의와 배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