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맘, 블래터의 FIFA 독식 막아라
지난달 8일 FIFA(국제축구연맹)회장 선거에 모하메드 빈 함맘 AFC(아시아축구연맹)회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세계 축구계는 아시아 출신의 FIFA 회장이 처음 나올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맞서는 상대는 1998년 이후 12년 동안 집권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함만 AFC회장을 공개 지지했다. 함만과 정몽준 명예회장은 “세계 축구계를 주도하는 FIFA가 좀 더 투명하게 경영돼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 4년마다 치러지는 FIFA회장 선거는 오는 6월 1일 스위스 취히리에서 열린다. 블래터 세력이었던 함맘이 블래터에 등을 돌려 FIFA 회장 선거에 나선다. 블래터가 FIFA회장직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지자 함맘이 FIFA회장직을 8년 이상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맞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함맘을 후계자라 점쳤던 블래터 회장이 최근 플라티니 UEFA(유럽축구연맹)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사실이 실질적 발단이라고 보고 있다.
이후 블래터는 함맘을 자신의 각종행사에 참여시키지 않으며 함맘을 자신의 세력에서 철저히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국내 축구 관계자들은 함맘의 출마를 반기고 있다. 함맘이 AFC 회장 선출 경쟁에서 KFA(대한축구협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정 명예회장과 오랜 앙숙 지간인 블래터 보다는 훨씬 낫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함맘이 지난 1월 블래터에 대적해 FIFA부회장 자리에 또 한 번 도전했던 정 명예회장의 편인 점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함맘은 블래터의 검은 돈에 휘둘리지 않을 몇 안되는 FIFA 위원이다. 막강한 오일머니를 가지고 있어 자금 로비에 흔들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함맘 은 지난 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FIFA회장 출마에 관한 한국의 지지를 호소했다. 함맘은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후 아시아지역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더 윤리적이고, 더 투명한 FIFA를 원하는 이들이 나를 지지할 것이다”라 주장하면서 FIFA 회장 출사표를 냈다.
아시아에서 FIFA 회장 나와야
함맘은 FIFA 집행위원을 24명에서 41명으로 늘리는 의사결정 기구 확대, 투명성위원회 설립, 의사 결정권한을 각 대륙연맹에 주는 행정력 분산, 월드컵 수익금의 공정한 분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명예회장을 비롯한 KFA 위원들 또한 함맘의 공약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FIFA 사무총장 17년에 회장 13년까지 30년을 FIFA에서 일한 블래터는 새로운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재정 규모와 시청자 수, 영향력을 비교할 때 FIFA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보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FIFA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함맘과 정 명예회장의 발표처럼 현재 FIFA는 부패할 대로 부패해 있고 개혁이 필요한 시점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국제 축구계는 이번 선거가 부패한 권력을 갈아엎을 적기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함만의 장기인 외교 능력에 따라 선거가 치열한 접전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UEFA(유럽축구연맹)과 CAF(아프리카축구연맹)등의 지지를 받는 블래터 회장의 4선이 좀 더 유력하다. 오랜기간 FIFA에 몸담은 점을 확실한 우위로 삼으면서 지지기반을 탄탄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지’와 ‘차기 회장’자리를 미끼로 표심을 확보하는 방법 또한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다. 블래터가 연임을 가능하게 했던 또 하나의 이유다.
게다가 지난 1월 블래터는 1998년 재임 이전부터 줄곧 FIFA 부회장 자리를 꿰차고 있던 정몽준 명예회장을 끌어내렸다. 정몽준 명예회장 대신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를 FIFA 부회장 자리에 앉혀 중동 세력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기존 북중미와 남미세력까지 합하면 블래터의 지지 세력은 각 대륙에 걸쳐 있다.
이에 비해 함맘은 최근까지 극동과 동남아시아에서 큰 지지까지는 얻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출신지인 중동에서도 블래터에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AFC 회장직에 오른 시점도 불과 8년 전인 2002년이 라는 것도 불리한 점이다.
그러므로 함맘은 짧고도 긴 2달 동안 유럽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다른 대륙에서 그의 세력을 구축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점에서 함맘이 블래터에게 불리하지 만은 않다. 함맘 역시 출마 당시 “신중하게 고민했으며 내가 승리할 가능성은 50대50”이라며 당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오는 6월 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피파 총회에서 함만은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의 3분의 2를 얻어야 승리한다. 2차 투표로 넘어가면 과반 득표한 후보가 자리를 차지한다.
현재 함맘 회장은 총 208개 회원국 중 35개 회원국을 보유한 북중미축구연맹의 표심을 잡기 위해 2단계 득표 활동에 들어가고 있다.
오는 6월이면 세계 축구 팬들은 회장 선거를 통해 새 FIFA회장을 주인공을 확인하게 된다. 과연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FIFA 특유의 폐쇄성이 승리할 것인지 FIFA 정권교체라는 새로운 바람이 몰고올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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