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곽민정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곽민정(17·수리고)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열리는 ‘제7회 동계아시안게임’에 피겨대표선수로 참가하게 됐다. 지난해 동계올림픽 출전에 이어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곽민정이 참가하는 대회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라 김연아와 함께 오는 3월 도쿄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하게 된다. 2월 중순 대만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권도 획득했다. 2011년은 곽민정에게 중요한 한 해이다. 월등한 실력을 펼쳐야지 만이 포스트 김연아로 우뚝 설수 있기 때문이다. 곽민정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제 65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곽민정은 142.26점을 기록해 3위에 들었다. 1위와 2위는 김해진(14·과천중·145.29점)과 박소연(14·강일중·142.29.08점). 이들은 곽민정을 누르고 우승에 성공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시니어인 곽민정이 2·3월에 진행되는 경기에 참가자격을 얻게 됐다.
비록 어린 선수들에 활약에 3위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곽민정은 지난해 부진을 훨훨 털어버린 듯하다.
최고의 실력 보여준 2010올림픽
곽민정은 주니어 무대를 갓 벗어난 지난 시즌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점수인 154.71을 기록해 6위를 차지했다.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0.82를 더 받아 개인 최고기록인 155.53점을 경신하며 그는 어느새 ‘국가대표 에이스’로 국민들의 기대를 안고 세계대회에 나섰다.
피겨 전문가들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모두 곽민정을 꼽을 정도였다. 올림픽 순위 13위에 그쳤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랭킹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151.90점)까지 제친 놀라운 성적이었다. 비록 피겨여왕 김연아의 활약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한국선수 중 김연아를 제외하면 피겨스케이팅에서 13위에 올랐던 이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렇게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르며 승승장구, 성공가도를 걷고 있는 곽민정, 사실 그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다. 곽민정은 올림픽을 마치고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께 훈련하던 김연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하자 덩달아 코치를 잃게 됐다.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귀국해야했다.
김연아가 주니어 시절에 가르침을 받았던 지현정 코치가 곽민정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코치직을 맡고 있다.
부상에 대한 재활을 병행하면서 진행된 훈련은 고통스러웠지만 참아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은 곧 실력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3차대회(컵 오브 차이나)와 4차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해 각각 9위와 11위를 기록했다.
순위보다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30점 이상 떨어졌다. 9위를 차지한 컵 오브 차이나에서는 쇼트 38.83, 프리스타일 75.15로 총합 113.98점을 기록했다. 일주일 뒤 개최된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는 125.2점(쇼트44.4·프리80.8)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곽민정 또한 “더 좋은 코치와 호흡을 맞추며 좋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부상 등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힘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지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현재는 몸이 많이 좋아졌다. 대회 점수도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지고 있다.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도 “시즌 초반보다 몸 상태가 한결 좋아졌다. 자신의 문제점인 체력 보강에 집중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쟁쟁한 아시아 선수들 대거 출석
곽민정이 남은 대회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것은 역시 2월 초에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이다. 곽민정은 “아시안게임에서 잘만 탄다면 앞으로 다가올 모든 대회에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목표는 일단 5위권 안에 드는 것이지만 나아가 메달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물론 아시안게임 메달도 쉬운 목표는 아니다. 한국은 1999년 강원 대회에서 아이스댄스 동메달을 따냈을 뿐 남녀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는 단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일본은 아라카와 시즈카(30·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구리 후미에(29·2005 4대륙 여자 싱글부분 1위) 등 인기간판선수들을 늘 아시안게임에 출전시켜왔으며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실력이 만만찮은 선수들을 여럿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무라카미 가나코(17·주니어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1위), 이마이 하루카(18·주니어 그랑프리 헝가리대회 3위) 등 주니어 그랑프리 우승 경력을 가진 신예들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 되 박빙의 라이벌전이 예상된다.
곽민정은 유연한 상·하체를 활용해 각각 레벨 4(제일 높은 수준)를 받고 있는 스파이럴 시퀀스(한쪽 발을 들어 엉덩이 위로 유지한 채 빙판을 앞으로 또는 뒤로 활주하는 기술)와 비엘만 스핀(한쪽 다리를 머리 뒤쪽으로 끌어올려 손으로 잡고 회전하는 동작)을 비롯한 다양한 스핀 포지션 수행 능력이 강점이다. 지현정 코치는 “민정이의 장점은 성격이 쾌활하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스핀과 점프 등 기술은 손색이 없을 정도다. 뛰어난 기술을 실전 무대에서 얼마나 실수 없이 활용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세련된 표현력 부족이 흠이라는 지적에 지 코치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아직 예술성과 표현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좋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었다.
김연아 피겨 꿈나무 장학금 수혜자
곽민정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피겨를 배웠다. 시작한지 불과 1년 뒤인 2004년과 2005년 동계 전국체전에서 1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곽민정의 어머니 노상희씨는 “민정이에게 피겨는 처음엔 일종의 놀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선수를 하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훈련이 힘들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피겨를 그만두겠다는 말은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곽민정의 성장은 눈부셨다. 피겨 전용링크장이 없어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링크장을 대절해 훈련했다. 매일같이 스케이팅 연습 4시간, 지상 훈련 2시간, 그리고 근력 훈련 2시간으로 총 8시간의 무리한 훈련일정을 소화해냈다. 고교 선배인 김연아의 ‘승부 근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듯이 매사 열심이다. 곽민정은 김연아가 출연한 ‘피겨 장학금’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그는 3년 전 김연아가 전달한 장학금을 받았고, 고등학교도 자신의 롤모델인 김연아의 모교 군포 수리고로 진학했다.
곽민정은 이제 유망주를 넘어서 한국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어떤 모습을 선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선수다. 2011년 현재 곽민정은 국제빙상연맹(ISU) 세계 랭킹 56위에 랭크되어 있어 지난해보다 8단계 하락했다.
한편 김연아는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지난 7월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는 건너뛰고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싶다”며 “동계아시안게임에도 불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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