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명문에서 뛰는 만큼 박찬호가 얻는 프리미엄은 막강하다. 그러나 적은 연봉과 가공할 ‘부담감’은 그가 반드시 이겨내야 할 시련이다.
‘메이저리그 팬은 양키스 열성팬과 안티팬으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뉴욕 양키스는 주목도에 있어 차원이 다른 팀이다. 다시 말해 잘하면 월드스타로 승승장구할 수 있지만 못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맹비난에 물어뜯길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상처와 정신적 부담을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다. 아메리칸리그는 박찬호에게 아름답지 못한 추억을 남겼다. LA다저스에서 명성을 날린 뒤 첫 번째 이적 팀이었던 텍사스에서 그는 슬럼프에 빠졌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서는 내셔널리그에 비해 부담이 크다.
뿐만 아니라 악명 높은 뉴욕 언론과 극성맞기로 유명한 팬들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 잠깐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이들은 벌써부터 박찬호에 대해 입방아를 찧고 있다. ‘박찬호가 조니 데이먼이 양키스로부터 원했던 것을 가로챘다’는 식의 비판적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정신력이 중요한 야구선수에게 ‘꼭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독이다.
서른일곱의 국민투수 박찬호는 생애 마지막 도박판에 몸을 던졌다. 90년대 그의 활약에 울고 웃던 팬들은 이 마지막 베팅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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