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거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거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2-14 16:17
  • 승인 2008.02.14 16:17
  • 호수 720
  • 5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판 MLB<미국 프로야구>를 위해” 야구계 최대 도박 시작됐다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조인식에서 신상우 KBO총재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이장석 대표이사가 합의서를 주고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던 현대 유니콘스가 미국계 투자전문기업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가까스로 8개 구단체제를 유지하게 된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획기적인 도전을 이어간다. 도전보다 ‘도박’에 가깝다. 센테니얼은 메인 스폰서기업 이름을 구단명으로 쓰는 ‘네이밍 마케팅’을 비롯, 2~3개의 후원업체에 헬멧, 유니폼을 광고지면으로 팔아 팀을 꾸려갈 계획이다.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프로야구를 통해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센테니얼의 야심찬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야구선수 출신으로 센테니얼의 초대단장으로 취임한 박노준 전 SBS 야구해설위원은 “90억~120억원을 내겠다는 메인스폰서 후보들이 있다. 메인스폰서와는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고 10억원 안팎의 서브스폰서를 3곳 정도 구하면 한 시즌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센테니얼은 프로야구가입금 120억원과 첫해 운영비 80억원 등 200억원을 야구단창단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잘만 하면 ‘대박사업’

계산대로라면 센테니얼은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도 있다. 여기에 서울연고팀으로 관중흥행에 성공하면 입장수입은 고스란히 센테니얼의 주머니로 들어온다.

지금까지 모든 야구단들은 모기업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받아 적자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스스로 운영비를 마련하고 흑자까지 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획기적 발상이다.

특히 센테니얼은 투자전문기업으로 야구단을 홍보수단이 아닌 수익사업으로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야구단운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규정부터 뜯어고쳐야

메인스폰서에게 팀이름을 파는 네이밍 마케팅은 국내에서 생소하긴 해도 아무런 법적제약이 없다.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홍보효과가 큰 만큼 많은 기업들이 입맛을 다실만큼 매력적이기도 하다.

센테니얼은 2~3개의 기업들과 메인스폰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니폼과 헬멧 등에 이름을 올릴 서브스폰서들을 위해선 규정부터 고쳐야한다. 지금의 야구규칙에 따르면 ‘유니폼의 어떤 부분에도 상업광고와 관련된 휘장·도안물을 붙일 수 없다’고 돼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장 다음 규칙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없앨 예정이다. 센테니얼의 도전에 제도적 걸림돌은 최대한 치워주겠다는 뜻이다.

일본, 미국에선 유니폼광고를 하지 않지만 대만의 경우엔 이런 식으로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팀 이름 바뀌면…” 팬들 울상

야구는 한국프로스포츠 중 팬들의 충성심이 가장 강한 종목이다. 센테니얼의 고민은 바로 기업의 충성고객이나 다름없는 팬들 마음을 어떻게 다독이는가다.

프로스포츠에서 네이밍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센테니얼의 발상대로라면 현대유니콘스는 2~3년에 한 번씩 메인스폰서가 바뀔 때마다 팀이름이 변한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구단을 ‘내 팀’으로 여기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에겐 일종의 ‘배신행위’로 굳어질 위험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유니폼엔 최소 3개 이상의 후원기업 광고문구가 들어간다. 단색위주의 깔끔한 유니폼에 길들여진 팬과 선수들이 쉽게 적응할지 의문이
다.

무엇보다 야구장이 스포츠무대가 아닌 상업광고를 위한 ‘시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팬들은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이에 대해 박노준 단장은 “팬들이 우려하는 ‘누더기’수준의 유니폼은 만들지 않겠다. 적당히 수위를 조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술렁이는 팬 심(心)을 다스리기엔 역부족이다.


최악 경우 ‘쪽박’ 찰 수도

야구단경영으로 돈을 벌겠다는 센테니얼의 자신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한 번도 국내에서 시도한적 없는 경영기법의 성공가능성은 미지수다. 관중흥행과 언론노출빈도로 계산된 광고 단가는 지극히 관념적이다.

현대유니콘스 시절 현대해상이 헬멧광고단가로 15억원을 쳐줬지만 이것은 지극히 구단 지원적 성격이 강했다.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선 실제로 10억원 이상은 받기 힘들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메인스폰서가 구해진다 해도 100억원이란 큰돈을 투자받긴 힘들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프로야구 전체 타이틀 스폰 가격도 5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단 한 팀의 이름을 얻기 위해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줄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철저히 이윤추구를 위해 야구단을 인수한 센테니얼이 적자를 본 뒤 야구계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O는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5년이란 계약기간을 못 박았지만 임시방편이다.

5년 뒤 센테니얼이 제2의 현대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2008야구계의 최대도박은 이미 시작됐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