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독일 못 간다”…레드카드 ‘경고’
“이대론 독일 못 간다”…레드카드 ‘경고’
  • 구명석 
  • 입력 2006-02-28 09:00
  • 승인 2006.0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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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21·FC서울)은 전훈 초반이었던 지난달 21일 그리스전, 25일 핀란드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이후 5경기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박주영 위기설’이 솔솔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시리아와의 2007 아시안컵 축구 예선 1차전의 경기 결과는 득점과는 상관없이 인상적 플레이를 남기지 못한 박주영에게는 월드컵 진출을 향한 꿈이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쓰임새 놓고 포지션 논란

지난달 15일 시작해 40일 가까이 진행된 축구대표팀의 해외 원정은 축구천재 박주영(21·FC서울)에게 큰 시련을 남겼다. 원정경기의 결과를 통해 대표팀 내에서 박주영의 위치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공격수나 2선 공격수가 제격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것. 박주영은 중앙에서 뛰었던 청소년대표팀이나 소속팀 FC서울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고, 오늘의 박주영이 있기까지는 스트라이커로서 보여준 재능도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박주영을 처음 선발했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감독은 지난해 6월 독일월드컵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를 맡겼고, 이는 아드보카트 체제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박주영의 주포지션에는 이동국(포항)과 안정환(뒤스부르크)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두 선수의 백업으로는 정조국(서울)과 조재진이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합류했다. 측면공격수는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과 중앙에 올리는 날카로운 크로스가 필요한 포지션. 하지만 박주영이 측면공격수의 이러한 역할을 십분 발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로 박주영이 경기 중에 크로스를 올리는 장면은 많지 않았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하는 체력이나 활동량에서도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최근엔 ‘박주영 위기론’이 솔솔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력 향상 요구돼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시리아 알레포의 알 함다니아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안컵 1차예선 B조 1차전 시리아와의 경기는 박주영이 처한 최근의 위기 상황을 잘 보여준다.박주영은 애초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왼쪽 윙포워드 자리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경호(광주 상무)가 시리아 입성 후 가진 첫 훈련 뒤 왼쪽 허벅지 안쪽 근육에 긴장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아 정상적인 경기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예상과 달리 시리아전 선발로 정경호를 택했다. 그리고는 정경호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라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하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8분 정경호를 빼고 박주영을 투입했다.

정경호는 이날 활발한 몸놀림으로 왼쪽 측면을 오르내리며 대표팀의 주공격 루트를 열었고, 김두현의 선제골에 기여하는 등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박주영은 득점과는 상관없이 인상적 플레이를 남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후 “코스타리카전과 멕시코전에서 아주 잘 해줬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정경호를 선발 투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주영에 대해서는 “아직 좀더 보여줘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결과적으로 시리아전에서의 박주영 카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반 중원을 장악했던 한국은 후반 상대의 빠른 중앙 공격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여러번 실점 위기에 직면해야 했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간 박주영은 몇 차례 볼을 키핑하며 반격을 모색했지만 헛발질, 또는 상대 수비에 막혀 힘없이 쓰러지면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박주영의 활약곡선이 하향세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훈 첫경기 UAE전에서 풀타임 활약했던 박주영은 이후 그리스, 핀란드전에 연속 선발출전해 2골을 터트리며 주가를 높였으나 갈수록 플레이에 힘이 빠지며 결국 말미엔 후반 교체 요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지훈련 후반으로 갈수록 베스트11의 활용 빈도를 높여 조직력을 다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실험이 계속됐던 중앙 수비수 자리는 최근 최진철(전북)과 김진규(이와타)의 출전횟수가 늘고 있는 추세. 스리톱 역시 박주영이 제외된 정경호(광주)-이동국(포항)-이천수(울산)로 굳어진 인상이 짙다. 그 동안의 전훈과 시리아전 결과만 놓고 보면 박주영은 2006 독일 월드컵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유럽파와 힘겨운 경쟁만 남아

앞으로 이번 전훈에 불참한 유럽파 6명이 가세할 경우 박주영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영표(토튼햄 핫스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을 제외한 4명의 선수가 모두 공격포지션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 포지션 변경의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박주영은 2002년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설기현(울버햄튼)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없다.해외 전지훈련과 평가전, 아시안컵 예선 1차전을 마친 축구 국가대표팀이 2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대표팀은 도착 후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다음 오는 27일 낮 12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다시 소집돼 3월 1일 앙골라전에 대비한다.

재소집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를 맞아 모처럼 돌아오는 유럽파도 합류해 한층 더 격화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뭔가 보여달라”는 박주영에 대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이 좀 더 분발하도록 자극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어려움의 극복 없이는 발전도 없는 법이다. 독일월드컵을 통한 해외진출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 흥국생명 여자 배구단 사령탑 교체감독 격하 논란 ‘시끌법석’

프로여자배구 ‘미녀군단’ 흥국생명이 20일 김철용(52)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황현주(40) 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3년부터 팀을 이끌어왔던 황 전 감독을 퇴진시키고 ‘코트의 승부사’로 통하는 전 여자 국가 대표팀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정한 것이다.하지만 황 전 감독은 21일 구단이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기면서 수석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황 전 감독은 “지휘권도 없는 수석코치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같은 팀에서 감독을 하다 수석코치를 맡는 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마음만 착잡하다”고 말했다. 현역 감독의 지위를 격하시켜 코치로 임명하는 것은 배구계에서 처음 있는 일. 게다가 흥국생명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감독 교체는 배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배구계는 흥국생명의 감독 교체를 놓고 “정규리그를 70% 이상 소화한 시점이고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감독을 교체할 필요가 있겠냐” 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또 한국배구연맹(KOVO)과 흥국생명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구단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난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선 팬들로서도 예상 밖의 감독 교체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흥국생명 여자배구단 이승규 사무국장에 의하면 “김철용 감독 영입은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고, 우승을 기대하는 구단으로서도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를 갖춘 감독 영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황 감독을 밀어내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고 나면 가겠다고 했지만 흥국생명의 재촉이 심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물론 1위를 달리며 우승을 노리고 있는 구단으로서 당대 최고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김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올 시즌 만년 ‘꼴찌’에서 선두로 뛰어 올랐다. 거기에는 ‘대형 루키’ 김연경과 ‘백어택의 여왕‘ 황연주 등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지난 2003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황 전 감독(40)의 수고와 노력도 배제할 수 없다.스포츠 세계에선 물론 우승이 중요하다. 하지만 구단과 감독, 감독과 선수와의 관계속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건강한 구단이 될 수 없다. 시즌 중 1위를 지휘한 감독을 전격 경질한 흥국생명의 말처럼 `스타 선수와 스타 감독의 조화’를 이루며 우승컵을 안을지 아니면 선수단 분위기를 해치는 독(毒)으로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석>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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