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북 강경파 vs 온건파 ‘북풍론’ 대치

청와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를 두고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한창이다. 처음부터 청와대는 북한의 개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보수진영과 국방부에서 ‘북한의 개입설’에 무게를 두면서 청와대 역시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6·2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북풍이 어떤 영향을 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풍’은 집권 여당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풍으로 몰고 가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향후 집권 하반기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G20 개최’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묻어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적 지도자로 남느냐 아니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보수 강경파로 남느냐는 기로에 서게 됐다.
청와대가 딜레마에 빠졌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터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대북관계가 엉켜버렸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과 언론은 지난 천안함 희생자 추모기간을 기점으로 ‘북한 개입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권 집권시 ‘북풍’이 선거전에 불 경우 집권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중간 심판’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MB 정권으로서는 ‘북풍’을 활용해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국방부를 비롯해 보수진영과 언론 매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호흡을 맞추는 데서 감지된다. 천안함 최대 피해자인 국방부가 정보를 흘리고 보수 언론이 이를 받아 ‘북풍’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는 보수 진영의 기대와는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역대 보수정권이 보였던 행태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며 “향후 남북정상회담도 가져야하고 국제적인 행사인 G20도 예정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 북풍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모든 게 엉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 인사는 “MB 역시 역대 두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지도자로 남기를 원하는 것은 똑같다”며 “이를 위해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은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MB, ‘국제적 지도자’로 남을 수 있나
실제로 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2022년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제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올해 12월 초 FIFA 본부에서는 24명의 집행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국가를 동시에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월드컵 유치신청을 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MB 정권의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 시나리오가 ‘북풍’으로 인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 달가울리 없다. 이를 주장하는 청와대 중도우파 인사들은 박형준 정무수석을 비롯한 비둘기파 세력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 보수 강경파들의 입장은 다르다. 매파 진영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풍으로 몰고 가 보수진영을 결집시켜 지방선거를 유리한 구도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그동안 ‘대북 퍼주기’, ‘햇볕 정책’으로 인해 안보 불감증에 빠진 대국민 의식을 고양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6자 회담이나 남북 관계에서 미국과 북한에 주도권을 빼앗긴 남측이 강경 드라이브를 통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문제는 역풍이다. 자칫 침몰 배후에 대한 정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풍’으로 몰고 갈 경우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권 중간 심판’에 ‘위기관리 능력 부재’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경우 지방선거 승리 및 남북관계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다. 천안함 사태의 원인 규명이 영구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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