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처리 두고 친박 핵심 인사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을 두고 친이와 친박간 본격적인 세싸움이 시작됐다. 청와대 및 친이 진영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위한 강제적 당론 채택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강제적 당론을 정하기위한 당내 국회의원 113명 의석확보를 마쳤다고 보고 3월중이라도 표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자신감 뒤에는 중립성향 의원을 비롯해 친박 성향 인사들까지 이미 포섭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미 박근혜 전 대표의 좌장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친박 진영에서는 다음에 누가 또 세종시 수정안으로 돌아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 절충안을 제안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는 김 의원의 제안을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한 상황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표는 ‘좌장은 없다’며 김 의원을 더 이상 ‘박근혜 좌장’으로 불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의원 역시 ‘절충안이 안된다면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면서 박 전 대표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다. ‘국민투표’ 주장은 이미 친이 일부 진영에서 낸 안으로 김 의원이 탈박을 떠나 친이로 돌아섰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배경이다.
세종시 처리를 두고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김 의원이 친박 울타리에서 떨어져 나간 셈이다. 김 의원은 작년에 친이계에서 원내대표직을 제안했지만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친이계에서는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 지역뿐만 아니라 친박 의원들의 모임인 ‘여의포럼’을 이끌었던 김 의원이 다른 인사들에게 영향을 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편 김 의원의 ‘변신’에 한나라당 친박계 한 인사는 “원래 김 의원은 친박이기 이전에 친이명박 사람이었다”고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 의원의 인연은 2004년 2월달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에 조문을 갔다”며 “그 당시 서울 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부산지역 출신인 김 의원이 같은 버스를 타고 옆자리에 앉아 함께 내려갔다”고 전했다.
김무성,
“친박 이전에 친이였다” 주장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최재범 제 2행정부시장이 다음 부산시장으로 정하는 게 어떻냐고 김 의원에게 제안을 했다. 김 의원 역시 부산 정가의 라이벌 격인 권철현 전 의원이 밀고 있는 허 후보보다 최 부시장의 당선을 위해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선거 준비기간이 짧았던 최 후보는 4:6까지 당내 경선을 따라갔지만 고배를 마시고 현 허남식 부산시장이 당선됐다. 현재 한진중공업 부회장으로 있는 최 전 부시장은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오면서 허 시장과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 대통령과 김 의원은 친분을 본격적으로 쌓게 됐다. 또한 김 의원이 젊은 시절 사업을 할 당시 포항에서 머물렀는데 그 당시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MB와 SD 두 형제와 친분이 있어 친이 성향이 강한 인사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친박의 좌장으로 불리게 된 2005년 1월부터 1년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던 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박 전 대표가 당시 천막당사에서 염창동 당사로 이사할 당시에도 김 의원은 자신의 친형 건물을 당사로 사용하게 해 박 전 대표와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애증의 세월은 세종시 문제로 인해 5년이 채 안돼서 갈라선 셈이다.
홍사덕, ‘당 대표-국회의장’ 친박 걸림돌
세종시 문제로 김 의원이 말을 바꿔 타자 친박 진영에서는 다음 탈박한 인사는 누구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세종시 원안보다 절충안을 제시했던 홍사덕 의원이 친이계의 다음 타깃으로 꼽히고 있다. 홍 의원 역시 세종시 문제를 두고 친이와 친박간 격돌하자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 홍 의원은 지난 1월초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행정부처 이전 전면 백지화를 전제로 작성된다면 국회에서 바로 부결 처리될 것”이라며 5~6개 행정기관과 적절한 수의 처·청을 옮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로부터 일축당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일뿐’이라고 꼬리를 내린 바 있다.
또한 설전후로 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강도론’으로 설전을 벌일 당시 홍 의원의 발언이 친박 진영으로부터 ‘눈총’을 사기도 했다. 당시 홍 의원은 “박 전 대표 주변사람들이 기민하게 진상을 전달하지 못해 오해를 만들게 한 탓에 생긴 일”이라며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로 인해 친박 핵심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오해를 한 것도 아닌고 정확하게 할 말을 한 것인데 무슨 문제고 왜 미안하게 생각하냐”고 거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홍 의원의 정치적 야망으로 인해 탈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됐다. 홍 의원의 이력을 보면 화려하다. 중앙일보 기자출신으로 11대 총선부터 시작해 6선의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다. 정치 이력을 보면 원내총무, 장관, 대변인, 국회부의장 등 안해 본 게 없다.
그가 안한 것은 당 대표와 국회의장, 그리고 대통령 세 가지 직책만 빼고 정치 경험은 거의 다 해본 인사다. 하지만 친박이라는 낙인은 현 당구조하에서 대통령은 차치하고 당 대표나 국회의장도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국회의장은 친이계 박희태 전 대표가 유력하다. 박 전 대표가 연고도 없는 경남 양산 재보선에 출마해 뱃지를 단 배경이다. 6선인 박 전 대표가 나이나 선수로도 홍 의원에게 밀리지 않는다.
7월에 열릴 당 대표 선거 역시 만만치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지 않는 이상 친이에서 당 대표직을 가지고 갈 공산이 높다. 하지만 ‘국회의장직’과 ‘당 대표 출마’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홍 의원으로서 탈박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박근혜 섭섭한 서청원, 친MB계 ‘사면’ 기대
한편 홍 의원과 함께 서청원 전 대표 역시 친박에서 뛰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서 전 대표는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을 묶어서 친박연대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지난해 5월 징역 1년6개월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복역중 심근경색 악화로 인해 작년 7월 30일 검찰의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2차 형집행정지 요청이 무산되면서 지난 5일 의정부 교도소에 재수감됐다.
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연대에서는 특별사면을 MB 정권에 요청하고 국회의원 233명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3·1절 특별사면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 전 대표로서는 내심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사면 탄원서에는 서명을 했지만 서 전 대표에 대한 어떠한 항의나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전 대표와 서 전 대표간 갈등설마저 제기됐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이끌고 성공한 이후 박 전 대표는 친박 연대를 해체할 것을 서 전 대표에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적 부담이 크고 친박 연대라는 당명도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친박의 서 전 대표가 공천헌금으로 실형을 받은 상황에서 친박 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신에게 튈 수도 있다. 친박 연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희망연대로 당명을 바꾼 배경이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서 전 대표로서는 친박 연대 해체는 자신의 방어막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했다.
오히려 최근까지 이규택 친박연대 대표와 공동 대표를 유지하기도 했다. 서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섭섭함’이 남아있는데다 MB 정권으로부터는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탈박’가능성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친박계 인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친박 인사 표적 사정설’과 겹쳐서 향후 세종시 강제적 당론 처리 과정에서 탈박하는 인사들이 더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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