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올해초 박근혜-권노갑 회동설 ‘파다’

박근혜 전 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형상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칼끝 대치를 벌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외연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내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박 전 대표지만 영남을 기반으로 충청, 호남을 묶기위한 작업이 그것이다. 이런 정황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여의도에서는 박 전 대표가 DJ의 좌장이자 동교동계 맏형격인 권노갑 전 고문과 최근 회동했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또한 충남도지사를 지낸 심대평 의원의 신당이 이완구 전 충남지사를 매개로 친박 연대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박 전 대표는 영남·충청·호남을 아울러 수도권 기반의 친이 후보에 맞서 차기 대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권노갑 전 고문과 회동설이 나오는 것은 현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당장 당내에서는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주류로 부상했고 당원·대의원 구성에 있어서도 친이 인사들로 교체된지 오래다. 지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친이 진영은 ‘세종시 수정론’을 통해 충청 민심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한 마디로 박 전 대표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TK)을 제외하고 수도권+충청+부산·경남(PK) 지역 연대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광폭행보의 발로는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친박 성향의 김태호 경남지사가 자진 불출마 선언을 하도록 만든 점이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표 역시 세종시 관련 ‘원안+알파’ 주장으로 충청민심 잡기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 맞서 세종시 원안에 ‘올인’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울지역 민심을 잡기위해 소장파 대부격으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원희룡 의원과 지난해 말 회동을 가졌다. 또한 서울시장 재선이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1월초 만남을 통해 당내 ‘넘버2’로서 힘을 과시했다.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의 텃밭인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충청, 수도권 양분을 통해 차기 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시나리오다.
권노갑, ‘박근혜 대통령’은 동서화합의 상징
여기에 올해 초 권노갑 전 고문과 박 전 대표의 회동설은 영호남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기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호남지역에서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유일한 인사다. 또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민주화추진협회의회’(이하 민추협) 일부 회원들이 박 전 대표를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민추협은 1987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실패이후 YS와 DJ가 갈라서자 관계 회복을 위해 결성된 정치협의체다.
이미 민추협은 DJ서거이후 YS와 화해의 장을 만들면서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민추협은 그동안 산업화 세력의 대표인 박 전 대표와 민주화 세력의 거목인 ‘YS-DJ’가 화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해 11월말에는 YS의 초청으로 이뤄진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만찬장에서 권 전 고문은 상도동계의 ‘국민통합’에 제의에 영호남 통합을 의식한 ‘동서화합’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경선 당시 민추협 회원이 박 전 대표 지지선언 배후에 권 전 고문이 지목되기도 했다. 결국 권 전 고문은 상도동과 동교동계의 화해가 이뤄진 상황에서 ‘동서화합’의 가시적인 성과물로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민주당과 동교동계의 정치적 상황이 권 전 고문으로 하여금 박 전 대표와 회동설이 나오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내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에 대항할 후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한몫했을 것”이라며 “유력한 대선 후보인 정동영 의원과 ‘정풍 운동’으로 앙금이 여전히 남아 관계가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화갑 전 고문이 두 인사의 화해의 장을 마련했지만 실패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동교동계의 분열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동교동계는 원내 박지원-박주선 의원과 원외 한화갑 전 대표, 그리고 권 전 고문이 세를 나눠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박지원-박주선 두 의원은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정세균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정동영 의원과 교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 전 고문은 박 전 대표를 카운터파트너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한 민추협 회원으로 박 전 대표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과 MB 정권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지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이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권 전 고문은 기대하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와 권 전 고문의 회동설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원희룡 의원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는 것보다 권 전 고문을 만나는 게 훨씬 정치적 의미가 크다”며 “이참에 이회창 총재와도 만나서 확실하게 우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연 확대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했다.
이완구 전 지사, ‘친박연대-심대평’ 신당 매개?
실제로 친박 진영은 세종시 원안으로 충청권 민심을 잡는 것과 동시에 내달 출범할 심대평 신당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래희망연대로 당명을 변경한 친박연대는 영남, 충청, 강원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삼아 후보를 낼 심산이다. 무엇보다 충청 지역이 한나라당세가 약하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세종시 원안통과를 주장하며 도지사직을 사퇴해 충남지역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충남도지사를 38세부터 시작해 관선·민선 5번을 한 심 의원과 연대한다면 충남도지사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까지 석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이 전 지사의 경우 한나라당을 탈당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심대평 신당과 친박연대가 연대해 자신을 충남도지사로 옹립할 경우 재차 도지사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정가의 전망이다. 이럴 경우 친박 진영은 영남을 기반으로 한 박 전 대표가 호남, 충청을 아우르는 지역 대연합을 통해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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