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친박계 스폰서 기업 내사 ‘왜’
청와대, 친박계 스폰서 기업 내사 ‘왜’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2-09 09:18
  • 승인 2010.02.09 09:18
  • 호수 82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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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선거 실탄 제거하라”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위) 지난 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친박연대 당원들이 모여 서청원 전 대표 사면촉구대회를 열고 있다. photo@dailysun.co.kr

친박(친 박근혜)계 내부에 심상치 않은 술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자 정치권에선 친박계의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내에서도 분당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분당은 안된다는 쪽, 그리고 한나라당에 머물며 독자적인 행보를 가야한다는 의견으로 제각각 나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내부에서 미묘한 동요가 일고 있다. 세종시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자 친이계와의 대립구도를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는 사석에서 친이계 편을 들기도 한다.

친박계의 동요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친박계 인사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친박계의 불안 요인은 다른데 있다. 사정기관에서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 정치자금 관련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사정기관 내사에 대해 일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정기관이 친박계 인사를 지원해온 기업의 정치 후원금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정치권 동정에 밝은 한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사정기관에서 친박계 정치 후원금 중에서도 특히 30대 기업 스폰서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구체적인 조사대상 기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A사와 B재단 등이 타깃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은밀히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조사는 작년 10월경부터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시기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본격조사는 지방선거 전인 3월중 그리고 선거직후인 7~8월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C씨와 D씨 등 6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내사를 통해 문제점이 포착된다 하더라도 여권이 이를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섣불리 친박계를 건드렸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또 친박계가 한나라당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상 어떤 경우에서든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박계가 분당을 하지 않는 이상 여권은 내사결과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정기관의 내사가 친박계 숨통 조이기용 카드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태호 불출마 배경도?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김 지사는 “경남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생각으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옳다”면서 “불출마 선언을 앞두고 수많은 시간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3선 도전과 연임 가능성이 컸던 김 지사가 돌연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했다. 여론은 김 지사의 입각설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입각설에 대해 “장관직 제의를 받았다거나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들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지사가 입각설을 부인하자 이번에는 다른 배경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김 지사 불출마 외압설이 그것이다. 외압설은 친박계 사정기관 내사소문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지사는 친박쪽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3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김 지사가 여권의 모 인사를 만나 불출마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내사 소문에 무게를 실었다.

이 인사의 말을 들어보면 김 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 여권의 핵심인사로 꼽히는 E씨를 청와대 주변에서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E씨는 김 지사에게 존안카드를 내보이며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한다. 정보기관이 작성한 걸로 알려진 존안카드에는 내사중인 다른 친박계 인사들의 명단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외압설에 대해 “누구한테도 외압을 받은 적이 없다”며 “만약 외압이 있었다면 정치인으로서 오히려 기회로 삼았을 것”이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이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도지사에 불출마하게 되면 모든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한다”며 “3선을 하게 되면 경남도지사라는 직책으로 끝이다. 이제 나에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뿔난 박근혜 속내

친박계 내부에선 친박을 겨냥한 사정기관 내사 배경에 청와대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파다하다. 이는 세종시 문제로 친이계와 날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친박연대 서청원 전 대표의 구속, 그리고 사정기관이 여야를 막론하고 전방위 내사를 벌이고 있는듯하지만 실제로는 친박 만을 겨냥한 내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자신과 친박계에 대한 내사 소식을 접하고 친이계와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경 여의도에선 친이계가 친박계를 견제하기 위해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살생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잠깐 나돌았다.

동시에 박 전 대표의 부정축재와 정치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사정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이어 불거져 나온 것이 바로 KBS 드라마 ‘경주 최부자’논란이다. 이 드라마는 말미에 박정희 정권의 영남재단 강탈사건을 다룰 것으로 알려져 친박계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했다.

사정기관에서는 현재 박 전 대표의 재산문제와 정치후원금 문제를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정보기관에서도 박 전 대표와 관련된 ‘X-파일’을 80% 정도 완성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박 전 대표 X-파일의 용도는 한명숙 전 총리와 그 절차가 비슷하다. 돈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 시점에 X-파일이 있다 해도 이를 공개하거나 활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숱한 소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세종시 문제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이와 친박 내전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주목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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