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GT세력 ‘솎아내라’
친노-GT세력 ‘솎아내라’
  • 홍준철 
  • 입력 2006-02-22 09:00
  • 승인 2006.02.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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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2·18전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당초 슈퍼전대라며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이변 없이 정동영 후보가 신임 당 의장으로 당선됐다. 정 신임 의장은 이로써 5·31 지방선거를 주도적으로 치르게 됐다. 정 의장은 당 의장 수락 연설에서 ‘힘 있는 여당, 일사불란한 당’의 모습을 강조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밝혔다.또한 당 의장 선거를 통해 노정된 계파별 갈등을 봉합하고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정 의장측은 당 화합을 위한 지명직 상임중앙위원과 주요 당직에 ‘계파별 안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동영계로 인적구성을 채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GT계나 친노직계 세력의 당내 진출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일단 정동영측은 2월내 당 혁신 프로그램과 당직 인선을 마무리해 ‘속전속결’로 정동영 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제2의 전성기 “글쎄…”

정동영 당 의장은 지난 2004년 1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장으로 선출됐다. 초대 당의장에서 두 번째로 당의장에 당선됨으로써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셈이다.정 의장은 1대 당의장 시절 47석이라는 미니정당을 152석이라는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노인 폄하 발언’으로 당 의장 후순위였던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에게 5개월만에 당 의장직을 물려줘야만 했다.하지만 정 의장은 당의 공헌에 따라 같은 해 7월 통일부장관으로 참여정부에 입각했다. 정 장관측은 비록 5개월 남짓 당 의장직을 수행했지만 박근혜 대표와 회담을 갖는 등 힘 있는 당 의장의 모습을 보여줬고 당 지지도도 가장 높았음을 전대기간 동안 상기시키기도 했다.열린우리당은 이후 당 의장을 거친 인사로 신 전의장을 비롯해 이부영, 임채정, 문희상, 정세균, 유재건 전의장 등 2년간 당 의장 7명의 잦은 교체로 위상이 약화됐다.

이에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실추된 당의 위상을 되찾고 힘 있는 여당 수장으로서 당을 일사불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정 의장측은 그동안 당정관계에서 당이 유약한 모습을 보였고 정부가 당의 입장을 무시하고 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정동영 의장의 이재경 공보실장은 “당이 소득세 추가공제 폐지에 부정적인데도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100%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며 “이는 정부가 당을 졸로 보는 것으로 재발한다면 여당이지만 분명한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힘 있는 여당으로서 당·청관계의 재정립도 시사했다. 정 의장의 또 다른 측근은 “당·청관계에 있어서도 청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의장이 직접 당의 주도적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청관계도 재정립

정동영 신임 당 의장은 초대 당의장을 거쳐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차 당 의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총선이후 의장직에서 물러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일단 정 의장측은 당 혁신 프로그램을 조속히 발표하고 당직 인선도 2월내 마칠 계획이다.정 의장의 한 관계자는 “일단 시스템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한다고 해도 인적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원들과 국민들은 당의 변화된 모습을 인식하지 않는다”며 인적 쇄신바람이 불 것임을 시사했다. 정 의장은 상중위 2명과 주요 당3역, 당내 위원회 등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의 다른 측근은 “계파별 안배라는 관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당의 일치단결된 모습, 혼연일체된 관점에서 인적교체는 이뤄질 것”이라고 내부 기준을 밝혔다.

우선, 당 의장으로 할당된 상임중앙위원 2명과 관련, 그는 “현재 2석에 대해서는 외부인사 영입 1석과 40대 재선그룹에서 1명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한편 계파별 안배가 없다는 기조에 따라 주요 당직인 대변인, 비서실장, 사무총장과 핵심 실무라인인 전략기획실장, 홍보기획, 조직파트는 정동영계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이는 친노세력과 GT계열이 사실상 당에서 축출될 가능성이 높아 당내 불씨로 작용될 전망이다.현재 정동영계보로는 바른정치모임 소속인 김한길 원내대표를 필두로 이강래, 김현미, 이종걸, 최규식, 최성, 정장선, 박상돈, 민병두, 박영선 의원이 있다. 또 정동영 캠프에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한 ‘국민참여 1219’의 정청래 의원과 핵심 브레인으로 나라비전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박명광 의원, 권만학 경희대 국제경영대 교수,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김관옥 계명대 정치학과 교수,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이 포진해 있다.이밖에 실무 참모진으로 양기대 전 부대변인, 황세권·이재경 공보실장, 정기남 전보좌관, 김갑수, 이상호, 김상일씨가 있다.

당의장 책임론 차단 주력

당 인적구성을 통해 정 의장측은 당을 쇄신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당내 계파별 역학구도를 감안해 ‘아름다운 동행’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선거과정에 노정된 계파간 갈등을 봉합하고 지방선거에 당이 승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제인 셈이다.한편 당 의장 선거기간 동안 각을 세워온 김근태 상임중앙위원과의 관계 설정이 관심사이다.정 의장실의 관계자는 김 위원과 관련, “지방선거에서 당연히 김 위원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대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맡도록 요구할지 아니면 제3후보를 영입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그는 “선대위원장에 대한 고민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치일정상 3월말에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발언은 당 쇄신측면에서 당 공동 선대위원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일신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특히 김 위원이 당 의장 선거직전에 제시한 ‘조건부 의장직 사퇴’발언과 관련, 정 의장측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정 의장측은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의장직 사퇴 운운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며 “당 의장 책임론을 벌써 제기하는 것 자체도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당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현재 이슈화하는 것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오히려 그는 김 상임중앙위원측을 겨냥 “현재 한나라당이 지방의회 85%를 차지하고 25개 서울 구청장중에서 23개를 차지하고 있다”며 “10년 지방의회 권력을 교체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속에 당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정동영 흔들기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5월 남북 국회회담 추진

정동영 의장이 밝힌 지방선거 승리 로드맵은 다소 추상적이다. 일단 힘 있는 여당 만들기와 당의 혁신, 사회 양극화 해소에 따른 비전 제시이기 때문이다.이에 낮은 당지지도를 높이고 당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당내 새로운 인재들을 대거 수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이에 정 의장은 16개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주요 기초단체장 후보에 정 의장과 친분있는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킬 전망이다. 그동안 ‘소강’상태였던 인재영입에 당 의장이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정 의장의 측근들도 당 인적구성 재편을 통한 조직개편, 그리고 지방선거에 외부인사들의 대거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특히 정 의장측은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 중 한 곳, 전북·대전·영남에서 한 곳 정도를 당선시키면 ‘선방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어 전략공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나아가 정동영 측근들 사이에 지방선거전 정 의장의 방북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정 의장이 일본 외신기자클럽과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올해 개최할 것이며 남은 문제는 시기’라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정 의장은 ‘통역상의 오류’라고 해명했다.하지만 남북관계의 변화가 여권에 유리한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4월 방북설이 탄력을 받고 있고 여기에 정 의장의 방북설도 함께 나오고 있는 것이다.

DJ-정 의장 동반 방북은 불필요한 정치적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전 통일부 장관에 여당의 수장으로서 정 의장이 DJ방북이후 남북 국회 회담 성사를 명분으로 한 방북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정 의장측은 “5월 방북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설령 5월에 방북을 하더라도 2000년 총선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발언 때처럼 역풍을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방북 이벤트는 국민들에게 먹히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 정동영 의장, 고건·천정배에 ‘쓴소리’무혈입성 “꿈도 꾸지마”

5·31지방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정동영 의장의 주변엔 경쟁자가 많다. 이번 당의장 선거를 두고 김근태 후보와 ‘맞짱’을 뜨면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의 견제도 받아온 게 사실이다.우선 김근태-고건 연합전선을 통해 정 후보는 포위 공격을 받았다. 고 전총리는 차기 대권주자이면서 호남지역 맹주자리를 놓고 정 의장과는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정 의장측 이재경 공보실장은 고 전총리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는 “97년 대선 때 민주당의 조순 후보는 당시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와 마지막에 가서 손을 잡았다. 그러나 결국은 DJ한테 패했다”며 “당시 전국적으로 이조(이회창-조순)국밥집만 유행 했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그는 2002년 대선에도 월드컵 효과로 정몽준 후보가 나타났지만 결국 단일화 무산으로 ‘유야무야’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고 전총리같은 분은 대선 때마다 있었다”며 ‘허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정가에 퍼져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김근태는 별로로 생각한다.

차기 대선에서 제3후보로 천정배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일설과 관련해서도 발끈했다.이 실장은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자 나오는 말”이라며 “지방선거이후 당에 복귀하는 것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무혈입성하려는 것으로 복귀하려면 5월전에 와서 선거에 적극 참여하라”고 쓴소리를 보냈다.정 의장측은 천 장관이 당 외곽에서 측면지원을 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한발 떨어져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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