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상회담 ‘정국반전’- 박근혜 ‘정면 돌파’
MB 정상회담 ‘정국반전’- 박근혜 ‘정면 돌파’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2-01 16:40
  • 승인 2010.02.01 16:40
  • 호수 82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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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구 전략]
인도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환영식이 열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위) 지난달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신년행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photo@dailysun.co.kr

정부가 지난달 27일 세종시 수정안을 법제화하기위해 행정도시건설특별법 등 4개 관련법을 입법예고 했다. 이로써 세종시를 둘러싼 친이 친박 여야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내에서는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출구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칫 지방 선거라는 큰 전쟁을 앞두고 당 분열은 패배를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MB 측근들은 히든카드로 ‘남북정상회담 카드’와 세종시 전격 방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보수정권인 한나라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구정전 세종시를 전격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여론몰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충청민심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복안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에 해안포를 발사했다.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전문가들은 남한에 대한 도발 성격보다 향후 개최될 6자회담 및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서 미국보다 주도권을 잡기위한 액션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자주 구사하고 있는 ‘강온 양면 전략’의 일환으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MB 정권으로서는 남북관계가 경색될수록 남북정상회담 카드가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대북 퍼주기’로 비판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지적했던 한나라당에서조차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진보 진영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담과는 다르게 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만큼이나 극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 역시 남북정상회담은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공산이 높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내라도 안만날 이유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MB, 정국 반전용 ‘남북정상회담’ 다목적 카드

일단 역대 두 대통령과는 차별화 된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명박표 남북정상회담’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경제인 출신인만큼 일방적 퍼주기보다는 주고받는 그랜드바겐(일괄타결방식)이 될 것이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세종시 규모의 국내 대기업을 북측에 이전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세종시 문제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이다. DJ와 노 전 대통령 정상회담은 보수진영에서 극렬하게 반대했다. DJ의 경우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상회담을 발표해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노벨평화상 빅딜 의혹’까지 일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대선 6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해 ‘대선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보수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진보진영 또한 강한 반발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자유롭다. MB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하더라도 크게 정치적 부담감이 적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군인 보수언론과 단체들이 보수정권출신인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높게 평가하면서 ‘이명박 띄우기’가 가속화될 공산이 높다. 이로 인해 국정운영 3년차를 맞이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이미 청와대뿐만 아니라 친이 인사들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흘리면서 바람몰이에 들어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인 김덕룡 국민통합보좌관은 최근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 수밖에 없고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6자 회담이 재개될 공산이 높다”고 밝혔다.

류우익 주중 대사 역시 지난달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중대사로서 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할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엔 남북정상회담도 포함되며 고위 당국자 간 회담과 실무회담도 포함된다”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근혜 고립화 전략에 ‘역고립화’로 맞서

이처럼 친이 진영에서 전방위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이며 지지부진한 세종시 문제에서 정상회담으로 국면전환시키려는 의도에 맞서 친박 진영도 ‘모종의 히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를 구정전 전격방문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세종시를 방문할 경우 MB 정권의 전방위 세종시 여론몰이는 급속히 냉각될 조짐이다. 여전히 충청도 민심은 ‘원안’에 대한 찬성률이 높은 상황에서 대중 친화력이 높은 박 전 대표가 세종시를 방문할 경우 수정안에 흔들렸던 일부 충청민심과 여론이 원안으로 고착화될 공산이 높다.

나아가 민주당, 자유선진당, 심대평 신당으로 나뉘어 있는 충청권이 박근혜 열풍으로 지방선거에서 ‘친박 연대’나 친박 성향의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먼저 방문할 경우 취소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자칫 박 전 대표의 선점효과로 인해 이 대통령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전격’방문을 검토하는 등 MB정권에 맞서 ‘세게’ 나가는 것과 관련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차기 대권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은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권의 정통한 한 인사는 “확실하게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차기 유력한 대권 구도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통령이 방문이 예고된 상황에서 세종시 전격 방문 검토설이 흘러나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 월간지에 게제된 48쪽의 ‘박근혜 고립화 전략’이란 문건이 박 전 대표의 강경한 태도에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친이 핵심인사가 청와대에 건넨 것으로 알려진 <당정청의 총제적 재정비 방안 2009.05.01>이란 제목의 문건안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권구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친이계가 당권을 지속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당내기반 확보”를 강조하며 ‘친박계의 포섭 및 견제’와 그 구체적 방안으로 “상징성 높은 원내대표에 친박계 핵심인사 배치”를 제안하며 적임자로 ‘김무성’을 지목했다.

또한 이 문건은 세종시 문제를 정국의 핵으로 이끈 정운찬 총리 발탁과정을 담고 있는데 “고소영 강부자 이미지 탈피 및 반부패 사회개혁 추진을 위한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의 얼굴인 총리를 청렴한 인사로 임명이 필요하고 사회개혁을 주도하는 데 문제가 없는 인물. 우경화된 정부의 이미지 탈색을 위해 상대적으로 진보인사 임명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새로운 차기 대선주자를 부각시키는 기회로 활용할지 여부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신인령 전 이대 총장이 요건에 부합”이라고 적시했다.

끝으로 이 문건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노선, 정책을 정립함으로써 친박계와 민주당의 고립화 유도”라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박 전 대표는 대응책으로 ‘역고립화 전략’을 세우게 됐고 세종시가 그 단초로 작용했다.


박근혜, 육영수 모드에서 박정희 모드 변신

또한 이 인사는 김태호 경남지사를 예를 들면서 “한창 일할 40대 김 지사가 주저앉은 것을 보라”며 “친박 성향의 김 지사가 차기 대권을 두고 벌써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김 지사가 친박에서 탈피해 장관이나 국회의원 한번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영남에서 대표적 친박인 김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향후 영남 공천권 행사에 있어 친박 성향 단체장들의 대거 공천 탈락 신호탄으로 비쳐질 공산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처럼 친이 진영의 조직적 박근혜 수족 자르기가 공공연히 일어남으로써 박 전 대표가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나아가 이 인사는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 개인 입장에서도 한나라당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설려면 세종시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고 가야 한다”며 “만약 친이의 주장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되고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차기 대권에서 충청도민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종시 원안을 재공약하게 되고 박 전 대표가 수정안을 대표하는 대권 후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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