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유시민·오세훈 카드 ‘만지작’
2012년 대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민주당과 친이 세력은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여념이 없다. 10년만에 정권 교체를 당한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의 야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고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에 포진해 있던 구정권 인사들이 하나 둘씩 옷을 벗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서럽다는 모습이다. 한명숙 전 총리까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는 ‘다음은 누구냐’며 초긴장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또한 정권교체가 한몫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민주당은 ‘누가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서야 하는가’는 입장에서 ‘누가 박근혜 전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느냐’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대선 주자군은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전 의장, 정세균 전 대표, 추미애 의원 등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내에서조차 박근혜 대항마로 선뜻 한명을 꼽지 못할 정도로 후보군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민참여신당 ‘유시민 대권 프로젝트’ 시나리오가 야권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듯 유 전 의원은 친노 진영으로부터 고정지지율 15%대를 유지하고 있고 호남표와 일부 영남표를 흡수할 경우 박 전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영남 후보에 호남 정당 대통령 후보’로 정권을 연장한 ‘노무현 효과’를 본 바 있다. 유 전 의원 역시 영남 출신(경북 경주)으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 영남표 잠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대구 지역에 출마해 ‘의미있는 득표력’마저 보여준 바 있다. 여기에 경남 김해 출신의 노 전 대통령의 ‘양아들’이라는 칭호처럼 PK지역까지 ‘유시민 열풍’이 불 경우 그 폭발성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또한 사회 여론주도층이자 투표 적극층인 40~50대가 운동권 경험이 많은 80년대와 90년대 학번으로 정서적으로 박 전 대표보다 유 전 의원에게 표를 던질 공산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친이 진영 역시 민주당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미 정권을 잡은 친이지만 박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그동안 깊게 노정된 ‘친이’, ‘친박’ 감정으로 인해 자리 보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DJ 지지로 당선된 노 전 대통령마저 ‘대북특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DJ와 구민주당 인사들을 ‘팽’ 시킨 기억도 남아 있다. 이에 친이 진영에서는 정몽준 대표를 위시해, 정운찬 총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김문수 도지사, 홍준표 의원 등이 친이 진영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박 전 대표에 비교하면 ‘작아지는 인물군’이라는 점에서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친이 진영에서는 ‘오세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내 조직을 장악한 친이 인사들이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오 시장을 내세워 박 전 대표를 꺾겠다는 시나리오다. 오 시장이 박 전 대표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긴다면 민주당 후보는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재출마를 선언한 오 시장으로서 위험 부담이 만만치 않다. 2012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다. 당내 조직이 없는 오 시장으로서는 친이 후보가 나설 경우 서울시장 경선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처지다. 결국 중도하차해 야인으로 돌아갔다가 지난 서울시장 경선때처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이 하나다. 또 하나는 재선이후 2년간 서울시장을 보내고 사퇴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오 시장으로서는 부담되는 시나리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