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덫’ 걸린 MB, 박근혜 손 내미나
‘재보선 덫’ 걸린 MB, 박근혜 손 내미나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11-03 10:06
  • 승인 2009.11.03 10:06
  • 호수 81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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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세종시 정면 돌파냐 숨 고르기냐

지난 10·28 재보선 결과 민주당이 승리했다. ‘야당 후보 VS 대통령’ 구도로 치러지는 재보선 성격상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견제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텃밭인 강원도 강릉과 경남 양산을 지켰지만 ‘중원에서 참패’함으로써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 참패론까지 대두되면서 향후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여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재보선에서 2석을 지켰다는 것에 안위하는 분위기다.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사업 역시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국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당장 민주당은 ‘민심’을 내세워 4대강 사업을 강력히 저지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재보선 직전 세종시 관련 ‘원안+알파’를 내세워 정부측의 ‘수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이 재보선 이후 국정 주도권 동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재보선 분위기는 한 마디로 ‘거시기하다’는 입장이다. 집권 여당이 재보선 전패라는 징크스를 깼지만 선전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50%대 지지율 역시 빛이 바랜 셈이다. 또한 결과상 3:2로 패배했지만 내용을 보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면’이 전혀 서지 않게 됐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으로 잘 알려진 양산의 경우 한나라당 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원이 송인배 민주당 후보에 맞서 오차 범위내 신승을 했다는 점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또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패배는 집권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높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향후 있을 지방선거에서 수성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힘 있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행정복합도시 수정안’ 역시 발목이 잡힐 공산이 높다.


재보선 패배, 당·정·청 모두 책임론 일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면아래로 잠복했던 조기전대 개최와 당내 고질적인 병폐인 친이 친박간 계파 갈등의 재부상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전에는 ‘한석도 못건질 수 있다’고 엄살을 부리다 3:2로 다시 4:1까지 승리할 것으로 낙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9월 중순부터 10월중순까지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내세워 서민행보를 보이면서 국정 지지율이 50%대 머물러 청와대와 당은 한껏 고무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니총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참패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진배없게 됐다.

당장 정몽준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돼 2선으로 후퇴한 사이 ‘2월 조기전대’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 대표는 본인이 책임을 지고 치룬 재보선에서 참패로 관리형 대표로서 한계를 절감했다. 또한 재보선 패배에 따른 선거 전략 실패와 공천 책임론까지 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최대 격전지였던 수원 장안의 경우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됐다.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내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5000표 차이로 박찬숙 후보가 패배했다.

수원장안 선거에 지원을 나섰던 한나라당 한 인사는 “수원 장안은 선거전략의 실패이자 공천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수원 장안은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애정이 서려 있는 곳인데 손 전 대표와 박찬숙 후보 대결구도로 가면서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샀다”며 “충청도에서 JP를 공격하는 것으로 이찬열 후보와 대결구도를 보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후보가 수원 장안과는 무관한 낙하산 공천이었다는 점 역시 패배의 원인으로 삼았다. 특히 2년간 지역구를 누빈 이 당선자에 비해 공약이 일반적이어서 지역구민과 동떨어져 표심을 움직이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2월 전대, ‘친이 안상수-친박 홍사덕’ 제기?

안산상록의 경우는 공단이 밀집된 지역으로 애초부터 민주당 후보와 경쟁에서 승산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주장이나 ‘비정규직 법안의 미처리’ 등으로 노동계의 격앙된 분위기를 한나라당 후보가 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민주당 지도부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후보 단일화’에 나서지 않은 배경이 됐다.

당과 정부부처의 오만과 독선으로 수도권에서 패배의 원인이 됐다면 충청 패배는 청와대 정무 라인의 판단 실패라는 지적이다.

충청권 출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임명하면서 ‘행정복합도시 수정발언’을 재선거 앞두고 꺼내면서 ‘세종시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MB 특유의 ‘정면 돌파’방식을 선택해 ‘양심상 안된다’,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행복도시가 수정되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충청권 유권자들은 ‘화장실 갈 때 틀리고 나올 때 다른 정치인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청와대는 행복도시 수정안관련 연구만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연기만 피웠다는 점 역시 충청권을 화나게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집권 여당의 패배는 당·정·청이 대형 이슈와 정책에 대한 일관성, 선거전략 등이 혼선을 빚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당과 청와대가 책임론 공방이 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나라당내 조기전대 개최 목소리가 바로 나올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내심 하반기 국회의장직 도전에 나설려고 했던 친이 안상수 원내대표와 친박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당권도전으로 선회할 경우 ‘2월 전대 개최’ 요구가 부상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번 재보선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알파’ 발언으로 인한 계파간 갈등도 예견된다. 다분히 차기 대선에서 충청권 민심을 선점하기위한 박 전 대표의 의중이지만 청와대 입장과 전면 배치된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재보선직전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충청권에 반MB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재보선’, ‘세종시’ MB·박 동병상련 처지

이와 관련 정몽준 대표의 한 측근은 “‘원안 +알파’ 발언은 차기 대권행보를 위한 발언이지만 궁극적으로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친박 성골 안에서조차 반대하지만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충청권에서는 땅을 뒤엎고 기반 작업을 벌이고 있어 눈에 보인다는 점에서 민심이 요동치지만 수도권은 아직 가시적으로 변화된 모습이 없어 무관심할 뿐”이라며 “실제로 과천 청사나 정부 부처가 옮겨갈 경우 수도권 민심 역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충청권 민심을 얻는 대신 수도권 민심 이탈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원칙과 약속의 정치가 자신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친박 인사들 역시 ‘원안+알파’ 발언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재보선 ‘덫’에 걸린 이 대통령과 ‘세종시 발언’으로 발목이 잡힌 박 전 대표가 동병상련을 처한 셈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재보선 패배관련 “국민들의 채찍과 격려를 보낸 것”이라며 “앞으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원론적인 평이지만 행간을 보면 ‘4대강 살리기’나 ‘세종시 수정’에 대한 입장에 변함이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해야만 하는 중앙당과 박근혜, 정몽준, 정운찬 등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로서는 ‘충청권의 지지’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종시’를 둘러싼 청와대와 한나라당 및 대권 주자들간 극적인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핵심 키는 당연히 이 대통령이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 통과하기위해서는 당내 40여명에 달하는 친박 의원들을 도움이 절실하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지 아니면 ‘박근혜 없이 나홀로 정치’를 통해 재차 친이 친박간 파워 게임양상을 벌일지 두고 볼 일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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