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문국현, 박근혜, ‘악재’ 연달아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이 안팎으로 위기감에 휩싸였다. 10.28 충북 4개군 재보선에서 자유선진당의 정원헌 후보는 이 총재와 당이 총력전을 펼쳤지만 4.6%를 얻었다. 안산상록에 출마한 장경우 후보는 3.32%로 당내 인사들조차 부끄러울 정도의 낮은 지지율을 받았다. 특히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고 세종시 원안 통과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충북민심은 ‘대안정당’으로 보고 있지 않아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18대 총선을 통해 충남에서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대전·충북은 민주당과 분점했다. 하지만 당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심대평 총리 기용설’을 흘리면서부터다. ‘안된다’는 이 총재에 ‘가겠다’는 심대평 전 충남지사는 급기야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이 총재로선 충남에서 자유선진당으로 결집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아픈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충북 재보선 득표율이 형편없게 나오면서 당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위해 함께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의원직 상실을 당했다. 여기에 ‘세종시’ 현안 역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알파’ 발언으로 선점을 당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원안 통과’만을 주장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다.
이 총재와 자유선진당의 위기는 당 내부를 보면 더 심각하다. 애초부터 진보성향의 창조한국당과 함께하면서 정체성 혼란이 존재했었다. 특히 보수의 대부로 알려진 이 총재 곁에는 육사출신에 노태우 정권 당시 육군참모총장과 체육청소년 장관을 지낸 이진삼 의원과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당한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
이상민(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이용희(열린우리당 상임고문), 박상돈(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김창수(열린우리당 대덕구청장) 국회의원 등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경쟁상대 후보였던 이 총재와 함께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이 ‘충청’이라는 지역매개로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당의 정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지방선거이후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지금의 자유선진당이라면 원내교섭단체를 위해 5석을 가지고 있는 친박 연대와 ‘세종시’를 매개로 함께할 공산이 높다”면서 “그러나 지방선거과정에서 충청권 지분을 확실하게 챙기지 못할 경우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민주당, 한나라당으로 뿔뿔이 흩어질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이 총재의 차기 대권 도전은 요원해지고 이 총재 역시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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