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500억사업 선정 하버드 인맥 존재”
“카이스트 500억사업 선정 하버드 인맥 존재”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10-27 11:12
  • 승인 2009.10.27 11:12
  • 호수 80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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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온라인자동차·모바일 하버 추경예산 500억 책정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지난 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KAIST(카이스트, 한국과학교육기술원)의 ‘500억대 사업’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발단은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박 의원은 KAIST가 올해 초 추경예산으로 총 500억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사업의 원천기술 개발료와 사용 내역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지식경제부 사업에서 2번이나 탈락한 사업이 어떻게 교과위에 배정돼 진행됐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문가들조차 실효성에 의혹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행된 배경 역시 정치권에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하버드 출신의 ‘서남표 인맥’이 이명박 정권 곳곳에 배치돼 예산을 배정받는데 영향을 발휘했다는 말이 급속히 퍼졌다. ‘서울대-하버드’ 라인이 다수인 ‘서남표 인맥’을 추적했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이 50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사업은 모두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다. 온라인 자동차란 전기자동차와 달리 전기 자동차의 충전을 도로에서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도로에 전기선을 깔고 그 위로 전기자동차가 지나가면서 충전까지 하는 식이다. 모바일 하버는 해상에서 직접 하역과 선적을 하는 것으로 깊은 해상에 정박중인 대형 컨테이너선의 컨테이너를 하역해 육상 부두 이송하거나 반대로 육상의 컨테이너를 해상의 컨테이너선에 이송하는 모바일 항구를 의미한다.

서 총장은 2008년 4월 신성장동력기획단장으로 임명돼 같은 해 9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바일하버 동영상을 상영하며 직접 모바일하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의 원천기술 개발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초 원천기술개발료 명목으로 500억원을 배정받은 카이스트측은 제주도 보문단지와 과천 서울랜드에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 의원은 온라인 전기자동차가 이미 미국에서 10년전 포기한 기술에다 전자파가 일반인 기준 30배로 인체에 유해하고 1대당 3억원이상 고비용에 자동차 개발 사업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모바일하버 역시 박 의원은 “핵심원천기술이 외주를 통해 진행하고 있어 카이스트가 연구하고 있는 사업에는 실체가 없다”며 “또한 이미 모바일하버를 제조하는 나라로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이 있고 선적량이 11,000TEU 이상을 한번에 나를 수 있고 중국은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서 총장, ‘전기자동차’-‘모바일 하버’ 사업 효율성…글쎄

당연히 관련부서인 지식경제부 심사에서 모바일 하버는 두 번이나 탈락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올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바뀌여 추경예산에 각각 250억원씩 배당받았다. 카이스트측에서는 향후 추가 예산으로 3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미 카이스트측에서는 제주도에 연구시설 및 연수원 설립 협약서를 작성하면서 부칙으로 온라인 자동차 사업과 이동식 항구 개발을 끼어 넣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의원실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진행된데다 대한민국 예산편성을 무력화시킨 대사건이다”며 “자칫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카이스트 500억 사업이 부처까지 옮겨가며 추경예산을 끼워 넣은 배경에 정권 곳곳에 포진된 ‘서남표 인맥’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연금까지 미국에서 받고 있는 서 총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교수(1975~2006), 미국 국립과학재단 공학담당 부총재(1984~1988),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석좌교수(2001~2006)를 거쳐 참여정부 시절에 13대 카이스트 총장이 됐다. MB 정권에서는 신성장동력기획단 단장,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현재까지 재직중이다. 특히 한승수 전 총리의 아들 한상준씨가 서 총장의 MIT 교수 시절 제자로 ‘서남표 인맥’이다. 이 덕분에 한 전 총리와 자연스럽게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인척관계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한 전 총리의 딸과 결혼해 ‘처남의 스승’이라는 점에서 ‘서남표 인맥’으로 분류되고 있다.

무엇보다 서 총장의 막강한 인맥은 미국에서 교수 및 부총재로 있을 당시 형성됐다.

서 총장이 1년에 1명씩 국내 대학에 뛰어난 학생 1명을 하버드 대학 추천서를 써주면서 맺은 인연들이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이창용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들 수 있다.


하버드출신, ‘MB 초대총리’ 한승수 ‘단독’ 추천

박 비서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각각 1988년과 1992년에 받았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 경제학 박사를 1989년 받은 바 있다. 특히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비서관은 지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 청와대 대통령실 정무수석 비서관을 거쳐 현 수석비서관으로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이 부위원장 역시 이 당선자 인수위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MB와 친분을 맺고 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지난해 3월 낙점됐다.

‘서울대-하버드’ 출신 인맥들이 빛을 발휘한 순간이 바로 이때였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인수위 시절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감으로 인물이 없을 당시 박 수석과 이 부위원장이 작업해 한승수 전 총리를 추천, 낙점 받게 했다는 후문이 그럴듯하게 돌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서남표 인맥’이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등 요직에 진출해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막강한 인맥이 카이스트가 500억원 사업을 하게됐고 나아가 부처를 바꿔가면서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된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서남표 인맥’은 이 부위원장이 주축이 돼 분기별 정기 모임까지 갖으며 MB 정권에 보이지 않는 파워그룹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상부상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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