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초·중·고, 대학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대학에 유학한 재벌 2·3세 모임이 만들어 지고 있다. 정보 공유와 경영 세미나 등 새로운 개념의 커뮤니티를 표방한 재벌 2·3세들의 사교모임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빈부격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소외감은 여전히 시들지 않고 있는 요즘이다.‘그들만의 영역’으로 불리는 재벌 2·3세 사교모임을 중심으로 재계 주요 사교클럽의 실체를 추적한다.재벌들의 사교 모임은 일반적으로 총수 모임, 부인모임 그리고 2·3세 모임으로 나눠진다.
우선 기업의 총수 모임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하여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재계 여성들의 모임은 미래회·서울클럽·샤로제 클럽 등. 사회적 신분이 높은 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없이 실천한다는 모토를 갖고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재벌 2·3세들의 대표적 모임은 브이소사이어티, 신수회, 푸른회, 한국YPO(Young President’s Organization), 서울YEO(Young Entrepreneurs’ Organization) 등. 이들 모임은 사교모임으로 출발했으나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 대부분이 경영권 승계를 통해 경영 일선에 참여하면서 모임 목적이 친분을 비즈니스화하는 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재벌 2·3세와 벤처재벌들의 만남
재벌 2·3세들의 모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클럽은 브이소사이어티. 브이소사이어티는 단순한 재벌 2·3세의 사교모임이 아니다. 지난 2000년 9월, 벤처기업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다.최대 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부회장, 이웅렬 코오롱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 김준 경방전무 등 재벌 2·3세 기업인 11명과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등 벤처기업인 10명이 각 2억원씩을 출자하여 설립되었다. 현재 박용만 두산사장,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김원 삼양사 사장,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 등 34명이 추가로 가입해 회원 수가 55명으로 늘어났다는 것.
모임 결성 당시 브이소사이어티에 대한 시각은 재벌 2·3세들의 패쇄적인 이너서클(inner circle)일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의 활동은 ‘CEO회원들의 현장 학습 중심의 공부모임’이라는 점에서 재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매주 목요일마다 포럼을 개최하여 자기들끼리 모여 나름대로 치열한 토론을 벌이거나, 다른 분야의 인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건설적인 모임을 지속해 오고 있다. 주로 회원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는 세션이 2~3개 진행된다는 것.이 같은 학습과 토론을 통해 CEO들 간에 서로의 경영철학을 확인하고, 이런 기본적인 것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나간다는 것.목요 포럼에는 매주 17~35명이 출석한다. 최태원, 이찬진, 김준, 권도균 등이 해외 출장 때를 제외하고는 늘 참석하는 열성파로 알려진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교육을 받아 국내 지인이 없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참석하면서 인맥을 넓히는데 힘을 쓰고 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모임을 통해 회원사의 사업 아이템과 전략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보와 투자 등이 이루어진다는 것.모임을 통해 회원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최태원 회장은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과 박창기 팍스넷사장의 기업을 각각 인수하여 자회사로 만들기도 했다. 회원들 간에 호형호제가 자연스러울 만큼 각별한 친밀감이 형성돼 있다는 게 클럽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치인과 공무원, 국회의원에게는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미니 전경련’한국YPO
‘미니 전경련’으로 불리는 한국YPO는 세계 청년사업가들의 글로벌 모임이다.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둔 국제형 조직으로 국내 재계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 단체는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길 극히 꺼리고 있다. 홈페이지도 회원들만 열람할 수 있도록 보안장치를 해 놓고 있다. 한국YPO 회원 자격은 40세 이전 대표이사에 오른 사람으로 회원 2인 이상 추천을 받아야 입회가 가능하다는 것. 반면 50세가 넘으면 물러나야 한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강문석 동아제약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등이 ‘한국YPO’핵심 멤버다. 이밖에 김영진 한독약품 부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김준 경방 부사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은 50대 이후에도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YEO에서 ‘Y’자를 떼어낸 ‘EO’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40대 경영자 모임 서울YEO
‘한국YPO’와 마찬가지로 젊은 경영자들이 주축을 이룬 ‘서울YEO’도 국제적인 모임이다. 1987년 설립된 ‘서울YEO’는 미국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연간 1백만달러 이상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40세 이하 기업가들을 회원으로 한다. 서울YEO는 90년대까지만 해도 10명 미만의 재벌 2·3세 친목단체로 있다가 지난 2000년 김준 경방 부사장이 회장을 맡으면서 벤처기업가들을 영입, 규모가 확대됐다. 회원수는 약 50여명.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정기 모임을 갖는다.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허기호 한일시멘트 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상무 등이 멤버로 활동중이다.
신수회, 푸른회,크림슨포럼 ‘눈길’
‘한국의 부자 순위조사’에서 출신학교를 조사한 결과 대학은 고려대>서울대>한양대, 고등학교는 경복고>경기고>중앙고 출신 순으로 부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재벌2·3세들의 모임 가운데서도 학연으로 얽힌 모임도 눈길을 끈다. 신일고 출신 경영자 모임 신수회, 서울고·중앙고 출신 경영자 모임 푸른회, 고려대학 출신 경영자 모임 크림신 포럼 등이 대표적인 학연 중심 모임이다. 신수회는 신일고 출신의 재벌 2·3세 사교클럽. 형제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 E&S 부회장을 비롯해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신동원 농심 부회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멤버다.또한 지난 93년 서울고와 중앙고를 졸업한 경영인들이 발족한 푸른회도 대표적인 동문 사교클럽이다. 서경배 태평양 사장, 이종철 풍농 사장 등이 회원이다.
고려대 출신의 40대 오너들이 주축이 된 ‘크림슨포럼’이라는 친목단체도 유명하다. 특히 이 단체는 포럼의 일부 인사들이 과거 YS차남 김현철과 친분이 있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비공개적으로 활동하며 회원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2·3세,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경영연구회’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등이 주요 멤버다. 또한 1980년대 재계를 주름잡던 노장들의 모임도 있다. 물론 순수 봉사클럽이다.2002년 출범한 ‘전경회’는 60·70대 이상의 소위 ‘실버 CEO’들로 구성돼 있다. 김태인 삼부해운 회장,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정규수 삼우이엠씨 회장, 가갑손 청주백화점 회장 등이 주요 창립회원이다.
노소영 관장 주도 미래회
대표적 재계여성 모임은 미래회. 지난 99년 성경공부를 하던 10여 명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모임으로 현재 회원은 24명.현재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나비아트센터 노소영 관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한솔제지 이인희 고문의 딸 조옥형,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부인 안영주, 넥스투어 홍성원 사장의 부인 권은정,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며느리 이수연, 신라교역 박준형 회장의 딸 박민정,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며느리 박선정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회원은 모두 자녀를 둔 어머니들.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설립됐기에, 실제로 도움을 주는 대상도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다.
1년에 두 번 정기 바자회와 디너파티를 하고, 각종 자선행사의 후원을 맡기도 한다. 미래회를 비롯한 재계 여성 모임은 1904년 고종 황제가 설립한 서울클럽과 신라호텔 여성 VIP 클럽인 샤로제 클럽 등이 있다.중견재벌의 자제들이 소규모로 모이는 사교모임은 수없이 많다. 대개가 유학시절 인연이나 학연에 따라 만들어진 것. 모임 성격은 비즈니스보다는 네트워크 강화 목적이 더 강하다는 것. 골프보다 보통 간단한 술자리를 하며 국제경제와 경영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모임장소는 멤버십 레스토랑
재벌 2·3세들은 사교모임 장소로 특급호텔의 멤버십 레스토랑이나 서울 강남의 멤버십 술집을 주로 이용한다. 유명 피트니스클럽도 재벌 2·3세들이 자주 모이는 곳 중 하나. 대표적인 곳은 서울 남산의 서울클럽, 신라호텔 멤버십, 롯데호텔 멤버십 등이다. 남자들만 모일 때는 골프를, 가족동반 모임일 경우엔 테니스를 주로 친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 2·3세들은 유년시절부터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해온 터라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블루 블러디드(Blue-blooded·귀족)’는 폐쇄회로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재벌 2·3세 모임의 특징은 기업의 위상과 영향력에 따라 회원 간의 상하관계와 위계질서가 정해지며 활동범위가 달라진다. 사실 사교 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을 통해 대외입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재벌 2세들은 모임을 통해 로비와 줄대기 등 과거관습에서 못 벗어난 행태가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경호 news002@hanmail.net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