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캠프)·공격수(검찰) 다 잘 나가네~”

대통령의 처남이자 BBK 사건의 중심인물로 검찰에 소환조사까지 받았던 김재정씨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와 함께 다스(주)를 운영했고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인사다. 또한 그는 BBK 사건 당시 이 대통령의 도곡동땅을 비롯한 부동산과 다스의 실소유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씨의 건강악화로 인해 재차 주목받고 있는 BBK 사건은 지난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검찰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들과 방어를 했던 MB 대선 캠프 ‘율사팀’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대선 14일을 남기고 검찰이 이 대통령 관련 의혹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고 김경준씨 단독 범행으로 마무리했다. MB 대선 캠프팀의 승리로 보이지만 검찰 역시 유력한 대선 후보의 족쇄를 말끔히 털어줬다는 점에서 모두 ‘윈윈한 게임’이었다. 검찰 수사 발표 이후 2년이 다 되가는 지금 방어팀이나 공격팀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BBK 주가조작 사건이다. 수백억원의 주가조작과 수백명의 피해자를 낳은 BBK 사건에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김경준씨와의 연관성이었다. 사건 담당은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맡았고 방어팀은 홍준표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클린정치위원회 법률팀 율사들이 담당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것도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겨냥한 창과 방패의 대결은 보는 이로 하여금 땀을 쥐게하기에 충분했다. 클라이막스는 대선 한달을 앞두고 당사자인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국내로 소환되면서 최고조를 이뤘다. 하지만 12월 5일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는 이 대통령 후보에 대한 ‘먼지털이식 무혐의 처리’로 마감됐다.
‘무혐의’처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사들은 단연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인사들이다. 의원팀으로는 홍준표, 안상수, 박희태, 최병국, 김정훈, 김기현, 정종복 의원 등 율사출신이 주를 이뤘다. 법률팀에는 증권전문 인사인 고승덕 변호사를 필두로 오세경, 이범래, 강용석, 김재수, 권성동, 박준선, 김명곤, 은진수 변호사 등 특수부 검찰 출신부터 미국 변호사까지 동원됐다.
이 대통령이 12월19일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공신록 명단에 가장 상위에 랭크된 인사들이고 실제로 보은을 확실하게 받았다. 일단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한 인사들이 전혀 없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MB 캠프 방어팀, ‘100%’ 공천 보장에 당직까지
홍 의원은 친이지만 비주류로 세력이 없음에도 친이의 전폭적인 지지로 집권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안상수 의원은 2번이나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천은 받지 못했지만 박희태 전 의원은 당 대표직을 수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남 양산 재보선 공천권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유일하게 금뱃지를 달지 못한 정종복 전 의원이지만 청와대가 4월 총선에 이어 올해 4월 재보선까지 2번씩이나 공천권을 줬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의원팀뿐만 아니라 법률팀 역시 잘 나갔다. 공천권 보장은 기본이었다. 금뱃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한 인사로는 고승덕(서초을), 이범래(구로갑), 강용석(마포을), 박준선(용인기흥) 변호사가 있다. 오세경 변호사는 부산 동래의 친이 이재웅 전 의원을 탈락시키고 공천을 받았다. 이후 친박 바람에 낙선했지만 인사 때마다 청와대 및 총리실행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결국 오 변호사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낙점됐다. 권성동 변호사의 경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10월 재보선에 당선이 확실시되는 강릉지역에 공천을 받아 선거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재수 해외 변호사는 이후 LA 총영사가 됐고 은진수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곤 변호사만이 법무법인 시티 대표를 맡아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어 오히려 눈에 띄었다.
MB 캠프 방어팀만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창 역할을 맡았던 중앙지검 BBK 담당 검사들 역시 MB 정권하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당시 명동성 중앙지검장을 필두로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부부장, 김홍일 3차장, 박철웅, 장영섭, 김형석, 김후곤, 김양수 등 평검사 등 10여명이 BBK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했다.
‘승승장구’ BBK 담당 검사, 그 보직 그대로 2명뿐
명 중앙지검장은 사건 종료 이후 법무연수원 원장을 거쳐 세종 법무법인 변호사로 이적했다. 사건 주임검사를 맡은 최재경 부장검사는 대검 수사기획관을 거쳐 중앙지검 3차장 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돼 검사장급으로 최근 승진 발령났다. 김기동 부부장검사는 특수 3부장 검사에서 특수 1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홍일 중앙지검 3차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거쳐 대검 마조부 부장, 대검 중앙수사부 부장으로 지난 8월 승진됐다.
특히 파견된 장영섭 금융경제조사부 검사는 지난해 8월 청와대 민정 2비서관실 2급 행정관으로 갔다가 올해 9월 공정거래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김후곤 첨단범죄수사부 검사는 부산지검 검사를 거쳐 부부장 검사로 승격됐고 방송통신위원회 파견까지 나가고 있다.
박철웅 검사는 지난해 2월 대검찰청 연구관으로 옮겼다. 대다수가 승진했지만 평검사를 유지하는 인사들도 있다. 장 검사와 함께 파견나와 다스와 이 후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던 김형석 검사는 여전히 중앙지검 평검사로 남아 있다. 또한 김양수 형사2부 검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직기강 관련한 사정부서에 BBK 관련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대선 캠프에서 법조팀에 있었던 은진수 변호사는 감사원, 특수부 검사 출신인 오세경 변호사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장영섭 변호사는 공정위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공공기관 감찰 강도를 높이는 모습과 겹쳐 이 정권의 공공기관 사정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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