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대선을 보면 여당은 통상 10년은 집권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왜냐하면 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미 대선에서는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후보에게 졌다. 다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 역량 부족탓이다. 한국 대선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노태우-YS, DJ-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10년을 주기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정권을 가져갔다. 과연 내년 대선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민주당 유력한 대선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내에서는 이렇다 할 후보가 안보인다. 오히려 당밖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민주당 후보가 열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이 쉽게 정권을 빼앗길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장외 블루칩인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으로 가닥을 잡는다 해도 국힘 입당이 약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구도도 안갯속이다.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면 이재명 지사가 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친문 진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살아있는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데다 정치 고스톱에 능수능란한 사람들이다.
문재인 변호사를 사실상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과정을 복기해 보자. 노 전 대통령은 이인제 대세론을 뚫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면서 당내에서 단일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결국 장외 정몽준 전 의원이 월드컵 4강신화를 바탕으로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면서 단일화 대상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후단협의 압박과 회유로 ‘울며 겨자먹기’로 응했고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직에 올랐다.
비주류인 이재명 지사는 현재 당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광재 의원을 비롯해 양승조 충남지사에 최문순 강원지사가까지 대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반이재명 친문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다. 이지사가 경선연기론은 막판 쿨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내 주류인 친문을 지지기반으로 한 반이재명 단일화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가 경선을 통과해 민주당 본선후보가 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복병은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강성 친문들의 입장에서는 더 쎈 후보를 내세우기위해 당밖에서 후보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입당을 결심한 윤 전 총장의 경우처럼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기에는 돈과 인력 부족한데다 과거 이인제, 정몽준, 안철수 사례처럼 성공확률도 낮다. 결국 친문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만든 친문정당인 열린민주당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열린민주당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약체 김진애 후보를 내세워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켰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선거도 졌다. 그러나 대선은 다를 수 있다. 일단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써 조국의 시간을 호심탐탐노리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있다. 재판을 받고 있지만 유죄가 결정되지 않는 한 조국 전 장관이 열린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단일화과정에서 이 지사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조 전 장관외에도 가능성은 낮지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있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당했지만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 합당을 하지 않는 이유다. 재집권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점은 국민의힘도 배워야 한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