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뉴시스]](/news/photo/202105/451797_369061_2724.jpg)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법률 플랫폼인 ‘로톡’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플랫폼과 기존 업계의 싸움이다 보니 ‘법조계판 타다(TADA) 사태’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은 변협이 플랫폼에 가입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규정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관건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 변호사 소개‧알선‧유인 행위냐, 변호사 홍보냐에 달렸다. 일요서울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변협과 로톡의 싸움을 자세히 살펴봤다.
변협-로톡 전면전 양상···‘플랫폼 가입 변호사’ 징계하겠다는 변협
표면으로는 변협 vs 플랫폼, 알고 보면 집안싸움?
이번 논란은 지난 3일 변협이 이사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의 홍보 활동을 막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변협은 이날 새로운 형태의 변호사 알선 등 광고 사업에 대한 참여를 규율하는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전부개정안’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법조시장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전자적 매체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광고가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 등이 진행됐다고 한다. 아울러 변협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거나, 변호사를 홍보해 주는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하면 징계하겠다고 전했다.
플랫폼 업체라고 표현했으나 네이버 엑스퍼트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사실상 로톡을 겨냥한 규정 개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 이후인 오는 8월4일부터 시행된다. 변협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변협은 곧 총회를 열고 변호사 윤리 장전을 개정, 플랫폼 이용 금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변협이 이러한 초강수를 둔 것은 지난 2015년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6년 변협이 각각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톡은 고발에도 불구,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 2014년 로앤컴퍼니가 출시한 법률 플랫폼인 로톡은 변협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의 10%가 넘는 4000여 명이 가입하는 등 규모를 불려 왔다.
변호사 소개‧알선‧유인일까
변호사 홍보일까
변협은 로톡이 금품‧향응 등을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34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톡은 이번 변협의 규정 개정이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26조는 사업자 단체의 금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거래지역 또는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이나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또 표시광고법 6조는 사업자 단체가 가입한 사업자에 대해 표시‧광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로톡 측은 로톡에 광고를 하는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변협 규정 개정이 이러한 조항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톡을 비롯, 법률 플랫폼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는 변호사 홍보와 변호사 소개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변호사법 34조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금품‧향응 등을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요서울에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를 알선하고 돈을 받는 것은 변호사법에 위반된다”며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 서비스의 행위가 변호사 소개‧알선 등이냐, 홍보냐가 쟁점인데 과연 소개‧알선 등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이 변호사 홍보만 할 뿐 소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소개가 아닌 합법적인 광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의 주요 기능이 변호사 소개‧알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로톡이 하고 있는 행위가 다른 홍보업체들과는 명백하게 다르다는 주장이다.
로톡 이용자 살펴보니
실무 경력 10년 이하 80%
사실 이번 싸움은 변협과 로톡, 나아가 변협과 법률 플랫폼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변협 변호사와 로톡에 가입한 4000여 명의 변호사들의 ‘내홍’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로톡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의 약 80%가 실무 경력 10년 이하의 청년 변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차는 9년으로 나타났다. 주로 경력이 짧은 젊은 변호사들이 로톡을 이용하는 셈이다.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고, 하더라도 좋은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입지를 다진 변호사들은 법률 플랫폼의 진입 및 성장으로 변호사의 몸값이 낮아질 것 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또 로톡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종속되고, 법률 플랫폼을 통해서만 의뢰인을 구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싸움은 기성 변호사들과 젊은 변호사들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포화 상태에 놓인 변호사 업계의 위기감이, 변협-플랫폼 갈등을 번지게 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전면전은 헌법소원, 공정위 제소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로톡은 변협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며, 공정위에 변협을 제소하는 방안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점입가경인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