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서울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명소, 그리고 장인(匠人)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드넓은 도심 이면에 숨겨진 곳곳의 공간들과 오랜 세월 역사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오래된 여관을 개조해 만든 ‘뉴트로’ 느낌의 이색 카페 ‘삼양여관’이다.
강북구 수유동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화계사 부근의 ‘삼양탕’과 바로 옆에 위치한 ‘삼양여관’이다. ‘목욕합니다’라고 쓰인 빨간 글씨의 삼양탕 입간판을 보자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그 옆 카페는 외벽이 통유리로 돼있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식물이 많고 나무 질감의 내부는 따뜻한 기운을 줬다.

삼양탕은 1972년에 2층 삼양여관과 함께 개업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목욕탕이다. 삼양여관은 당시 목욕탕과 함께 운영되던 공간이다. 건물주 부부가 3대를 이어 운영하다 3년 전 임대로 전환했다. 개업 당시 일대에선 규모나 시설 면에서 인기 있는 곳이었다.
건물주 부부가 새로운 건물을 짓기 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활용한 도시 재생 사업을 받아들여 삼양여관이 변모했다. 최근 40여 년 만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날로그 감성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카페로 들어가니 계단과 출입문 등은 옛 공간의 흔적을 그대로 살린 레트로 감성의 인테리어가 손님을 맞았다. 1층은 작은 테이블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공간을 찬찬히 감상하다 메뉴를 고르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문 바로 앞에 ‘여관’이라고 쓰인 글자가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내부가 전체적으로 갈색 톤으로 이뤄져있었고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가 고즈넉한 아취를 풍겼다. 화장실도 2층에 있었는데 옛 감성이 충만한 타일이 붙어 있다.
이곳의 창가 자리는 그야말로 명당이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면 수유동 골목 풍경이 훤히 펼쳐져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 삼양여관에선 목욕탕 마크가 그려진 브라우니가 인기다. 앙버터와 진한 초코 맛의 오레오 브라우니, 다쿠아즈, 티라미수, 스콘 등도 역시 잘나가는 메뉴다. 또한 독특한 병에 삼양여관 마크가 그려진 밀크티 음료와 직접 만든 생크림을 올린 음료도 마찬가지다. 달달한 맛의 다양한 수제 디저트 메뉴를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이곳은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내어주며 달마다 전시도 열린다. 1층과 2층을 오가는 중간에 사진과 그림 등 다양한 작품이 걸려 있다. 그 사이에 테이블과 의자, 조명 등이 작품의 감성을 풍성하게 더해준다.
오랜만에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면 좋을 듯하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