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공기업 낙하산 인사 대해부 ①
MB정부 공기업 낙하산 인사 대해부 ①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2-17 08:45
  • 승인 2009.02.17 08:45
  • 호수 77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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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원 207명 ‘낙하산’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야심차게 출범한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활발한 국정을 펼치겠다며 장관 인사와 청와대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지만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국민혈세를 낭비하며 방만 경영을 일삼은 ‘신의직장’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로 인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잠시,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언론 장악이라는 시민단체와 노조들의 반발이 거셌고 일부 공기업에서는 민영화 추진에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MB정부 출범 이후 302개의 공기업에 얼마나 많은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지 알아봤다.

MB정부 들어서면서 가장 강조한 사항 중 하나인 공기업 민영화 방침과 개혁정책은 정부 산하에 있는 공공기관 300여개의 철저한 감사로 이어졌다. 특히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들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시행했다.

이후 정부는 각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사직서를 제출받고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기획재정부는 302개의 공공기관 중 128명의 기관장 선임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130개 기관장의 경우 선임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집권 2기를 맞고 있는 현재는 어떨까. 본지의 확인결과 MB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OBS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차용규 전 울산방송 사장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특보를 역임했던 전력이 문제되고 있다.


신의 직장에 안착한 낙하산들

정치권에서도 MB의 최측근이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의 사장으로 내정한다는 것 자체가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캠프의 방송특보가 방송사 사장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며 강하게 철회를 요구했다.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다른 공기업들의 임원 인사에도 상당한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장 77명, 상임 비상임 감사 33명, 상임 비상임 이사 97명. 이 수치는 MB정부 들어선 이후 지난 해 12월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는 공공기관 302개 중 MB정부 측근 인사가 임명된 임원들의 수치다. 모두 207명이나 임명됐다.

이는 민주노총공공운수연맹에서 발표한 자료로 MB정부 출범 이후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어졌다.

민노총 공공운수연맹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운영법 산하 302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비상임 포함),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3,000여명의 인사 가운데 경력사항과 출신지, 학력 등이 드러난 인물들을 대상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중 기관장 77명, 상임감사(비상임포함)33명, 상임이사(비상임포함)97명이 MB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먼저 77명의 기관장이 임명된 공공기관의 경우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낙선한 인사, 당 관련 인사가 23명,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외곽 지지조직 출신이 12명, 현대건설, 서울시 출신,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1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인수위원회출신과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대표적인 인사들은 대한광업진흥공사 김신종 사장(인수위원회), 대한석탄공사 조관일 사장(대선캠프 강원도 국민참여본부장), 대한주택공사 최재덕 사장(인수위원회 위원), 한국마사회 김광원 회장(대선캠프 경북도당 선대위원장) 등이다.


낙천, 낙선 인사들 챙기기

특히 한국조폐공사 전용학 사장의 경우 SBS앵커 출신으로 새천년 민주당에 입당한 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천안갑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 17대 18대 총선에서 연달아 낙선한 후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충남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일조하게 됐다.

이밖에도 한국방송공사 양휘부 사장은 대선캠프 TV토론대책위 부위장, 방송특보단장, 인수위 자문위원 출신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도 대거 낙하산 부대로 투입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인천항만공사 김종태 사장, 부산항만공사 노기태 사장, 한전KDN 전도봉 사장, 한국청소년 수련원 김동흔 원장 등이다.

전직 의원출신들 중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도 보은인사가 단행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18대 총선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도 3선 출신이지만 공천에서 탈락, 전문분야도 아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신용보증기금 안택수 이사장도 3선 의원 출신이다. 4선 의원인 이강두 전 의원은 공천을 스스로 포기하고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에 선임됐다. 한국농촌공사 홍문표 사장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8대 총선에서 낙선된 이후 사장에 임명됐다.

이 대통령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부 보수단체들과 대선 외곽조직 출신들도 12명이나 공공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강신길 원장은 해병대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준장출신이다. 안산도시개발 김명수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사조직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선진국민연대는 대표적인 이 대통령의 외곽조직으로 5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단체다. 특히 이곳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국무차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선진국민연대출신 공공기관장은 재외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엄홍우 이사장(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등이 있다.

이밖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 지명혁 위원장(한강사랑 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노동연구원 박기성 원장(뉴라이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대영 원장(우익단체 자유주의연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용하 원장(서울경제포럼 노인정책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외곽조직 출신들이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인맥과 현대 인맥들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78~98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이다. 주 사장은 지난 해 지식경제부 1차 공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가 갑자기 진행된 2차 공모에서 후보로 선정됐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주 사장은 노조의 강력한 출근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가스공사 경영선진화 방안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정승일 사장(75~97년 현대건설),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김선배 원장(78~86년 현대건설)등도 현대출신 인사들이다.

한국토지공사 이종상 사장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재임 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서울시 인맥이다.

현재 뇌물혐의로 구속된 한국철도공사 강경호 사장도 서울메트로 사장 출신이다.


낙하산은 현재진행형

코레일의 경우 최근 계열사 두 곳의 대표도 모두 친MB정부 인사들로 채워 물의를 빚고 있다. 코레일 유통 이학봉 신임대표는 경북 포항출신으로 대선캠프에서 정책특보를 역임했고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이가연 대표도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경력이 있다.

이 같은 공공기관장들의 인사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MB정부가 공기업 경영 선진화 방안을 위해 측근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경영 선진화 방안은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을 비롯해 민영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낙하산 인사들이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올해 들어서 더 많은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들이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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