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볼보 자동차의 셀(Cell) 생산방식 '벤치마킹'

마침내 ‘비상경제정부 체제’가 가동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하고, 경제위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비상경제 상황실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전면에 나서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단적으로 드러난 발로다. 이 대통령의 새해 첫 구상인 ‘비상경제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운용되고, 누가 참여하며, 특히 경제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비상경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봤다.
집권 2기를 맞는 이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밝힌 비상경제정부 구축의 일환으로 비상경제대책회의와 비상경제상황실이 설치, 가동되기 시작했다.
비상경제정부는 이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사령탑이 되고, 이 대책회의에 올릴 안건을 선정하고 가다듬는 실무회의는 박병원 경제수석이 주재한다. 비상경제상황실장에 임명된 이수원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실무를 총괄하며, 이 실장은 4개 팀 중 총괄·거시분야 팀장을 겸임한다. 실물·중소기업 분야는 권평오 전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총괄팀장이, 금융·구조조정 분야는 박영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과장이, 일자리·사회안전망 분야는 임종규 보건복지가족부 보험정책 과장이 각각 팀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
4개 분야 팀원은 총리실과 11개 부처에서 온 과장급 인사들이 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상황실은 청와대 지하벙커의 국가위기상황팀 사무실 옆자리에 설치되며, 1년 365일 가동되고, 4-5명이 한 팀을 이룬다.
비상경제 정부는 현재의 국면이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기에, 경제상황실은 한국판 ‘워룸(전시작전상황실)’인 셈이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매주 1회 정례적으로 열리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이 고정 멤버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성태 한은 총재가 참석함에 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한은의 태도가 보다 협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비상경제 정부, 이 대통령 경제극복 의지 담겨 있어
비상경제상황실은 프로젝트별로 운영되고, 주요 부처의 상황실과 공조하며, 일단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총괄·거시팀은 위기대책을 총괄하고, 경제정책 방향을 점검하며, 실물·중소기업팀은 실물경제 대책과 경제정책 방향을 점검한다. 금융·구조조정팀은 경제 체질개선책을 검토하고, 일자리·사회안전망팀은 일자리 창출 대책, 서민 및 소외층 지원 부분을 맡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상경제정부는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것”이라고 밝혔고,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기까지의 간격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특히 비상경제 정부는 안국포럼 전 멤버가 대통령 선거 때 작성했던 보고서 내용과 다소 흡사한 부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2008년 체제와 국민·사회·민족통합’제하 보고서에 따르면 구상과 실행을 통일시킨 사고의 역전 사례로 스웨덴 볼보 자동차가 실험했던 셀(Cell) 생산방식을 제시했다. 컨베이어에 맞춘 기계적 분업적 노동이 아니라 다기능을 가진 노동자들이 한 팀을 이뤄 한 대의 자동차를 조립하는 방식을 소개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인간적 노동 뿐 아니라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비상경제 상황실에서 사안에 따라 각 부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하나씩 일처리 해 나가려는 시스템과 유사한 부분이다.
또 보고서는 ‘국정의 전략적 추진단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이 기구는 집중과 분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다만 이 기구는 외교 및 안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시스템을 셀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수행한다고 밝혀, 경제에 한정돼 꾸려진 비상경제 정부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권위에 대한 신뢰부족이 갈등을 증폭시킨다면서 ‘갈등 관리 전담기구’로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행기능을 겸비해야 한다고 밝힌 부분은 비상경제 정부 구성 취지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안국포럼 전 멤버 보고서 비상경제정부 암시 눈길
저자는 보고서에서 “국민통합은 경제살리기와 함께 차기 정부의 양대 국정과제로 설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비상경제정부 구성으로 지금까지 경제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온 경제금융대책회의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분야 현안의 실제 조정은 이 회의가 맡게 될 전망이다. 통화정책과 구조조정 등 섬세한 조정이 필요한 경제 이슈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다루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비상경제정부는 조직 개편없이도 조직개편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사안마다 관련 주무부서 전문가들을 배치해 팀을 구성할 수 있다”면서 “장관경질을 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인사개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태규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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