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흉한 중의 육(肉) 보시(布施)
음흉한 중의 육(肉) 보시(布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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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1-11 10:28
  • 승인 2008.01.11 10:28
  • 호수 715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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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을 쌍봉산 줄기 아래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비추계곡이 있었다.

질질 흐르는 그 계곡물에 손 담그길 너무도 좋아하는 음흉한 중이 계곡 옆 암자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우다 문득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게 되었다.

왼손에 들린 목탁은 고환이요, 오른손에 들린 나무채는 양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허 내 육 보시를 행한지 오래다보니 불심은 달아나고 음심만 가득하구나.’

혼잣소리로 중얼거리던 중이 큰 소리로 사미승을 불렀다.

한참 후에야 사미승이 숨을 헐떡이며 흙투성이로 산에서 내려왔다.

“스님 찾아계시옵니까?” 사미승이 흙을 털어내며 물었다.

“무얼 하다 온게야?”

“공양거리가 바닥나 산에서 머루를 따고 칡뿌리를 캐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마을에 내려가서 시주를 좀 얻어와야겠구나.”

“스님, 시주를 얻은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다시 얻으러 가십니까?”

사미승이 걱정하듯 물었다.

“넌 마을로 내려가서 내 얘길 전하고만 오거라.”

사미승은 중의 얘기를 듣고 마을로 등 떠밀려 내려갔다.

중은 마을의 부자인 박가, 김가, 이가와 친하게 지냈다. 사미승은 먼저 김가의 집을 방문하니 우연히도 세 부인이 함께 모여 있었다.

사미승이 말했다.

“스님께서 아주 특별한 두부를 만들었으니 내일 부인들께서는 오셔서 가져가도록 하십시오.”

“스님께서 어떤 두부를 만드셨습니까?” 의심많은 이가 부인이 물었다.

“그 두부를 먹으면 진실을 말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사미승의 대답에 세 부인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 두부로 남편들의 치부를 들어낼 생각에 내일 함께 가겠다고 했다.

다음 날 세 부인들이 와서 두부를 가져가려하자 중이 막아서며 말하기를 “무릇 사찰의 음식이나 물건은 반드시 부처님 앞에 잘못을 고백하
고 취해야 하는 법 단 한번이라도 중생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 사찰의 것을 취한다면 큰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하고 엄포를 놓았다.

중의 엄포에도 부인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중이 시킨 대로 불상 뒤에 숨어있던 사미승이 요강 안에 대고 외쳤다.

“너희들이 간음한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이실직고하여라.”

마치 하늘에서 들리듯 공명하는 외침에 덜컥 겁을 먹은 부인들이 그제야 부들부들 떨며 고백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박가의 부인이 불상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고백했다.

“제가 시집오기 전 매일 집에 드나들던 총각과 함께 숲속에서 자주 정을 통했는데, 이를 제 부모님이 감추고 저를 시집보냈습니다.”

두 번째로 김가의 부인이 말문을 열려다 주저하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공명하는 소리가 또 다시 들렸다.

“네 이름이 홍화가 아니냐. 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게야.”

그때서야 부인이 읍소(泣訴)하며 고백했다.

“저는 처녀 시절 동네 사내가 첫날밤을 보내는 예법을 가르쳐주겠다 하여 저를 유혹하였는데, 한번하고 두 번하니 나중엔 점점 그 재미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다가 그만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를 낳게 되면 혼삿길이 막힐까 두려워 용하다는 의원에게 사산하는 약을 얻어 아이를 죽였고, 아이는 후에 부모님이 묻으시고 김가에게 시집보냈습니다.”

세 번째로 의심많은 이가의 부인이 당돌하게 묻기를 “말씀하시는 분이 하늘이시라면 그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불상 뒤에 숨어있던 사미승이 중에게서 미리 듣고 알고 있었던지라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 너에게 그 증거를 보이기에 앞서 음문의 털부터 자라게 해 주겠노라.”

그 말에 두 부인이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에 부인의 얼굴이 붉어지며 고백했다.

“저는 본시 지아비를 배신하는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으나, 지아비의 친구 한 사람이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아비가 출타한 것을 알고 찾아온 그 친구를 저는 받아들였고 관계가 지속되다보니 결국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이에 대해 남편은 의심치 않고 있지만 언제 사실이 드러날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말을 끝낸 부인이 눈물을 터트렸다.

그러자 법당에 보인 다른 부인들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고백한 부인들을 용서하노라.” 하늘의 소리가 들렸다.

중이 불상 앞에 꿇어앉아 부처의 영험함을 엄숙하게 말하고 나서, 이제는 남편들에게 얘기할 차례라고 하자 부인들이 그것만은 안 된다며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우며 부인들을 골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세 부인들이 중이 시키는 대로 모두 옷을 벗고 한 이불속에 들어가 눕자 중이 법복을 벗고 세 부인들과 간통했다.

그날도 비추계곡의 진득한 물은 어김없이 샘솟으며 흘렀고, 나무채는 이 계곡 저 계곡 쉴 새 없이 옮겨 다니며 이리 씻고 저리 씻기고 물컹
한 쌍봉산의 여섯 봉우리는 하염없이 물봉화를 피웠다.

그날 이후 중은 세 부인들에게 많은 양의 시주를 약속 받았고 암자의 살림은 더 없이 풍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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