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31화
조선 성 풍속사 제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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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9-14 09:22
  • 승인 2007.09.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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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사통(私通)하는 열 가지 격(格)

요즘도 세간(世間)의 가십난에는 묘령의 여인과 사통한 어느 남편이 그 부인에게 들켜 홍역을 치렀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고 본부인과 첩을 거느릴 수 있었던 조선시대에도 외도가 발각되어 웃음꺼리가 되거나 부인에게 시달림을 당한 남편들의 얘기는 설화의 단골소재로 등장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적 성의식이 변한들 꽃을 꺾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남성들의 본능은 쉽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부인에게 들키지 않고 눈에든 여인과 사통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사통하는 열 가지 격을 통해 그 비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어느 시골에 글 읽기보다 풍류(風流) 즐기길 더 좋아하는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나이 열일곱에 동갑내기 부인에게 장가들어 십여 년을 살아보니, 음양의 이치를 깨닫고 방사(房事)의 진 맛을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흐름에 선비는 자연히 부인과의 잠자리는 멀리하였고 젊은 계집종의 탱탱한 둔부를 가까이하여 틈만 나면 부인 몰래 집 안팎으로 불러내 친압하기를 좋아했다.

“순심아 오늘밤 내 집 앞 삼밭에 있을 터이니 그리 나오도록 해라.”

물동이를 이고 행랑채를 지나는 계집종에게 나지막이 선비가 말했다.

“대감마님 안방마님께옵서 아시면 또 경을 치실 것입니다...” 계집종이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무서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어허 넌 아무걱정 말래도.”

“하오나...” 계집종이 수심어린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밤에 보도록 하자꾸나.” 선비가 흐뭇한 얼굴로 말을 맺고 사랑채로 들어갔다.

그런데 선비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던 부인이 이것을 엿듣고 말았다.

밤이 되어 선비가 삼밭으로 나가려하니 부인이 이 밤에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밤기운이 좋아 삼보라도 할 참이요.” 선비가 말했다.

“그 잘되었군요! 며칠 전부터 밤이면 동네의 개들이 우리 삼밭에서 교접을 하는지 삼밭을 망쳐 놓기에, 내 오늘 그것들을 잡아 거세를 시킬 요량으로 나가
려 했는데 서방님께옵서 나가신다니 전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되겠습니다.” 부인이 선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어흠.. 그..그렇게 하시구려.” 선비가 부인의 눈을 피하며 대꾸했다.

선비가 밖으로 나가 삼밭에 웅크리고 앉아 대문을 주시하며 있으니 계집종이 대문을 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삼밭으로 들어왔다.

선비는 서둘러 일을 치르고자 계집종을 잡아끌어 삼밭에 벌렁 누이고는 배위로 올라타 계집종의 치마를 헤치며 둔덕과 넓적다리를 애무했다.

“대감마님 왜 이리 서두르십니까?” 계집종이 간간이 엷은 신음을 뱉으며 말했다.

“오늘 부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한시도 지체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선비가 옥경을 계집종의 옥문으로 막 찔러 넣으려는 찰나였다.

대문의 삐거덕대는 소리가 거칠게 들리며 횃불을 밝힌 종들과 선비의 부인이 밖으로 나왔다. 선비는 행여나 들킬세라 몸을 바짝 엎드렸다.

“김서방 저 삼밭에 보이는 희끗한 것이 뭔가?” 부인이 삼밭을 가리키며 늙은 종에게 물었다.

“동네의 개들이 또 모여 들었나봅니다 마님.” 늙은 종이 대답했다.

“우리 집 삼밭을 망치는 이놈의 개새끼들을 당장 쳐 죽여서 없애야지, 걱정이 돼 잠을 잘 수가 없으니...” 부인이 넋두리를 하며 늙은 종이 들고 있던 나무막
대기를 빼앗아 삼밭을 향해 던졌다. 나무막대기는 날아가 선비의 이마를 때렸다. 선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깨갱하는 개소리를 흉내 내며 삼밭 깊숙이 기어서 달아났다.

이 일이 있은 후 선비는 어떻게 하면 부인에게 들키지 않고 계집종과 사통할 수 있는지 여러 날을 고심한 끝에 이 방면에 능통한 친구를 찾아 조언을 구하
기로 했다.

“자넨 어째서 부인의 눈과 투기를 피해 계집종과 사통할 수 있는 겐가? 내 자네의 비법을 전수받고자 이렇게 자넬 찾았다네.” 선비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은 겐가?” 친구가 되물었다.

선비가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친구는 호탕하게 웃었다.

“내 자네의 그 개 노릇까지 한 얘기를 듣고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내 자네의 친구라 말할 수 없지. 내 자네에게만 특별히 그 방법을 가르쳐 주겠네.”

“그게 뭔가? 어서 좀 말해보게.” 선비가 재촉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계집종을 범하기 위해서는 열 가지 격이 있는데, 첫째는 굶주린 범이 고기를 탐내는 격이니, 계집종을 범하고 싶은 욕정이 생겨야 하고, 둘째는 백로가 물고기를 엿보는 격이니, 목을 빼고 계집종을 눈독 들이는 것이요. 셋째는 교활한 늙은 여우가 얼음 소리를 듣는 격이니, 아내가 깊이 잠들었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넷째는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격이니, 몸을 빼어 이불에서 소리 없이 빠져 나오는 것이오. 다섯째는 영특한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격이니, 여러 가지
직접적인 기술로 계집종을 희롱하는 것이네.” 친구가 잠시 말을 멈추며 숨을 돌렸다. 선비는 어느 사이엔가 지필묵을 준비하여 친구의 얘기를 빠짐없이 적었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선비가 초롱초롱한 눈을 번뜩이며 재촉했다.

“자네 급하긴 급했나 보군 그래. 허허허” 친구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여섯째는 송골매가 꿩을 잡는 격이니, 잽싸게 덮쳐 깔아뭉개는 것이고, 일곱째는 옥토끼가 약방아를 찧는 격이니, 즐거움을 만끽하며 옥문에다 꼽고 빼기를 반복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검은 용이 여의주를 뱉는 격이니, 사정(射精)을 그와 같이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아홉째는 오(吳)나라 소가 달만 보아도 헐떡이는 격이니, 힘들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을 급히 막아야 하는 것이며, 열 번째는 늙은 말이 집으로 돌아가는 격이니, 자취를 감추고 몰래 잠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네.” 친구가 말을 맺으며 선비를 바라보았다.

“진작 자네의 비법을 전수 받아야했는데... 고마우이.” 선비가 감사하며 말했다.

그날 이후, 선비는 친구에게 배운 십격을 행하니, 절대 실패하거나 부인에게 들키는 일이 없었다.

현세를 살아가는 바람의 영혼들이여! 성여학의 속어면순(續禦眠楯)에 전하는 이 얘기를 깊이 새겨 가정의 불화를 미연에 방지함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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