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불타는 임화수
복수심에 불타는 임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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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5-13 09:00
  • 승인 2004.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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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두한이가 집회방해를 한다고 강연회를 못열 위인일 것 같습네까?”라고 반박했다.“아 경찰이 금지시키는 데두 안들으면 공무집행방해로 잡아가두면 되잖소.”“참 답답합니다레. 김두한이가 노리는 거이 바로 그거이야요. 경찰이 집회를 방해한다고 각 신문, 방송에다가 크게 떠들고 신문사의 사진 기자를 불러들여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을 사진 찍게 해가지고설랑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보도한단 말씀이야요. 그렇게 되믄 김두한이는 연설을 안하구두 백퍼센트 효과를 얻게 되고, 여론은 여론대로 비등해져서 오히려 자유당을 공격하게 된다 이 말씀이외다.”듣고 보니 그럴 듯한 말이었다.“장의원 말이 옳아요. 나도 김두한이가 노리는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이기붕 의장도 장경근 의원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하,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럴 것 같구먼요. 그러니 이 일을 어떡하지요?”참모 하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기붕 의장을 올려다 보았다.

“여러분, 너무 걱정하시디 말라우요.”장경근 의원의 이 말에 여러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어떤 묘안이라도 있습니까?”“간단한 방법이 있시요.”“간단한 방법이라니요?”“간단하디요 뭐. 거 왜 있지 않습네까. 주먹 잘 쓰는 이정재 말씀이야요. 그 자를 시켜서 집회를 방해하는 거야요.”“어떻게 말이오?”“집회장소에서 깡패끼리 싸움을 붙이는 것이디요. 그렇게 되믄 강연회장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고, 소란을 이유로 경찰이 군중을 해산시키믄 간단히 끝나는 것이지 않겠시요.”“하, 거 멋진 묘안인데?”다른 참모들이 혀를 차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렇게 되믄, 신문두 우리 자유당을 욕하디 않고 깡패끼리의 세력다툼이라구 할 게 아니갔습네까.”“장의원 말이 옳아! 장의원은 역시 우리 자유당의 보배야!”이기붕 의장은 기뻐서 얼굴의 주름을 활짝 폈다.“그럼 그 일은 장의원이 이정재를 불러다가 지시를 하라고.”이기붕 의장은 이렇게 말하고 심신이 피로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의장각하! 그 일은 제가 잘 알아서 할 것이니끼니 조금도 염려마시라요.”김두한 의원은 이러한 함정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참모들과 함께 바삐 뛰어 다녔다.내일 있을 강연회를 위하여 조직도 재점검해야겠고, 자기를 지원해서 강연회를 빛내줄 연사들도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에 눈 코 뜰 새가 없었다.“덕균이, 내일 강연회에 사람들이 꽤 모일까?”“염려마시라니까요. 아마 모르긴 해도 종로 초등학교 마당이 미어 터질 겝니다.”신덕균은 자신있게 대답했다.“정말 그럴까?”“글쎄, 두고 보세요. 형님이 입후보 나서서 연설할 때보다도 더 많은 청중이 모여들 테니까.”“경비할 아이들은 다 준비되었겠지?”“예, 벌써 조별로 편성되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김두한의원이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동안, 명륜동 이정재의 집에서는 ‘이정재 사단’의 긴급 참모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일은 임화수 네가 맡는게 어때? 너도 김두한 의원에게는 큰 감정이 있을 테니까 이번에 한 번 풀어보는 게….”이정재가 방안의 무거운 공기를 깨뜨리고 임화수를 바라봤다.어려서부터 종로 5가 일대를 근거지로 커 온 임화수. 한 번 물고 늘어졌다 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죽어도 놓지 않는다는 독종중의 독종.그는 능수능란한 화술과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정재 사단의 제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좋습니다. 그렇잖아도 내 김두한이를 한 번 씹으려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군요.”임화수는 경무대 경호실장 곽영주 경무관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이고, 이승만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처세술이 능수능란한 깡패였다.“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지.모든 일은 임화수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고, 밤이 깊었으니 그만 돌아들 가라고.”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제게 맡기십시오. 제가 알아서 형님 낯 깎이지 않도록 할테니까요.”“알았어. 너만 믿는다.”이래서 김두한 의원의 ‘귀향보고 강연회’ 방해공작은 임화수가 맡기로 하고, 이정재 사단의 참모들은 헤어졌다.이튿날이 되어서였다.종로5가 일대에 깔려 있는 임화수 똘마니들에게 비상소집령이 내려졌다.복수심에 불타는 임화수김두한 의원은 매우 불쾌한 얼굴로 술잔을 받았다.그런데 이 때 또다시 아까와 똑같은 여자의 애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와장창 문이 열리고 어디론가 뛰어나가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이거!”김두한 의원은 들었던 술잔을 상위에 던지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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