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활개척단 활동에 나섰으나…
다시 자활개척단 활동에 나섰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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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4-14 09:00
  • 승인 2004.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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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김두한이는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그런데, 그동안 김두한이 국회의원 일에 바빠서 ‘자활개척단’ 일을 이들 두 사람에게 맡겨 놓았다가 완전히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자활개척단’은 처음 출발부터 난항을 거듭했었다. 대통령 이승만이 말로는 적극 지원하겠노라고 해놓고서 아무런 물질적 지원을 해주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원은 커녕 오히려 경찰을 시켜서 조직까지 파괴하려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정재의 음성적 방해공작으로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다.“할 수 없어. 이젠 내가 직접 나서서 백의종군하는 수밖에 없겠어.”김두한 의원은 이렇게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는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자, 나가자!”김두한 의원은 어리둥절해하는 두 부하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오늘은 나와 함께 취하도록 마시는 거다. 그리고 내일부턴 다시 일하는 거야. 알겠니?”그러고 보니, 가장 가까운 형제요 동지들인 이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 것도 퍽 오래된 것 같았다.“미안하다. 내가 너희들과 함께 술먹은 것이 퍽 오래지?”김두한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했다.“원, 형님도 새삼스럽게 그런 말씀을 …”“그게 다 나랏일 하시느라 바빠서 그리 된 것이지, 형님이 일부러 그런건가요 어디.”김영태와 신덕균이 한 마디씩 하며 밝게 웃었다.“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다!”김두한 의원은 자기를 그처럼 이해해주고 생각해 주는 아우들의 마음이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다. 김두한 의원은 두 아우의 손을 꼬옥 붙잡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갔다. 한동안 걸어서야 김두한 의원은 입을 열었다.“자, 이제부터 나 김두한이는 다시 옛날의 김두한으로 돌아간다. 국회의원 김두한이 아닌 불우한 뒷골목 부랑아들의 형으로서, 희망을 버린 창녀들의 오빠로서 그들과 고락을 같이 하는 김두한으로 돌아가겠다!”김두한 의원은 이미 각오한 바가 있었다.그는 이순신장군이 백의 종군하여 적진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직접 뒷골목에 뛰어들어 그들을 설득하고 선도하여 ‘자활개척단’을 일으켜보자는 결심이었다.

김두한 의원은 다음날부터 결심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자활개척단’은 너희들에게 희망을 주고 안정된 생활을 하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터무니 없는 낭설을 믿고 기피하지 말아라. 나는 너희들의 친구다. 내가 과거 너희들과 같은 생활을 해보았기 때문에 너희들의 사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김두한 의원은 이렇게 호소하며 골목과 거리를 누볐다. 그러자 김두한 의원을 따르는 참모들이‘형님, 이러시다가 이정재네 똘마니들이 저격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쩔려고 이러십니까?”걱정스레 말을 해주었지만 김두한 의원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괜찮아. 내 걱정은 조금도 말아라. 공산당의 총탄이 비오듯 하는 곳에서도 이 김두한이는 물러설 줄 몰랐어. 그까짓 이정재 같은 피라미새끼가 무서워서 할 일을 못하겠어.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이렇게 말하면서 김두한 의원은 서울,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의 도시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제나 김두한의 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행동대장인 신덕균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며“형님, 정말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셔도 괜찮을까요?”이렇게 말한다. 신덕균의 이 충성스런 말에도 불구하고“덕균아, 우리는 사형선고를 받고 오키나와 미군 중범 형무소까지 갔다가도 살아 돌아온 불사조가 아니냐. 그런데 무얼 두려워 해. 설마 같은 동포에게 맞아 죽기야 하겠니?”김두한 의원은 여전히 태평스런 얼굴로 씨익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두고 봐라 이제. 지금은 ‘자활개척단’에 들어가면 모두 거제도 강제수용소로 보낸다는 이정재 똘마니들의 악선전 때문에 기피하지만 한 두 군데 성공을 거두고 나면 오지 말래도 대가릴 싸매고 쫓아 올게다.”그러나 김두한 의원의 낙관론처럼 ‘자활개척단’ 일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이정재의 세력이 부산에는 조금 덜할까 싶어 내려왔으나, 오히려 부산은 서울보다도 더 힘이 들었다.김두한 의원의 사업을 도와주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앞장서서 방해하는가 하면 밤이면 괴한들이 호텔을 습격하여 신경을 피로하게 했다. 낮에 골목을 누비느라고 피로해진 김두한 의원이 마악누 자리에 누우려고 할 때였다.“김의원님, 손님이 찾아왔는데요.”하고 문 밖에서 호텔 보이가 문을 두드렸다.“누구야, 이 밤중에?”김두한 의원은 혹시나 이정재 똘마니들이 찾아오지 않았나 싶어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새파랗게 젊은 괴한 두명이 다짜고짜로 방안에 들어서며 “나 이바구 좀 할 게 있어서 왔심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두한 의원은 “누구야, 너희들?”하고 경계 태세를 취하며 괴한들을 쏘아보았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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