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쇠는 가루지기 타령을 듣고 호기심을 느낀 적이 있었다. 가루지기 여인은 실존 인물인가, 아니면 가공의 인물인가? 그리고 막상 가루지기를 만났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마땅한가.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솟구치는 지식욕을 못 참고 우리말 대사전을 뒤적인 적이 있었다.그런데 그 많고 많은 단어들 가운데 가루지기란 단어에 대한 뜻풀이는 없었다. 단어는 분명히 나와 있는데도 뜻풀이가 없다니 뭔가 이상했다. 잘못 찾았나 싶어 이번엔 더 큰 사전을 골라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역시 없었다. 강쇠는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엄연히 가루지기타령이 판소리 한마당으로 자리 잡고 있는 터에 국어사전에 뜻이 없다니. 한글학자들께서 설마 가루지기의 뜻을 몰라 그런 건 아닐 거였다. 아니면 굳이 뜻풀이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또는 실수로 빠트렸거나 고의거나. 하지만 고의나 실수는 천부당만부당한 일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이번엔 변강쇠란 단어를 검색했다.
한데 다행스럽게도 그에 대한 설명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런데도 가루지기만 없다니. 그렇다면 가루지기란 말이 왜 생겨났단 말인가. 왜 우리 선조들은 가루지기란 말을 만들어 유통시켜왔다는 말인가. 또 옆으로 터졌기에 ‘가로지기’라고 불러야 마땅할 표현을 ‘가루지기’라고 한 연유는 뭔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었으나 강쇠는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연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그러나 말로만 듣던 가루지기 여인이 이렇듯 품 안에 안겨 있으니 이 어찌 절호의 찬스요 크나큰 복락이 아니런가. 강쇠는 심기일전, 거북이를 앞장세우고 맹공을 퍼부었다. 신중하면서도 끈질기게 그동안 갈고 닦은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가루지기 성은 그러나 역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이렇게도 공략하고 저렇게도 공략해봤건만 굳게 닫힌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강쇠는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중얼거렸다.“으음…. 제 아무리 가루지기라고 해도 이렇게 완강할 순 없어. 문제는 성이 초입부터 너무 비좁아. 그러다 보니 마치 벽에다 헤딩하는 꼴이 아닌가. 정말 골 때리는군. 뭔가 뾰족한 수가 없을까.”이때였다.
고심하던 강쇠의 뇌리에 불현듯 ‘의심방내경’의 한 구절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의심방내경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의학은 물론 성에 관한 촌철살인적인 지식이 담겨 있어 강쇠가 일찌감치 독파해둔 책이었다. 그 책의 내용이 떠오르자 강쇠는 쾌재를 불렀다.“그래 맞아. 이제 기억이 나는군. 거기선 사사코처럼 특이한 구조를 가진 여성을 가리켜 ‘물레방아형’이라고 했지. 이런 타입은 물이 돌아야 물레방아가 따라 돌듯 여자 스스로의 힘으론 성문이 열리지 않는 특수체질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죽하면 성미가 급한 남자는 단념하는 편이 낫다고 했을까. 하지만 일단 문이 열리면 남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명기 중의 명기라고도 했어. 그렇다면 물레방아에 대한 대처방법은?” 성문을 열기 위한 대처방안에 고심하던 강쇠는 마침내 최종판단을 내렸다. “그래. 사사코는 물레방아 구조야. 그렇다면 성문 일대에 물이 흘러야 해. 그것도 홍수처럼 물이 흘러넘쳐야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남근을 맞이할 터.”마침내 강쇠는 어지간해선 잘 쓰지 않는 살침을 쓰기로 작정했다. 강쇠는 살침이란 용어를 오래 전 어떤 미씨족 여성에게서 처음 들었다.
사연인 즉 이랬다. 미군부대 주변에 사는 한 주부가 흑인 장교와 놀아나다 자식까지 팽개치고 야반도주를 했는데, 삼년 만에 돌아와 손이 발이 되도록 남편에게 빌더란다.그래서 남편이 물었다. “그래. 그 깜둥이 놈 물건이 그렇게도 좋았더냐. 자식까지 팽개치고 집을 나가게.”“아니에요. 물건 때문이 아니고…. 실은 살침 때문에 그랬어요.” “살침이라니. 그게 뭔 소리야.”“그 사람은 주특기가 살침이에요.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그곳을 빨아주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그 흑인 남자는 내가 그만 하라고 사정할 때까지 빨아줬어요. 전신이 녹아버릴 정도로…. 이제 내가 그 살침 쓰는 법을 정통으로 배웠으니 당신을 평생 즐겁게 해주겠어요. 그러니 한 번만 봐주세요. 네?” 그 뒤 그들 부부가 어떻게 됐는지 뒷소식은 듣지 못했다.강쇠가 알아본 바로는 서양인들이 동양인보다 유별나게 오럴 섹스를 즐기는 데는 피치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그건 바로 백인의 경우 물건이 기다란 반면 힘이 없고 딱딱하지 못해 조루가 많다는 거였다. 이 때문에 백인 남자는 섹스할 때 여자의 발가락에서 은밀한 부분까지 오랫동안 혀로 애무해 흠뻑 달아오르게 만든 뒤 클라이맥스 상태에 올랐을 때 후다닥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교접시간이 짧아도 여자를 만족시켜 부부관계가 별 탈이 없다는 것이다.따라서 백인 남자들의 오럴 추구는 본능에서 우러나온 자구책인 셈인데, 이에 비하면 특히 한국 남성의 경우 물건의 딱딱하기가 OECD국가 중 으뜸이란 게 강쇠의 분석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 남자와 결혼해 사는 외국 여성들이 하나같이 군소리 없이 잘 사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만하지 않는가. 물론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발자크나 모파상 같은 뛰어난 문호들은 섹스능력도 탁월해 하룻밤에 여러 여성을 너끈히 감당했다고 하는데, 이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강쇠의 판단이었다.살침을 쓰기로 작정한 강쇠는 주저 없이 얼굴을 사사코의 깊은 곳에 묻었다. 그런 다음 살침으로 민감한 봉오리를 톡톡 건드리는가 하면 구석구석 순찰을 돌며 사사코를 애태우게 만들었다. 사사코는 살침의 이동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신음을 발하며 나신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까. 어느 순간 사사코가 부르르 엉덩이를 떨더니 두 손으로 강쇠의 머리통을 꽉 붙들었다.‘헉!’ 강쇠는 숨이 막혔다. 코가 꽃봉오리에 짓눌려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저 깊고 깊은 곳에서 계곡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계곡물은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져 내렸다.바로 그때였다. 굳게 닫혔던 성문이 옴지락거리며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바로 지금이야. 이때를 놓치면 안돼!” 강쇠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거북이를 점검했다.거북이는 늠름한 자세로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쇠는 거북이를 앞장세우고 거침없이 성문을 향해 비집고 들어갔다.순간 사사코의 입에서 절창이 터졌다. “아으으…!”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성이었다. 그토록 뚫고자 해도 뚫리지 않았던 철옹성이었다.그러나 일단 뚫리고나자 사사코는 밀어닥치는 환희에 어쩔 줄 모른 채 연방 교성을 남발했다. ‘아웅 아웅….’ 고양이 울음 비슷한 신음이 새어나오는가 하면 ‘억 억…’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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