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키친아트 이야기
화제의 신간-키친아트 이야기
  •  기자
  • 입력 2011-06-21 14:33
  • 승인 2011.06.21 14:33
  • 호수 894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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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력, 키친아트에서 길을 찾다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 상생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현실이 이에 상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는 없을까? ‘정의롭고 공정한 기업’과 ‘꿈과 열정을 불어넣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책이 바로 ‘키친아트 이야기’이다. 경제부 기자로 기업가정신을 줄곧 취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널리 알려진 대기업이 아니라 고작 직원 수 20명인 키친아트에 주목했다. 이는 ‘주방 속의 예술 감각’이라는 슬로건으로 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진 키친아트가 우리 사회에 화두를 제시하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주방용품을 파는 키친아트는 직원이 고작 20명밖에 안 된다. 경영진 중 대졸 출신이 한 명 뿐이고, 주주는 직원 수의 열 배가 넘는 280여 명이나 된다. 4천 개가 넘는 주방용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공장 하나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매출액은 무려 700억 원. 외부에 드러난 키친아트의 모습이다.


“우리가 직원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자!”

‘키친아트 이야기’는 이미 드러난 성공 전략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키친아트의 성장 과정에 대해 하나하나 조명해낸다. 전신 기업인 경동산업 시절부터 직원들의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지금의 키친아트가 있기까지 키친아트 사람들의 성공과 좌절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직원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열정이 들어 있고, 노사 간 소통해가는 과정들이 한편의 경영 드라마처럼 진솔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키친아트의 전신 기업은 경동산업이다. 박노해 시인의 ‘손 무덤’이라는 시의 소재가 되었을 정도로 1980년대 당시 경동산업에서는 프레스와 연마기 같은 기계에 안전장치를 갖춰놓지 않아 하루에 1만 개가 넘는 숟가락을 만들어내던 직원들의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끔찍한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저임금에 노동착취가 심한 회사로 유명했던 경동산업은 심각한 노사대립으로 급기야 임원과 직원의 생명까지 앗아간 분신자살 소동의 비극적인 사태까지 겪어야 했다. 노사갈등과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좇지 못한 전략 실패로, 경동산업은 결국 2000년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 퇴출당했다. 파산 당시 빚만 1천 억 원이었다. 직원들은 퇴직금 한푼 받지 못하고 회사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키친아트의 기적은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청춘을 바쳐 일한 회사를 경영자의 탐욕과 노사 간 불신으로 하루아침에 망한 회사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퇴직금을 모아 ‘키친아트’ 브랜드를 인수, 키친아트(주)를 세웠다. 직원 수보다 열 배가 넘는 주주 280여 명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키친아트를 다시 세우게 한 원동력이었다.


상생, 함께하면 파이 커진다

이런 난관을 거쳐 세워진 기업이기에 그들의 정신은 더없이 단단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경영진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직원의 회사’를 만들어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회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경동산업 시절 직원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 그래서 키친아트는 직원 20명이 모두 사장처럼 일한다. 직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 자신이 CEO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이러한 기업가정신이 키친아트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 새로운 것을 창조한 키친아트와 직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망한 회사 직원이라는 체념과 좌절을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하고 맨손으로 일궈낸 성취의 기록이기도 하다. 키친아트는 독특한 경영전략과 성장의 밑거름이 된 눈부신 아이디어, 그리고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 소신과 뚝심으로 원칙에 충실하며 성장해오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키친아트와 같은 경영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실험적인 도전을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그런 회사, 경영진에게는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바로 키친아트이다. 특별한 성공전략과 경영기법으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 회사가 우리 사회와 기업, 직장인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책 속에서]
키친아트 사람들은 전문적인 분야의 약점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 것일까?
해답은 말 그대로 권한과 책임을 넘겨주는 ‘임파워먼트(Empowerm ent)’구조 덕분이다. 임파워먼트는 일선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가 더 많은 영역에서 직접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서 직원의 창조적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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