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격전지, 열전 현장 영남권 7곳
4·9총선 격전지, 열전 현장 영남권 7곳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4-03 09:42
  • 승인 2008.04.03 09:42
  • 호수 727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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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은 이제 (표)자동판매기 아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의 총선구도가 요동칠 조짐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공천은 당선이요”란 말이 나오던 영남권, 하지만 친박세력으로 공청탈락의 고배를 마신 공룡 정치인들이 이제 무소속의 이름으로 반격에 나서며 68개 의석수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과연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은 곧 당선이란 진리가 통할 수 있을까? 대표 격전지 7곳을 조명해 영남민심을 조명했다.


대구 달성구-박근혜 단독질주 어디까지?

대구 달성구에 출사표를 던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노윤조 민주노동당, 임정헌 평화통일가정당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에 변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4일 동대구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의 행보에 사람들이 몰리며 영남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또 지난 25일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박 전 대표가 찾았다. 하지만 구미생가 보존회장 피살사건이 공식선거운동개시 직전 발생했다.

김태환(구미을), 박종근(달서갑), 이해봉(달서을), 이인기(고령·성주·칠곡) 후보 등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 후보들은 물론 한나라당 후보들까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운다.

박 전 대표는 27일 오전 예정됐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대신 피살사건 대책회의를 가진 후 구미의 순천향 병원을 방문, 고 김재학 보존회장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직접 조문해 피살사건은 이번 총선을 뒤흔들고 있는 ‘박풍’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친박 후보들은 이번 사건이 박 전 대표에 대한 ‘테러’나 ‘박풍’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배후가 있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건을 접한 김태환 후보는 27일 가장먼저 모든 선거운동일정을 취소하고 구미 생가와 순천향 병원을 방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표가 생가를 방문한 직후 벌어진 사건이라 경악을 금치 못한”며 구미시민들이 이번 사건이 총선직전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이 박풍확산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뾰쪽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관계자는 “선거시작도 전에 이상한 사건이 터져 우리 후보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을-친박김무성한나라정태윤 압도

또 친박 대표 정치인으로 공천에 탈락 후 지역 당원 1500여명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한 대표 친박 정치인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압도하고 있다.

특히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한국일보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48.8%를 기록하며 23.8%를 차지한 한나라당 정태윤 전 경실련 정책실장 보다 25%나 앞섰다.

김 의원 관계자는 “선거전이 본격화 될수록 이재오 의원을 등에 업은 정 후보가 불리할 것” 이라 단언하며 “한나라당 후보 둘이 싸우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 출신인 정 후보의 정치적 태생를 분명히 집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후보 측 반격도 만만치 않다.

정 후보 진영은 “한나라당을 표방하고 있는 김 의원 측은 이른바 짝퉁”이라며 “김 의원의 부패전력이 이미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서 문제가 된 만큼 총선에서 지역민심이 이를 심판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지역민심은 여전히 우리를 한나라당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 더 나은 한나라당 후보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무소속 출마지만 당선되면 반드시 복당하겠다”며 한나라당 후보임을 주장했다.


대구 수성을 -주호영 - 유시민 ‘왕의 남자 전쟁’

대구 수성을 선거구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당선자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의 텃밭에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40대 정치인 중 선두 기수인 만큼 서로를 인정한다. 또 주 의원이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같은 동으로 유 전 장관이 이사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이 출사표를 던질 당시 ‘빅매치’가 예상됐지만, 의외로 조용하며 지역 민심은 주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한다.

이에 대해 유 장관측은 “선거운동을 해보니 생각보다 문제가 더 크다”며 “대구에 와 뭘 하고 싶은 지, 주 의원과 생각이 어떻게 다른 지 유권자들은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당선을 자신한다면 자신과 방송인터뷰나 토론회를 꺼리지 말라”고 주장한다.

주 의원은 지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선되면 낙동강 운하 건설과 대구 교육특구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한바있다.

반면 유 의원은 최근 시민단체 주관으로 열린 대운하 반대 집회에서 “대운하 혹은 낙동강 운하를 판다고 해서 대구·경북 지역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망가진 국토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 서구 -해병대출신 홍사덕 부활하나?

친박연대의 거물 홍사덕 친박연대 공동선대위원장은 한나라당 탈당 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 출사표를 던지며 박풍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매일신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38.4%를 차지했으며 한나라당이 강 대표 대신 긴급 투입한 이종현 경북대 교수는 31.1%를 차지했다. 이로서 홍 후보가 이 후보를 7.3% 앞서고 있다.

홍 후보의 대구입성 당시 해병전우회 복장으로 이목을 끌며 “배신자 응징을 위해 왔다. 나는 5년 뒤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한바 있다.

이 한마디는 박 대표의 경선패배는 강 대표의 배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홍 후보는 강 대표가 지난 경선 당시, “이재오의 장단에 맞춰 놀아났다”고 규정한바있다.

이에 이경호 한나라당 대구시당 대변인은 25일 성명을 내고 “강 대표가 불출마 선언한 서구선거구에 지역의 반도체1세대 IT전문가와 철새 정치꾼, 쇼 정치의 대가가 맞붙게 됐다”며 한나라당 이종현 후보 띄우기를 겸한 ‘홍사덕 사냥’을 시작했다.

이 대변인 이어 “이 후보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경북대테크노파크 단장과 대구 테크노파크단장 등을 맡아 대구 공업벨트 추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철새정치꾼 홍 후보와 비교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포항 북구-이병석 vs 오중기 경제공약 대결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이 “포항시민과 함께 동해안시대를 힘차게 열어 나가겠다”며 경제포항을 외치며 다시한번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에 맞서 통합민주당 오중기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후보는 포항을 별모양의 5개 외곽 권역과 1개 중앙구역으로 나눠 발전전략을 추구하는 ‘스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제 정파적 이해와 개인의 정치적 안락을 위할 때가 아니다.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5년 동안 미래 포항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박승호 포항시장이 추진하는 영일만대교와 해상 인공섬 개발에 대해선 “대통령을 배출시킨 지역의 발전벨트 프리미엄을 볼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술적 검증과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지원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오 후보 측은 한반도 대운하건설 추진 반대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6대 핵심과제 선정, 문화개혁 프로젝트, 문화가 공존하는 미래형 환태평양 산업수도 건설을 위한 지역발전 5대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오후보는 “지금 한국경제는 고용없는 성장으로 비정규직 증가, 소득양극화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성장만능주의 정책으로는 일자리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용 창출력이 큰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 고용친화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항은 이 대통령 출신지역이며 이 의원의 확고한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오 후보의 당선여부에는 큰 기대를 모으기 힘들 전망이다.


포항 남울릉 -‘대통령 형님공천’에 시선집중

포항 남울릉 선거구는 공천당시 당 안팎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출마가 확정되며 관심이 몰리고 있다.

6선에 도전하는 이 부의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선거사무소 직원을 통해 포항시 남구 선거관리위원회에 한나라당 지역구 총선 후보자로 등록했다.

이로서 포항 남울릉 지역구는 한나라당 이 부의장과 대통합민주당의 허대만, 창조한국당의 추연만, 무소속 이성석 후보 등 4명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한편 이 부의장은 후보등록에 앞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날 밤까지 불출마를 심각히 고민했다. 자신의 주변 문제가 정리되는 등 당내 갈등이 봉합돼 출마를 최종 결심했다”며 “당선 이후엔 대통령의 국정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당 대표 나 국회의장 등
주요요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민주당의 허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지난 20여 년 동안 침체되고 낙후된 포항 남구와 울릉도 주민들을 위해 노력 하겠다”며 “남구와 울릉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놓고 정책대결을 벌이는 정책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고한 지역의 지지율과 대통령의 형 이란 타이틀로 무장한 이 후보를 만나 얼마만큼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변수를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평가된다.


부산 사하갑-친박들의 뜨거운 접전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로 출마한 엄호성 의원과 역시 친박 계열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현기환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MBC-동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각 지지율은 엄 의원 28.4%, 현 후보 28.3%로 0.1%라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들의 대립구도는 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구도다. 서로 자신들이 ‘원조 친박’이라 논쟁을 벌인다는데 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대외협력부단장과 수행단장을 맡았던 현 후보는 대형 현수막과 홍보물에 박 전 대표와 활동했던 사진과 내용들을 수록했다.

경선 당시 부산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엄 후보 역시 박 전 대표와 활동했던 내용들을 홍보물에 삽입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중앙당 차원의 악재만 터지지 않는다면 경합지역을 모두 한나라당 우세로 뒤바꿀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친박연대 관계자는 “선전하고 있지만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한나라당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부산지역은 무소속 후보 당선비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약 부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무려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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