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음식의 특정 성분에 민감한 반응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잘 먹고 나서도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는 일도 있다. 완전식품의 대명사인 우유에는 필수아미노산과 여러 가지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소화를 못 시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인의 1/3이 즐기는 커피도 어떤 이들에겐 독한 술을 마시는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어째서 그런 걸까. 이들도 남들처럼 ‘속 편히’ 먹을 방법은 없을까.
먹자니 배앓이, 안 먹자니 너무 아까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은 ‘유당불내증’이다. 이들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배가 아프고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해 설사를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렸을 때 우유를 잘 마시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후천적으로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유가 안 받는 사람은 대신 두유나 유산균에 유당분해 효소가 든 요구르트, 저지방우유 등 혼합가공유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유당불내증 뿐 아니라 ‘우유 알레르기’도 우유를 기피하는 원인이 된다. 몸 밖에서 들어오는 단백질 항원 등이 과민반응을 일으키기 때문. 계란 흰자, 밀가루, 메밀, 땅콩 등 견과류, 새우 등도 같은 식품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물질)이다.
전문의들은 이런 류의 음식은 돌 전 아기에게는 먹이지 않도록 권고한다. 대개 3살이 넘으면 별 문제가 없다.
평소 우유가 잘 받는다는 사람도 일시적으로 소화를 못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소장 끝부분 융모에 손상을 입힌 경우 유당분해효소인 락타아제의 분비가 충분치 않아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할 수 있다.
옻나무나 옻 진액을 사용해 만든 ‘옻닭’도 항암 효과가 있는 우루시올 등 몸에 좋은 약효와 함께 맛도 좋지만 옻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다.
커피, 짬뽕 국물 마시면 취해?
처음 먹는 사람들은 두드러기 등 증상을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 알약을 먼저 먹어두는 게 좋다. 옻 알레르기 역시 대개는 설사나 두드러기 정도로 지나가지만 심하면 입술, 혀, 인두, 후두 등 몸의 점막이 붓는 맥관부종으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커피를 마시면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또 두통, 떨림, 구토,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커피 속에 든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각성 효과가 있다. 커피가 맞지 않는 사람들은 간에 카페인을 분해하는 마이크로좀 효소가 부족하거나 카페인 성분 자체에 유달리 예민한 까닭이다.
이들은 아주 적은 양의 카페인에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민감하며 하루 종일 몽롱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이 지속될 수도 있다. 물론 커피에 계속 익숙해지면 몸속 분해효소가 점차 늘어나 이런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부작용이나 사회적인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커피 마시는 능력’을 키울 필요는 없다. 박카스로 대표되는 자양강장음료나 콜라, 코코아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역시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을 특히 못 먹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낚지 볶음 한 접시에 냉수를 몇 잔이고 들이켜지만 혀와 식도, 입에서 불이 나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매운 맛에 대한 반응에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매운 맛은 일반적인 맛을 느끼게 하는 혀의 미각세포가 아닌 통각세포로 전달되는데, 개인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역치(반응을 일으키는 자극 수위)가 낮은 사람은 아주 적은 매운 맛에도 불쾌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매운 음식에 고생을 한 적이 있다면 나중에도 거부감이 생기는 등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 애용되는 초콜릿 등 단 음식도 어떤 이에겐 피해야할 무서운 음식이다. 초콜릿 안에 든 페닐에틸아민이란 성분이 뇌신경을 자극해 두통을 유발하기 때문. 아질산염이 들어 있는 베이컨과 햄, 타이라민이 함유된 치즈나 적포도주에 편두통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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