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의 성에 대한 인식
한의학에서의 성에 대한 인식
  • 정혜영 기자
  • 입력 2008-12-17 15:33
  • 승인 2008.12.17 15:33
  • 호수 764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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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을 키우려면 노기(怒氣)를 참아야
성 발육에 관한 한의학 전문서는 별로 없다. 하지만 한의학 저서 중 이곳 저곳에서 많이 찾아 볼 수가 있다. 그의 첫 기록을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의 치밀성에 대하여 오늘의 사람들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소문·상고천진론(素門·上古天眞論)>에서는 “여자가 14세가 되면 천계(天癸)가 나타나고 임맥(任脈)이 통하며 태충맥(太衝脈)이 왕성하여 월사(月事)가 주기적으로 제때에 나타나는데 이로부터 자식이 있게 된다. 여자의 나이 49세가 넘으면 임맥(任脈)이 허(虛)하면서 태충맥(太衝脈)이 쇠약하여지고 천계(天癸)가 소모되어 지도(地道)가 불통(不通)하고 그 형(形)이 파괴되어서 자식을 낳을 수 없다. 장부(丈夫)는 16세에 신기(腎氣)가 왕성하면서 천계(天癸)가 생기고 정기(精氣)가 흘러 넘치면서 음양(陰陽) 화합이 되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 남자의 나이 64세가 넘게 되면 천계(天癸)가 소모되어 정(精)이 적어지고 신장이 쇠약해지며 형체의 전부가 극도로 나쁘면서 치아와 두발이 빠진다”라고 기술하였다. 이와 같이 발육에 관한 상세한 논술은 현대의학 관점과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여자 14세 가량이 되면 생식 기관이 성숙하기 시작하여 제2차 성징이 출현하게 되고 난소의 배란, 월경의 초조(初潮)가 시작되어 49세가 되면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배란 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또한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고 월경이 정지된다.

남자의 경우는 여자보다 발육이 늦은 편이지만 16세가 되면 성숙하기 시작하여 64세 이후면 성기능이 점차 쇠퇴된다. 이 외에도 역대의 의가들은 양생과 생식에 관하여 상당한 논술을 하였다.

수천년간 인위적으로 성행위(性行爲)를 ‘검은 구역’으로 간주되어 되도록 기피하여 왔다.

그러나 하나의 과학 분야로서 한의학은 많은 저서 중 여전히 상당한 기록을 찾아 볼 수가 있다.

진거곤이 펴낸 섭씨여과증치(葉氏女科證治)에서 기술된 내용을 보면 [남여가 성교를 시작하면 남자는 세 가지가 상승되는데 그의 첫째는 양도(陽道)가 분발하고 치솟으면 간기(肝氣)가 오른 것이고, 둘째는 양물(陽物)이 커지고 열을 토하면 심기(心氣)가 오른 것이고, 셋째는 양물이 견실하고 오랫동안 뻗치면 신기(腎氣)가 오른 것이다. 또한 여자는 다섯 가지가 오른다. 첫째는 안색(顔色)에 홍조(紅潮)가 일면서 눈썹과 보조개가 웃음을 띠면 심기(心氣)가 오른 것이고, 둘째는 눈빛이 빛나고 침이 가득차면 간기(肝氣)가 오른 것이고 ,셋째는 머리를 숙이고 코에서 콧물이 흐르면 폐기(肺氣)가 오른 것이고, 넷째는 목을 꼬고 몸을 떨면 비기(脾氣)가 오른 것이고, 다섯째는 옥문(玉門)이 열리고 음도질액이 가득하면 신기(腎氣)가 오른 것이다. 이렇게 오기(五氣)가 오른 후 남자와 교접하되 구천일심법(九淺一深法)을 행하고 서로 정(精)을 나누면 잉태가 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성적 행위의 논술은 현대의학에서의 이론과 매우 일치한 것이다.


절제하면 정력보양되나

정력을 보양하는 것과 방사(房事)를 절제하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옛날 사람들은 자식을 얻은 것과 정력을 보양하는 것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자식을 얻으려면 우선 정력을 키워야 하고, 정력을 키우려면 욕심을 적게 부려서 방사를 절제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냈던 것이다. 한의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남자는 반드시 정력을 보양하여야 하고 여자는 반드시 혈(血) 즉 피를 보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의 경우 가령 오늘까지 자식이 없다면 흔히 색욕(色慾)이 과분하여 함부로 정액을 허비하여 진기가 손상되어서이고 여자의 경우는 음정(陰精)의 희박(稀薄)으로 수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의학의 견해로는 성생활의 빈번(頻繁)으로 사정이 극심하여 정액량의 감소를 일으켜서 수정의 가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는 흔히 임계성적(臨界性的) 불임 여자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력을 보양하려면 우선 색욕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방사 즉 성생활을 절도있게 행하면서 옛사람들이 흔히 일컫던 “정력을 키우려면 노기(怒氣)를 참아야 한다”라는 말을 가벼이 넘기지 말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노(怒)하면 간(肝)이 상하고 또한 비(脾)의 열이 망동을 부리게 되며 간의 소통력이 저하되어 비록 교합(交合)을 하지 않더라도 정액이 손실된다고 주장하는 한편 정력을 보양하려면 반드시 입맛을 잘 조절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담백한 맛을 즐기게 되면 자연히 정력을 보양하게 되고 기름지고 진한 맛을 즐기면 습(濕)과 담(痰)만 생길 뿐 정액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고위관리들은 기름지고 진한 맛만 즐기는 탓으로 정력이 부족하여 자식이 그립지만 농업과 양잠업에 종사하는 집안은 담백한 오곡만을 먹으므로 정력이 왕성하여 자손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술은 음열(淫熱)을 부추겨서 정력을 무너뜨리고 난잡한 방사를 꾀하게 하므로 자식을 얻으려면 반드시 많이 마시던 것을 적게, 적게 마시던 것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한의학은 주장하고 있다.


장수와 방사(房事)의 관계

중국의 사천성에 114세가 되는 나명산(羅明山)이라는 노한의사가 있다.

그가 말하는 장수 비결은 “부지런함, 절도 있는 식생활, 정액을 아끼는 것, 마음을 넓게 가지는 것” 등으로서 이중의 정액을 아낀다는 말은 바로 장수와 방사(房事)의 관계를 말한 것이다.

한의학 저서와 역대의 의가들은 한결같이 장수하려면 색욕을 절제하고 과분한 방사(房事)를 삼가라고 주장하였다.

<소문·상고천진론>을 보면 “취기가 가득할 때 방사(房事)를 시작하면 진기를 낭비하게 되며 술이 정신을 몽롱하게 하여 쾌감을 모르게 하고 일상 생활에서의 절도를 잃게하여 50세가 되면 체력이 크게 약해진다” 라고 하였다.

이 뿐만 아니다. 한나라의 장중경(張仲景)은 과분한 방사(房事)를 몹쓸 병의 병인으로 간주하여 “간사한 소리와 아릿다운 여자는 뼈를 찍는 도끼, 톱과도 같다”라고 하였고 <여씨춘추>의 정욕편(情欲篇)에서는 “성욕에는 정이 따라야 하지만 정은 절도가 있어야 한다. 성인이 수절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을 잘 조절하여 색욕을 절제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 외에도 <수세보원>에서는 “연세가 높게 되면 혈기가 쇠약하여 지는데 가령 방사(房事)에 늘 열중하게 된다면 신체를 크게 망가뜨릴 것이다. 이것은 마치 꺼져가는 불에서 기름을 철회하는 격이다”라고 하였다.

임상에서 과분한 방사(房事)로 신허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청년으로서 처음에는 수음을 즐기다가 결혼 후로는 성욕에 빠져 절도 없는 사정을 한 결과 가벼운 경우는 체약(體弱)신휴(腎虧)하여 늙기 전에 먼저 쇠약을 앞당기고 중한 경우에는 온갖 병에 시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신(腎)은 원기(元氣)의 관저로서 생명의 활력과 노쇠를 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기라고 본다.

만약 장수를 원한다면 옛 사람들의 “세상 물욕은 없어야 하며 실속있는 삶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양생철학을 본받아야 한다.


#한의학에서 본 불임증의 원인

여성의 기와 혈이 약하고 냉하면 불임증 초래

한의학에서 여성의 불임증 원인을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 있다.

1. 허약으로 인한 불임증 : 부녀자의 기와 혈이 모두 허약하여 월경기일이 앞으로 혹은 뒤로 변동되거나 또는 멈추었다가 나타나거나 혹은 백대하가 혼탁하거나 혹은 식사가 달갑지 않고 몸이 몹시 쇠약하다.

2. 장기(臟器)가 냉한 불임증 : 부녀자가 오장(五臟) 양기(陽氣)의 허손으로 자궁이 냉하고 적백대하(赤白帶下)가 나타나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경우.

3. 비만으로 인한 불임증 : 몸체가 비만(肥滿)하여 담(痰)과 습(濕)이 범람하거나 혹은 과도한 비만증으로 성교를 방해하는 경우.

4. 신(腎)의 열이 거센 불임증 : 부녀자의 콩팥 열이 왕성해서 음혈(陰血)이 부족하게 되고 화(火)가 세차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혹은 꿈이 많거나 몽교(夢交)에 시달리는 경우로 옛 사람들의 말처럼 “거센 불길이 메마른 땅을 태우면 초목이 자랄 수 없다”는 경우.

5. 기(氣)의 울체(鬱滯)로 인한 불임증 : 부녀자의 가슴에 스트레스가 맺혔거나 과분한 근심으로 심(心)과 비(脾)가 상처를 받아 충맥(充脈)과 임맥(任脈)이 날을 따라 고갈(枯竭)하고 경맥(經脈)이 쇠약된 경우.

6. 혈(血)의 울체(鬱滯)로 인한 불임증 : 부녀자의 혈(血)이 울체(鬱滯)되어 월경이 시원하지 못하고 혈색이 암자색을 띠거나 혹은 핏덩어리가 막혔거나 생리통이 극심한 경우.

7. 월경의 문란(紊亂)으로 인한 불임증 : 부녀자의 월경기일이 문란하거나 혹은 붕루(崩漏)가 멈추지 않을 경우, 또는 기혈(氣血)이 너무 얌전한 경우 등으로서 이러한 경우는 모두 불임증을 초래하게 된다. 이외에도 선천적인 생식기의 결함으로 불임증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녀자의 불임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동시에 병존하여 서로 인과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혜영 기자 j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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