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선 앞두고 박지원 움직였다”
“광주 경선 앞두고 박지원 움직였다”
  • 김승현 
  • 입력 2007-09-21 13:42
  • 승인 2007.09.21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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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태 광주시장 ‘2002 비사’ 공개 >>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광주, 전남’ 대회전을 앞두고 폭풍 전야와 같은 적막에 휩싸였다. ‘대세론’에 제동이 걸린 손학규 후보 캠프는 여론조사에서까지 밀리자 긴급 회의를 갖는 등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002년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를 기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게 손 후보측의 계획이다.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와 ‘친노후보’ 단일화로 날개를 단 이해찬 후보도 팽팽한 3파전 속에서 ‘광주 승리’를 저마다 자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이 이번 광주, 전남 경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라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호남 정가에선 얼마전 2002년 상황과 관련 박광태 광주시장이 내놓은 주장이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 불어닥친 ‘노풍’은 광주를 기점으로 무섭게 전국으로 번졌다.

경선 전만 해도 지지율 1위를 고수하던 당시 이인제 후보측은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급기야는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당시 ‘노풍’의 진원지와 관련, 김대중 전대통령의 청와대를 주목했던 이들은 “광주 경선을 앞두고 당원들에게 노 후보를 지지하라는 메시지가 전해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박광태 광주 시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또 다시 이를 보여주는 비사를 전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사모 아닌 당원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김대중 전대통령을 방문했던 지난 8월 29일.

서울에 올라온 박광태 광주시장은 여의도 앞 음식점에서 국회 출입 기자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2002년 경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은 “(2002년) 광주 경선 당시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나를 비롯 광주 북구 대의원들은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는데 박지원 비서실장이 갑자기 노 후보를 지지할 것을 요구해 매우 당황했다”며 “이런데도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박 실장을 대북 송금 문제로 탄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광주 경선에서 노풍이 불었는데 이 때는 양길승씨(전청와대부속실장)이 주도한 노사모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순전히 민주 당원들이 노 후보를 지지해 1등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지방지 기자는 이와 관련 “박 시장이 그런 주장을 펼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기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또 다른 인사는 광주에서 시작된 ‘노풍’과 관련 “당시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섰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회창 후보와는 줄곧 5∼7%대로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반면 노 후보는 지지율에선 떨어졌지만 ‘호남이 미는 영남후보’라는 점에서 당원과 호남민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청와대 배후설을 일축했다.

“아무리 DJ의 영향력이 큰 호남 지역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메시지 하나로 그렇게 결과가 나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친노 후보 단일화’ 논란

2002년 경선 도중 이인제 후보측은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가 양자 대결에서 이회창 총재를 이기는 것으로 나온 게 광주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이른바 김심 개입 의혹을 제기했었다. 일각에서는 염동연 의원이 이끌던 ‘민주연합청년회’(연청)가 주축이 돼 광주반란을 이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는 9월말 열리는 민주신당 경선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 후보는 특히 친노후보의 ‘단일화’와 관련 “경선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친노 후보였던 한명숙 유시민 후보가 연이어 사퇴함으로써 이해찬 후보가 3강의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민주신당의 광주 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박 시장의 주장은 호남 정국에 미묘한 파문을 남기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노심과 DJ의 김심이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당 3인방 호남 대회전 앞두고 배수진
조직 정동영 - 여론 손학규 - 대MB 경쟁력 이해찬


2002년 노풍의 진원지였던 광주와 전남 경선을 앞두고 신당 후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추석 연휴 직후 열리는 이번 경선 결과가 전체적인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저마다의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대세론’이 위기에 처한 손학규 후보는 광주·전남 지역 대학교수 119명이 지지선언을 하는 등 분위기 몰이에 나섰다. 손 후보 자신도 바닥 민심을 훑으며 1위 탈환에 나선 상황이다.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텃밭인 전북 경선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여유있는 입장이지만 광주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해찬 후보도 ‘친노후보 단일화’라는 호재 속에 대반전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후
보’로 꼽힌 것도 광주 경선에 반영될 것이라고 캠프는 주장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에는 조직력이 앞선 정 후보가 유리하겠지만 투표율이 높으면 손 후보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2년 경선 때처럼 이명박 후보와의 승리 가능성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다면 이해찬 후보의 ‘돌풍’도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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