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
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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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2-15 13:31
  • 승인 2007.02.15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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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맨 남성 클리닉의 풍경<3>

“집사람을 벗겨놓고 발기가 안 돼서 그냥 내려올 때 제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

“처음에는 개망신 당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벌개지다가 나중에는 서글퍼지더라구요.”

“………”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

“집사람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하면 마음이 많이 힘듭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저를 대하는 태도나 눈빛이 예전 같지가 않아요.”

“………”

“살아가면서 자질구레한 스트레스야 받지만 마음이 크게 힘든 일도 없고, 특별히 아픈 데도 없어요. 제가 지금 마흔 여섯인데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이건 진료가 아니라 거의 인생 상담이다.

진료는 이런 거다. 발기가 잘 안 된다. 그러냐. 그럼 왜 발기가 안 되는지 검사를 한 번 해보자. 좋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에 따라 치료하자. 좋다. 진료비가 얼마냐. 얼마다. 진료비를 지불하겠다. 고맙다. 발기 잘되게 해줄게.

하지만 이런 인간미 없는 진료는 똑같은 약을 줘도 약발이 잘 안 받는다. 하소연도 들어주고 용기도 주고, 희망도 주고 해야만 치료결과도 좋아진다. 이건 의사생활 20년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당신이 감기 몸살에 콧물, 기침, 두통이 심해서 동네 의원에 갔다고 하자. 같은 감기를 치료해도 자상한 목소리로 “그래 얼마나 힘드세요?” 하면서 처방해주는 것과, 무뚝뚝한 목소리로
“감기로 사람 죽진 않아요.”하면서 처방해주는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말이다.

“저도 같은 남자로서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감이 갑니다.”

“요즘 남성 의학이 발달해서 발기부전 정도는 아주 쉽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사모님이 존경의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게 해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 마흔 여섯이라고 하셨는데 성적으로는 스물여섯이 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우거지상에 초상집 분위기로 상담실에 들어오는데 나중에는 입이 귀에 걸린다.

“정말 제가 그렇게 될 수 있겠습니까?”

좋아하는 눈빛을 보면, 정말 남자에게 성 능력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위해준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언제까지고 내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며 살아가야겠다. 병도 잘 치료해줘야하지만 그전에 환자의 영혼을 사랑하는 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

문의) 031-783-8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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