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4주년 노무현 사람들의 명암
2월 25일로 참여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았지만 청와대엔 먹구름만 가득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탈당’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나에 대한 공격에는 정면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대속에 출범했던 참여정부가 개혁의 칼을 빼든지 어느덧 1,500여일이 다 돼 간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핵심을 차지했던 실세들의 권력 지도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 이 중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강성 비판론자’로 변신한 인물도 없지 않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노무현 사단의 선봉에 섰던 청와대 비서진들의 오늘을 점검해 봤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의 전면에 포진해 있던 비서진은 모두 52명.
이들 중 가장 성공한 인물은 반기문 외교보좌관(이하 2003년 3월 당시 직위)이다. 그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올 초부터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UN 사무총장직을 수행 중이다.
초기 비서진 중 17대 국회에 몸담은 이들도 여럿이다. 문희상 비서실장,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김현미 국내언론1 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이 국정상황실장과 서갑원 의전비서관은 열린우리당 내 친노그룹을 대표하며 ‘당 사수파’의 앞장에 서 있고 문 비서실장과 유 수석도 당 중진으로서 당의 부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동영 전의장 그룹으로 평가받는 김 비서관은 한 때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근에는 몸을 낮춘 분위기다. 반면 김근태 전의장의 ‘재야파’로 분류되는 문학진 정무1비서관은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리며 ‘반노 인사’로 자리잡았다.
문 비서관은 최근 탈당 정국에서도 ‘중대 결단’을 고심했지만 아직까지는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불명예 퇴진 인사
비서진 중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인물도 있다.
최도술 총무비서관은 SK 비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형을 살고 있고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향응 파문으로 물러났다. 참여정부 초기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뤘던 정찬용 인사수석도 ‘행담도 파문’으로 청와대를 떠나야만 했다.
정 수석은 지난해부터 서남해안포럼 대표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어 호남 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허준영 치안비서관도 이후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시위현장에서의 농민 사망 사건으로 옷을 벗어야만 했다. 이후 그는 지난 해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며 정치권 입문을 시도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하는 쓴 맛을 봤다.
청와대의 입이자 방패막이가 돼야 했던 송경희 대변인은 2개월여만에 낙마하며 ‘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참여정부 초대 비서진의 일원이었지만 이제는 ‘반 청와대’로 방향을 180도 선회한 이들도 존재한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추진에 대해 강경 반대론자다. 그는 이를 놓고 “실제로는 경제통합으로 가는 것이다. 성급하게 강한 상대와 준비없이 씨름을 하면 얻을 이득은 불투명하다”고 공격했다.
‘차기 대선 전략’ 마련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주위를 지켜온 인사들도 몇몇 있다.
권오규 정책수석은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정책실장 등을 거쳐 경제부총리의 지위에까지 올랐고 부산사단의 수장인 문재인 민정수석은 현재 정무특보로 활동하며 ‘개헌론’을 외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윤태영 연설담당비서관과 천호선 참여기획비서관이 노 대통령의 근좌를 지속적으로 지켰다. 대변인과 제1부속실장을 지낸 윤 비서관은 올 초 연설기획비서관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이호철 민정1비서관도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뒤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노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386 인사 중 가장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천호선 참여기획비서관은 의전비서관, 국정상황실장을 거치며 노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 지난해 여름 청와대를 떠났지만 정치권은 보다 큰 ‘포석’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가 여전히 ‘노의 사람들’인 이 국정상황실장, 안희정씨 등과 함께 외부에서 차기 대선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친노그룹 ‘대선 TF’ 뜨나
보폭 넓히는 안희정, ‘노사모’도 들썩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과 발맞춰 친노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전민정수석은 대통령 정무특보로 ‘개헌론’ 전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천호선 전비서관은 노사모 지역모임에 참여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광재 의원과 서갑원 의원 등 청와대 출신 여당 인사들도 새로운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외에도 사면복권된 안희정씨의 행보는 지난해부터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안씨는 노사모와 고대 인맥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규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이 정치와 언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퇴임 이후’에도 관심을 보이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들 친노사단의 움직임은 대선 정국에서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