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척결·원칙이 지켜지는 나라 만들겠다”
“비리척결·원칙이 지켜지는 나라 만들겠다”
  • 구명석 
  • 입력 2006-09-08 13:11
  • 승인 2006.09.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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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신임 법무장관 내정자

노무현 대통령이 사퇴한 천정배 법무장관 후임에 김성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을 내정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가 인상적인 김 내정자는 체구에서 풍기는 단단함처럼 소신 있고 원칙적인 사건 처리로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95년 서울지검 특수부장 재직 때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 주임 검사를 맡아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제 법무부 장관으로 첫 발을 디디는 김 내정자는 공직부패 척결 개혁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아 참여정부 들어 지속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면서 법무 행정과 검찰 안정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그동안 검찰이 반대해온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에 찬성의견을 내놔 향후 법무장관으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대형 권력형 비리 수사
사회적 약자 지원 필요…공직비리 척결 공수처 관심


청와대, 논란 끝에 ‘김성호 내정’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당 복귀로 공석이 된 법무부장관에 김성호(56세)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을 내정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김 내정자는 지난 2년7개월간 부패방지위원회 및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공직부패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 및 정책 수립 등 관련 업무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김 내정자의 업무 역량이나 생각을 직접 검증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경남 남해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16회에 합격했다. 1979년 검사로 임관된 후 주로 대검 중수 4·3·2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3·2·1부장을 두루 거치며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과 대형 경제사건 등을 두루 다뤄온 검찰내 대표적 특수수사통으로 꼽힌다. 작은 키에 부드러운 표정이지만 치밀하고 뚝심 있는 추진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검찰은 대체로 김 내정자의 발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통 특수부 검사 출신인 김 내정자가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현안을 잘 풀어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 출범 후 부패방지위,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을 거치며 검찰이 반대해온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를 주도해 왔기 때문에 검찰과의 마찰도 조심스럼게 점쳐지고 있다. 김 내정자는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을 비롯하여 1993년 조흥은행 금융부정사건, 1993년 율곡비리사건 등 굵직한 비리사건을 도맡아 수사했으며 특히, 1995년 서울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때에는 전두환ㆍ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을 맡아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면서 국민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김 내정자는 1995년 각종 금융비리 수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금융거래의 실체와 추적’이라는 수사지침서를 펴내는 등 계좌추적을 통한 수사기법을 착안해 검찰의 수사역량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시절 정권수뇌부와의 의견차이 등으로 요직을 받지 못하고 지방을 전전하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이 있던 2003년에는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이 청주지검장이던 그를 대구지검으로 발령 내며 ‘특수수사 경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후속 조치’를 당부하며 적재적소 배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김 내정자는 2003년 건국대에서 ‘공직부패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부패방지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아 2004년부터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으로 발탁돼 현재까지 그 후신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5가지 부패청산 성공전략” 강연

그는 청렴위에서 검찰 출신으로는 드물게 공직자부패수사처 설립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단골로 등장하는 등 외부로부터 공직부패 척결 및 개혁의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한줄기 빛도 어둠을 물리친다.”

국가청렴위원회 김성호 사무처장이 지난 4월 21일 ‘중앙인사위 혁신포럼’에서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이날 ‘부패청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그 성공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한 김 처장은 독특한 ‘5가지 부패청산 성공전략’으로 청중의 이목을 끌었다.

첫 번째 전략은 ‘물의 법칙’ 김 처장은 “모름지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라며 “권력층, 사회지도층의 부패는 규모나 영향력이 아래층보다 더 크기 때문에 부패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는 ‘빛의 법칙’이다. “한 줄기 빛도 어둠을 물리친다”는 금언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부패는 빙산의 일각이다. 알려진 것 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죠. 서로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밝히기가 어렵다. 하지만 빛처럼 투명하게 일의 기준을 세우고 처리한다면 행정이 투명해 질 것이다.”

셋째는 ‘소금의 법칙’이다. 그는 청탁과 연고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한 뒤 “한줌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한다”면서 “‘부패영향평가’ 등 기관별로 청렴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넷째로는 ‘썩은 사과 솎아내기 법칙’을 제시했다. 그는 “부패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비교적 관대한 데 부패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제정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부패사범은 영구 퇴출을 해야 비리가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세운 전략은 ‘All-Court Pressing 법칙’이다. 부패청산은 어느 개인이나 기관만의 노력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지도자, 공직자, 기업, 시민단체, 국민 모두 투명사회를 위해 협약을 체결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패는 국가발전의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한 때 우리나라보다 부유했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부패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처장의 진단이다. 인사위 직원들은 이날 강연을 통해 투명하고 밝은 사회, 신뢰받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법조비리 대처방안 주목

김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검찰 내부에서 알아주는 대표적인 특수통. 그는 공직자 부패방지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부패방지위원회(2005년 국가청렴위원회로 개칭)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치밀하고 뚝심 있는 추진력으로 일처리가 뛰어나며 조직 통솔력도 갖췄다는 평이다. 그런 그의 양 어깨가 무겁게 됐다. 짊어져야 할 짐이 꽤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 시민단체 등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검찰은 “잘 하리라 믿는다. 공수처 설치 역시 잘 해결할 거라 생각한다”며 즉답은 피했다.

검찰 내부에서 ‘물건너 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공수처에 대해 김 내정자는 얼마 전까지 강경론자였다. 국가청렴위 재직시 공수처 설치안을 국회에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최근 들어 약해졌다. 김 내정자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초안을 넘겼던) 3년 전 국민의 비판을 받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상황과 사회적 여론 등을 수렴해 공수처 형태가 됐든, 특검이 됐든, 제3의 형태가 됐든 적절한 결론이 나길 기대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최근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법조비리 파장으로 인해 판ㆍ검사의 부패를 직접 수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경우 김 내정자의 공수처 설치와 관련된 몸짓은 가속도를 받을 수도 있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법조비리를 줄일 복안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공식 임명된 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공수처 신설에 대해 검찰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임 천정배 장관 역시 공수처 찬성론자였지만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해 김 내정자 역시 ‘저러다 말겠지’하는 식으로 보는 검사들이 있다. 반면 김 내정자의 이력을 거론하면서 간단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는 지난 9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재직 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까지 시켰던 인물이다. 20년 검사생활을 뚝심 하나로 밀어붙였던 인물이다.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받아 원리원칙에 따라 공수처를 추진할 것이란 의견이 만만찮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장관이 되어 공수처 개설을 더욱 밀고 나간다면 검찰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부에서 검찰을 바라봤던 김 내정자는 “청렴위, 부방위 등은 검찰과 같은 목표를 가진 상호보완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찰을 쭉 해왔기 때문에 외부에서 본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숲 속이 아닌 숲 밖에서 숲과 나무를 볼 수 있었던 김 내정자가 과연 법무부와 검찰을 어떻게 통솔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피의자 인권문제, 사법개혁, 검ㆍ경수사권 문제, 이자제한법, 이중대표소송제는 물론 검찰의 과거사 문제나 사형제 존폐 여부 등 앞으로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딪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호 법무장관 내정자 일문일답
“법무부와 검찰 체질 개선에 힘쓸 터”


신임 법무장관에 내정된 김성호(金成浩)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8일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것 같다”며 “원칙을 지켜가는 나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의 신임 법무장관 인선발표 직후 언론을 통해 이렇게 밝힌 뒤 서울 계동 국가청렴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와 검찰의 체질을 강화하고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쓰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털어놓았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인선 과정에서 진통이 있던 데다 국회 인사청문회 및 공식 임명 절차 등을 앞두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법조비리, 사법개혁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음은 김성호 내정자와 일문일답.

-법무부 장관이 되면 가장 역점을 두려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 원칙이 법무 업무의 최고선(最高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약자, 지식이 부족한 사람, 가난한 사람, 신체가 병약한 사람 등이 법률적으로 안심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누구든 약자라고 해서 법률적 지원을 못 받아서는 안 된다.

-청렴위에서 법무부로 옮기는 데 둘 사이의 조화는.
▲ (청렴위와 법무부는) 같은 목표를 가진 상호 보완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검찰을 쭉 해 왔기 때문에 외부에서 본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 및 사법개혁과 관련한 입장은.
▲ 나름대로 복안은 갖고 있지만 임명 때까지 보름 이상 남은 지금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적당한 때에 밝히겠다. 원칙대로 처리되리라 기대한다.

- (위증을 억제하기 위해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도입이 거론됐던) 사법방해죄 등에 대한 생각은.
▲ 논의가 좀 필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도 계시고, 여러 사람 이야기 들어봐야 한다. 국법질서, 사정 차원의 고려,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주장을 고려해야 한다. 수사기관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이 인권 보장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인가.
▲ 그렇다. 무리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자기보호를 위해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사람이 거짓말 하는 건 인권을 위하는 게 아니다. 나쁜 사람 다 봐주면서 인권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해서.
▲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성안을 해서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공수처 설치는 각 정당과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며, 공약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검찰수사의 중립성 등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법률안을 국회에 보낸 것이다.
이제 국회의 몫인 만큼 국회가 잘 결정하길 바란다. 다만 3년 전 국민의 비판을 받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상황과 사회적 여론 등을 수렴해 공수처 형태가 됐든, 특검이 됐든, 제3의 형태가 됐든 적절한 결론이 나길 기대한다. 수사기구의 형태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정해져야 하는 만큼 꼭 공수처의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대안 중 좋은 제도가 도출되길 바란다. <석>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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