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몸살 ‘위험수위’ 금품수수 비방전 ‘난무’
공천 몸살 ‘위험수위’ 금품수수 비방전 ‘난무’
  • 이금미 
  • 입력 2006-03-21 09:00
  • 승인 2006.03.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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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공천몸살’ 때문이다. 상호 비방전과 동시에 흑색문건도 난무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사법당국 동원’ 운운하며 제동을 걸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높은 한나라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승리주의가 각 후보 진영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보다 더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예선전’을 들여다봤다.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은 선거구의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기초의원부터 광역단체장 후보 진영발(發) 금품·향응 제공, 흑색문건 유포설 등 색깔도 다양한 제보가 당 사무처로 접수되고 있다.

홍준표 vs 맹형규 ‘설전’

후보간 ‘설전’을 벌인 뒤에도 앙금이 남아있는 곳은 서울시장 후보 경쟁중인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전의원 진영. 이들은 얼마 전 흑색선전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홍 의원은 맹 전의원측이 작성, 유포했다는 문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홍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홍 의원을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당을 버릴 사람 ▷한나라당의 노무현 같은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대선승리를 위한 희생보다 자기인기를 우선할 사람 ▷강금실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서울시장 불가조건 외에도 홍 의원이 서울 강남 지역 1채 등 집 3채를 갖고 있다는 등의 재산관련 사항도 기재돼 있다. 홍 의원은 이날 “맹형규 후보측이 이같은 허위사실을 구전홍보단까지 조직해 당원들에게 유포했다”며 당측의 사법고발을 정식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맹 전의원은 “실무자 차원에서 이뤄진 일일 뿐”이라며 “관련 사실 확인 뒤 홍 의원에게 정식 사과도 했다”고 밝혔다. 또 문건 작성자를 캠프에서 내보내기로 했다며 홍 의원측의 공세를 차단했다.

허남식 vs 권철현 ‘사퇴공방’

공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은 또 있다. 허남식 현시장과 권철현 의원이 차기 시장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부산이다. 허 시장측과 권 의원 진영 사이에선 사법고발 협박 수준을 넘어 사퇴 공방전도 진행중이다. 두 진영간의 공세 양상도 다양하다. 권 의원측 오정환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부산시청을 찾았다.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허 시장이 펴낸 저서가 <부산시보>를 표절했다는 의혹.

권 의원측은 이미 하루 전 “공무원 뒤에 숨지 말고 허 후보가 직접 밝혀라”는 제목의 공개질의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틀 전에는 성명을 통해 허 시장의 저서 표절과 관련 ▷시정(市政)의 사유화 ▷공무원 동원과 이와 관련한 거짓 변명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표절 의혹에 대해 허 시장측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흑색선전일 뿐”이라는 반응. 허 시장측에 의하면 허 시장이 내놓은 책은 허 시장이 APEC을 준비하면서 평소 메모해 놓았거나 시정 보도자료를 정리해 만든 것이다. <부산시보>는 보도자료를 근거로 했고, <부산시보> 발행인인 시장이 시보 기사 일부를 저서에 옮겼기에 표절이 될 수 없다는 것. 한편 지난 13일엔 허 시장측이 권 의원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부산진시장 등 재래시장에 ‘내 고향 부산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불법유인물을 대량 살포, 우회적으로 허 시장을 공격했다는 게 이유다. 유인물은 ‘APEC 이후 부산에 남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뒤 ▷전국 최다 8만개 일자리 감소 ▷4~5년내 인천보다 인구가 적은 ‘인구 제3의 도시’로 추락할 것 ▷지자체 10년 경제 성적표에서 부산이 ‘꼴찌’ 등 자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부산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문구도 눈에 띈다. 이에 앞서 권 의원측에선 허 시장 진영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허 시장 캠프의 노기태 선거대책위원장이 연제구 구의원 공천신청자들을 불러 “허 시장을 도우면 공천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이 때문에 허 시장측은 부산시당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태호 vs 송은복 상호비방 ‘치열’

경남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김태호 현지사와 경남도지사 한나라당 후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송은복 전김해시장간 상호 비장전이 치열하다. 송 전시장은 지난 14일 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지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김 지사의 ‘준혁신도시’ 공약이 문제다. 현재 정부 방침대로 하면 공공기관 개별이전(준혁신도시)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럼에도 김 지사가 정부와 물밑접촉을 통해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게 송 전시장이 지적한 김 지사의 ‘거짓말’의 골자다. 선거구가 작은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점입가경’ 그 자체다. 서울 강서 구의원 공천 과정에서 사조직이 사전 밀실 공천을 했다는 제보, 경남지역 한 광역의원 출마 후보가 해당 운영위원장으로부터 “2장만 가져오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제보, 대구·경북 지역 광역의원 출마자에게 당 관계자가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는 제보, 여성후보 전략공천 지역으로 최종 결정된 송파구청장을 두고 ‘낙하산 공천’이라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공천심사위원장의 ‘대리인’으로 행세해 물의를 빚은 건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 시의원인 모씨가 홍문종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장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일부 구의원 공천 희망자 2명으로부터 1천만원씩 수수했다는 것. 뒤늦게 돌려주기는 했으나, 이 사건은 현재 경찰까지 동원돼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홍 위원장이 후보자 공모 마감 전날 의정부 지역 광역 및 기초의원 유력 후보들과 저녁 자리를 같이 한 것을 놓고도 공방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 앞서 정당 사상 처음으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기는 혁신안을 도입했다. 때문에 심사위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도 빚었으며, 후보들의 금품·향응 제공도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중앙에서 심사가 진행되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당내 경선을 앞두고 상호 비방전이 이처럼 가열된 역대 선거전이 없었던 탓에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주장도 있다. 높은 당 지지도를 등에 업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승리주의가 낳은 폐단이라는 것. 이러한 분석엔 언론 플레이를 통해 ‘표심 왜곡’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후보들의 욕심도 더해진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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