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갈등 유시민·이종석 ‘목장의 결투’ 청와대 ‘한판승’
당청갈등 유시민·이종석 ‘목장의 결투’ 청와대 ‘한판승’
  • 홍준철 
  • 입력 2006-02-16 09:00
  • 승인 2006.02.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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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여당내부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이종석 전 NSC 사무처장과 유시민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10일 통일부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았다.유 장관은 입각설이 나돌기 시작할 무렵 야당보다는 집권 여당 의원들이 곤혹스럽다며 입각 반대 서명을 벌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종석 장관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당 의원의 NSC 비밀 회의록 공개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통상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딴죽 걸기’보다 적극 옹호하고 지지하는 게 관례이고 야당이 매섭게 공격해야 하는데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일단 외형적으로 청와대가 당과의 기싸움에서 이겼다는 평이다.

청와대는 유 의원의 입각 과정에서 발생된 당내 비토세력을 뒤로하고 유 의원을 전격적으로 내정했고 전략적 유연성 보고 누락 의혹도 ‘대통령이 보고 받았다’며 이 장관을 적극 옹호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여전히 당내 유 장관 비토세력은 존재하고 청와대에도 이 장관에 대한 견제세력은 건재하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 후반기에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에게 두 인사는 사회양극화 문제와 남북관계에 핵심 책임자로서 양날의 칼처럼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두 인사의 장관 임명직 과정에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두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다. 또 유 장관은 당내에서, 이 장관은 국정상황실 문건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청와대내 견제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유 의원을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다고 하자 열린우리당내 유시민 반대파들이 들고 일어났다.지난 1·2 개각에서 빠진 유 의원에 대해 ‘청와대는 금명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이 나오자 이종걸, 김영춘, 안영근, 정장선 의원 등 18명은 유시민 입각 반대 서명 운동을 벌여 30여명의 의원들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이틀 후인 1월 4일 전격적으로 유 의원을 보건복지부 내정자로 발표하자 이들 18명은 반대서명 대신 청와대에 유감을 표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25일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유 의원 입각관련 당내 반발에 대해 “어느 나라 대통령이, 총리가 각료를 임명하는데 당에 가서 표결 부치는 일이 있느냐”며 “열린우리당 과반수 목소리도 아니고 바로 임명하지 않은 게 실수라면 실수”라고 쓴소리를 했다.노사모의 대표인 친노인사 노혜경 대표도 유의원 입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을 따로 만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번 유시민 내정자 인사청문회 때에도 입각에 부정적인 여당 인사들이 가세했다. 김선미 의원은 “유내정자가 동료 정치인들에게 독선과 아집이 강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공격했고 유필우 의원은 “대통령이 장관직 수행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스로 사퇴를 할 생각은 없느냐”고 공격했다.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여당의원, NSC 보고누락 의혹 제기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야당의원들보다 여당 의원들 때문에 더 곤욕을 치렀다. 여당의 최재천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NSC 비밀문건(2005년 4월 5일자)을 공개한 것이다. 이 문건에는 이 장관이 NSC 사무처장으로 있을 당시 ‘전략적 유연성’을 담은 한미간 교환각서 초안을 미측에 전달한 것과 관련,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국정상황실(천호선 실장)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담고 있다.NSC는 “2003년 10월 FOTA 5차회의 계기, 북미국장이 미측에 교환각서 초안을 전달한 것은 VIP(대통령)는 물론 NSC에 보고 없이 추진됐다”며 “NSC는 한미간 외교각서 교환사실을 2004년 3월에 가서야 외교부 김숙 북미국장으로부터 보고 받고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NSC는 “외교부가…중략…한미간에 외교각서를 교환한 사실에 대해 NSC 및 VIP에 사전 사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외교부 책임론을 제기했다.하지만 최 의원은 외교안보 라인에 최고 실세인 이 차장이 외교각서 초안을 전달한 것을 모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나 NSC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정상황실에서는 4월8일 재차 ‘전략적 유연성 제1차 점검회의 NSC 인정 사실에 근거한 문제점 진단 및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NSC가 외교부의 보고 유무를 떠나 외교부가 외교각서를 준비할 것이라는 정황이 분명한데 외교각서의 준비 지휘감독, 문안 작성 협의, 대통령 보고 및 관련 상황 모니터링 등 필수조치조차 방기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안보 주권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NSC의 지극히 부실한 업무 형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는 VIP에 대한 심각한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또 이 문건에는 “NSC측 시각은 NSC측의 안일한 대미인식과 명백한 정황 증거에도 불구,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NSC의 외교안보 사령탑으로서의 신뢰를 현격히 저하시켰다”고 이 전차장을 겨냥해 공격했다.이후 정동영 당시 NSC 상임위의장이 ‘가벼운 실수는 있었지만 고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1, 2차 이종석 청문회를 통해 결론을 내려 전략적 유연성 초안 각서는 유야무야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정상황실 문건(4월18일자)에 따르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문제제기를 한 곳은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 두 군데였다. 두 부처는 외교안보라인에 NSC의 독주를 막기 위해 견제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정규 민정수석은 2005년 1월 청와대를 떠났고 박남춘 국정상황실장은 2005년 1월 인사관리비서관으로 자리이동, 천호선 실장은 2005년 8월 의전비서관으로 바뀌었다. 정가에선 노 대통령이 이종석-정동영 라인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었다. 이번 인사 청문회 때에도 NSC-국정상황실 문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는 보고누락관련 ‘대통령은 협상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 ‘최종 합의된 문안도 대통령이 직접 검토를 했다’고 조기진압에 나섰다. 이종석 감싸기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당-청(黨-靑) 갈등 불씨는 ‘여전’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 장관과 이종석 장관을 분명하게 보호하고 있다. 유 의원 입각에 반대한 의원들에게 ‘실수’라며 자책성 발언을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최재천 의원에겐 김만수 대변인을 통해 ‘패배주의적 문제제기는 실익이 없다’며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최재천 의원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경고에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추가로 국정상황실 문건이 공개되면서 그 배후가 최 의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에 잠복한 것이지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통외통위소속 여당의 한 의원은 “향후 참여정부 운영에 있어 유시민 장관과 이종석 장관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노인사인 유 장관은 노 대통령의 정치 경호실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 업무 수행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일제히 노 대통령 ‘책임론’을 걸고 나올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안희정, 이광재가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주요 타깃 대상인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는 것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관련해서도 그는 “정동영 전통일부장관이 NSC 실세인 이종석 차장이 있어 상임위의장을 겸임하면서 단순히 사회자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NSC상임위의장을 겸임한다면 실세로서 외교문서 추가 유출이 발생한다면 그는 통일부 장관직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달라진 위상을 상기시켰다.그는 “남북관계 개선 등 통일부 장관 일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겸임함으로써 불필요한 공세에 시달릴 수 있고 단명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청와대내 이종석 견제 세력도 여전히 존재하고 자주파냐 동맹파냐 온건 자주파냐 하는 논쟁도 종식된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 긴급 인터뷰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이종석 외교안보라인 좌지우지 못해”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안보라인에 있어 이종석 체제 독주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전 동북아시대위 위원장이기도 한 문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NSC상임위원장을 겸직한다고 해도 외교안보라인의 독주는 힘들다”며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도 보통사람이 아니고 대가 센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송 차관보는 지난달 말 대통령 통일외교 안보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또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독주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 장관이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안보라인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인터넷 매체에 노출된 비밀 문건과 관련 “당시에 난 동북아시대위 위원장으로 외부에 있어 잘 모르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천호선 당시 국정상황실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국정상황실 문건이 유출됐는지) 상상할 수 없다”고 문건 유출자 색출에 높은 관심을 표출했다.문 교수는 이번 NSC 비밀문건과 국정상황실 문건 유출을 통해 외교라인내 강온 자주파간의 세력 대결이라는 최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당시 북미국장이었던 위성락(현 주미공사)이 실무적인 라인에서 2003년 10월 초안을 미측에 전달하고 이에 대해 NSC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고 이는 국정원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와 관련, 문 교수는 “강온 자주파 논쟁이라기보다 실무자인 위 국장이 실수를 했음에도 주미공사로 영전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NSC내에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외교부 실무자가 메모 수준의 각서를 교환한 것에 대해 NSC에 전부 보고하지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큰 틀이 잡히면 보고하고 실제로 NSC가 실무적 차원에서 외교 교환각서에 개입할 수 있느냐”고 위 국장을 옹호했다.한편 문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11월 12일 로스앤젤레스(LA) 국제문제협의회(WAC) 연설문 작성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완전히 잘못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연설팀이 초안을 준비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동중인 비행기 안에서 폐기하고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읽듯이 구술해 작성했다. 이에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가에선 급조된 연설문이 누구 작품이냐는 궁금증이 증폭했었다.이에 대해 국회 통외통위 일각에선 연설문 작성 당사자가 문 교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하지만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연설문 작성에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동북아시대위는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곳이지 일정을 관리하는 부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LA 연설문 작성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잘못 와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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