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쪽집게 해설로 홈런 날렸어요”
“나 쪽집게 해설로 홈런 날렸어요”
  • 정소현 
  • 입력 2004-09-13 09:00
  • 승인 2004.09.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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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해설위원 하일성(55)이 스포츠 해설가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방송인’ 상을 수상했다. 그는 25년 동안 구수한 입담과 경기의 맥을 콕콕 짚는 ‘쪽집게’ 해설로 야구가 대중스포츠의 꽃으로 활짝 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2년 초 심근경색과 위종양 제거수술을 받는 등 건강상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열정 넘치는 입심을 과시하고 있는 하일성. 지난 3일, 여의도 KBS 홀에서 열린 ‘제 31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그를 만나봤다.

- 축하한다. 수상소감을 말해 달라. ▲ 뭐라 할 말이 있겠나. 마냥 기쁘다. 애나 어른이나 상은 좋은 것 아닌가. 괜히 웃음이 나오고 즐겁다(웃음).

- ‘올해의 방송인’에 스포츠 해설가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 나 역시 그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 스포츠 해설분야에서 처음 받는 상이라 자랑스럽게 생각된다. 무엇보다 내 직업에 충실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더욱 기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보라는 뜻 아니겠는가(웃음).

- 본인 야구 해설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남들은 옆집 아저씨처럼 편하고 부담 없는 해설이 매력이라고 하던데(웃음).난 항상 관중과 ‘대화 한다’는 생각으로 해설에 임한다. 오로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해설을 하게 되면 재미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팬과 이야기를 나눈다’라고 생각하면 해설도 편해지고, 듣는 관중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것 같다.

- 쪽집게 해설로도 유명하다. ▲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을 만나 직접 취재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 고민거리 등을 알아야 해설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자료만 갖고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요모조모 꿰고 있는 게 많다보니 그런 말을 듣는 것 같다.

- 25년 동안 야구해설을 해왔는데.▲ 벌써 25년이나 됐다. 김포 양곡종고에 교사로 재직하던 중, 1979년 선배 소개로 TBC(동양방송) 해설가로 데뷔하게 됐다. 84년부터는 아예 교편을 놓고 해설가란 직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놨다.삶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산 셈이다(웃음).

- 왜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나.▲ 사람을 사랑하는데 왜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그처럼 우문이 어디 있겠는가. 야구를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 역시 ‘그냥 좋은걸’이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병실에 있으면서도 그 좋아하는 술 못 먹는 것 보다 야구 해설 못하는 게 더 아쉬웠다면 말 다한 거 아닌가(웃음). 굳이 따져본다면 야구가 그냥 인생 자체다. 홈런을 친 뒤에도 반드시 1, 2, 3루를 밟고 홈까지 와야 하지 않는가. 그 다이아몬드 판이 곧 인생의 축소판이다.

- 오랜 시간 해설을 해오면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 말로 다 할 수 있나(웃음). 너무 많아서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다. 다만 평소에 술을 너무 좋아해 술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들은 조금 있다. 경기 전 날 과음한 탓에 음주 중계를 해본 적도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웃음).

-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젠지.▲ 내 해설 때문에 야구가 더 재밌어졌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있다. 공을 던지고 받고, 또 뛰고…. 야구란 게 아주 단순한 스포츠일수 있는데 내 해설을 들으면서 팬들이 경기를 더욱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 병치레가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건강은 좀 어떤가.▲ 2002년 초 심근경색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다. 이후로 술도 끊고 담배도 끊었다. 건강과 내 직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병실에 누워 경기를 바라보는 게 가장 마음 아팠다. 하루 빨리 일어나 해설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본래 성격은 어떤가.▲ 그걸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하나(웃음). 글쎄… 다른 사람들이 성격 좋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하던데…. 남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 아니겠나(웃음). 항상 웃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후배들에게 ‘형님’으로 통한다. 그 정도면 인생 헛살진 않은 것 같다.

- 후배 해설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해설’이라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싶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면 야구 해설이 너무나 쉽다. 서로 전문 용어나 표현법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일반 관중은 그것보다 흥미로운 경기를 즐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런 점에서 내 공로가 크지 않나 싶다(웃음).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상을 받는 순간, 이제 막 돌이 지난 손녀 딸 채연이가 생각났다. “채연아, 할아버지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 왔단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 뿌듯하더라. 이런 기분으로 더욱 열심히 살 계획이다. 숨 쉬는 날까진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하지 않겠나. 특히 이런 상까지 받았으니 어깨가 더욱 무겁다.

-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 1억 2천만원 정도 된다. 아마도 스포츠 해설자 중에선 내가 가장 많이 받을 것이다. 너무 솔직하게 얘기했나?(웃음).

달변가 하일성의 ‘앗, 나의 실수’
“한일고교야구때 일본을 우리팀으로 착각”


“비록 대학시절 선수로 뛴 경험도 있고, 어느 정도 말발에는 자신 있었지만 야구해설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달변가로 소문난 하일성도 생방송의 특성상 실수를 많이 했다. 1983년 열렸던 한·일고교야구대회에서 일본을 우리 팀으로 착각, 바꿔 중계했던 실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 당시 해가 정면에서 비추고 모니터도 안 보여 1회 때 잠깐 그랬는데, 방송사로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다행히 조계현 선수의 역전 2루타로 우리 팀이 승리를 거둬 실수가 무마되긴 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단다. 평소 애주가로 소문난 그에게 술로 인한 에피소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원래 사람하고 술을 좋아하는 성격이잖아. 그 놈의 술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지. 예전에 경기 중계가 앞당겨져서 술 취한 상태에서 그냥 방송을 한 적이 있거든. 5월 19일로 예정된 경기가 5월 18일로 하루 당겨진거야. 상상도 못한 채 전날 술을 엄청 마셨어. 당일날 경기 중계를 하는데 속이 오죽 불편해야 말이지. 태연하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이닝 끝나고 막간 광고 나갈 때 화장실로 뛰어가 토하고 다시 달려오고 했단 말이지. 아휴 죽겠더라구(웃음). 그렇지만 방송시간에 늦거나 해설을 펑크 내거나 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것 하나는 정말 지독한 것 같아.”

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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