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폭탄’ 대한민국 쪼갠다
‘세종시 폭탄’ 대한민국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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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1-19 09:37
  • 승인 2010.01.19 09:37
  • 호수 821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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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재구의 세상보기」란은 “세종시 망령 정계개편 노린다”는 제하의 글을 썼다. 그때 내가 크게 걱정했던 대목이 한나라당의 당론이 ‘친이계’ 다수에 의해 ‘세종시 수정안’으로 바뀔 때였다. 그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이 매우 어려워져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는 점을 염려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강경한 원안고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박근혜계를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표현도 했다. 드디어 지난주 월요일의 ‘세종시 폭탄’이 터지고 나니 그 위력은 정계 개편이 문제 아니라 대한민국을 쪼갤 지경이다.

한나라당의 친이계와 친박계가 사생결단의 사투를 벌인 것은 2007년 경선과정이었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 박근혜의 ‘참용기’가 경선후유증을 최소화 시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동안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비난전’이 일어나도 서로의 수장인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직접적 비난을 삼가 해온 것이 사실이다.

서로 ‘불가침’을 인정치 않았다간 한지붕 밑의 공존이 불가능 하다는 인식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이제 상호 성역이 무너졌다. 친이계는 일제히 박 전 대표를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알려진 친이 공격수들이 총 동원돼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맞선 친박 전사들도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해 박근혜 죽이기 배후론을 펴고 있다.

이는 재작년 총선 때 친박계가 공천 학살을 당하자 박 전 대표를 필두로 친박, 친이 사이의 성역 없는 비난전을 펼쳤던 것과 흡사한 모양이다. 4.29 총선 결과는 친이계의 참패였다. ‘여소야대’를 겁낸 친이계가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 전 대표 또한 ‘누가 살려놓은 당인데,’ 싶은 마음이 발목을 붙들었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우선 현시점이 2년 전 총선 때와는 달리 정권 중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전쟁에서 패하면 급속한 레임덕은 불 보듯 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이 전쟁에 지면 차기 대선 가도에 적신호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세종시 전쟁은 이미 양측이 한 치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전투가 됐다.

이 전쟁의 외형은 세종시 문제의 견해차로 나타나있으나 그 바닥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있다. 세종시 문제가 정치권력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양측 다 못 할 말이 없게 된 터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정권 초기부터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이 대통령을 괴롭혔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자질론 까지 거론한다. 박근혜 집권 시 ‘정치보복’도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현 세종시 상황을 시대착오적 정경유착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극한 전쟁은 극한 불신에 기초한 것인 만큼 이 전쟁의 패자는 치명적 상처를 입고 한나라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 분수령은 세종시 전쟁에 이은 6.2 지방선거 결과가 될 추산이다. 이렇듯 여권의 치열한 권력투쟁을 유발케 한 세종시 문제는 ‘원안’ ‘수정안’ 모두 안(案)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없지 않다.

그러면 ‘세종시 폭탄’이 대한민국 쪼갠 역사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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