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정치라고 할 수 없는 현실
정치를 정치라고 할 수 없는 현실
  •  기자
  • 입력 2008-09-26 10:01
  • 승인 2008.09.26 10:01
  • 호수 752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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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고 했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쪼들리다 보면 다른 것에 눈 돌릴 마음이 안 생긴다. 지금 여당 돌아가는 모습이 저러하고, 야당 하는 모양이 그러하고, 국민은 그저 한심스러워 할 뿐 어느 쪽 편들 마음 전혀 없을 것이다.
아예 여의도 쪽을 쳐다보기도 싫을지 모른다. 여 야가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 나라 법을 바꾸고 제도가 달라지는 것이 나라 장래에 어떤 희망을 주는 것인지, 또 얼마나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害)가 되는지도 거의 관심 안 두는 것 같다. 정치권이 이런 민심을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정략에만 매달릴 형편이 못된다.
가까스로 원탁에 앉아 합의했던 내용도 날 새기가 무섭게 태도를 바꾸는 작태를 정치로 볼 국민이 이제 더는 없을 듯하다. 정치권이 그처럼 국민을 안중에 없어 했던 만큼 국민도 정치권을 안중에 두지 않는 속내 일 것이다. 어제 야당 때의 주장이 오늘 여당 돼서 거꾸로 되고, 어제 여당 때 논리가 오늘 야당 되니 정 반대로 가는 가관의 정치를 우리 한국 말고 또 구경할 나라가 없다.
이런 게 미래 지향적인 첨단 정치를 실천 하는 것이라면 외양간 소가 웃을 노릇이다. 지도력 부재라는 내부 비난 속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여야 지도부의 초라한 모습이 차라리 측은타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국민이 우리 정치를 믿지 못하고 절망스러워 한지 오래됐다. 그래서 우리 정치권이 시급하게 해야 하는 일은 무엇보다 일관된 언행으로 신뢰를 찾는 길이었다.
그런데 정치 입지가 바뀌자마자 모든 주장이 거꾸로 되는 정치 마당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 마음을 점잖게 표현 할 말이 없다. 이렇듯 자괴감에 빠져든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살기 좋았던 그 옛날을 그리워하는 일 뿐이다. 이런 국민들을 놓고 덜 떨어진 보수니, 수구 꼴통이니 부르며 적개심을 일으키는 세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현실이다. 좌파정권 10년에 뿌리내린 좌파성향 시민단체가 수없이 많다.
‘좌파’ 표현에 조금도 발끈할 필요 없다. 국가 사회는 어차피 좌 우 양 축에 의해 굴러 가는 것이다. 이전 정권이 말끝마다 혐오해서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로 내세웠던 정치가 이른바 ‘카리스마 정치’였다. 그런데 지금 한 술 더 떠서 카리스마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봉하마을 대저택에서 내 뿜어지는 카리스마를 온 국민이 느끼고 있는 정도다. 보스정치 패거리 정치의 화신이 되살아난 것 같은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보스정치는 튀는 말과 행동으로 정치판을 시끄럽게 해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정치판의 시끄러운 모습에 가슴 졸이는 국민들을 생각해서 보스끼리 화해하고 합의하는 멋진 장면이 생물 정치를 실감케 한 적 많다. 그때는 나이 구분 없이 막말이 난무하는 막돼먹은 정치판에 혀를 찼던 기억이 거의 없다.
우리 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하는 정치, 국민을 갈라놓는 정치, 여 야 입지가 뒤바뀌면 정치논리도 생판 바뀌는 정치, 이런 것들을 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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