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봄바람
민심 봄바람
  •  기자
  • 입력 2008-05-21 11:25
  • 승인 2008.05.21 11:25
  • 호수 73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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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발족 당시 77%까지 올라있던 국민 지지율이 날마다 곤두박질 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임 한 달 후에 51%로 급락 했던 것이 4.9총선 때 45%로 내려갔고 4월말에는 다시 35%이하로 하락됐다. 5월 들어서는 일주일 사이에 20%대 후반으로까지 추락한 양상이다.

어째서냐고 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선 때 표를 몰아준 것은 좌로 넘어진 국가 상황이 위급하다는 판단으로 좌경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래서 절대 다수의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여 이합집산 적 높은 지지율을 만든 것이다.

그런 것이 국민이 원하는 벼락같은 좌파 척결을 미적거린 채 계속 분란거리를 생산해서 오늘의 지지도 하락 국면을 초래한 것이다.

부자 내각 구설에 이어 청와대 모 모 비서관등을 향한 여러 의혹제기가 뒤따랐고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이 심각하게 일어났다. 그 판에 미국 쇠고기 파동이 기름을 쏟아 부은 형국이 돼버렸다. 한창 신바람 나게 국민들 아파하고 가려워할 곳을 가려 해결하는 쾌도난마적 모습을 보여야 할 때 이 정권은 거꾸로 간 셈이다.

친이, 친박으로 분열한 한나라당이 집권당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것으로 여길 국민이 없다. 우리 국민들 뿐 아니다. 외국인들 눈에도 이 정권의 한계가 읽혀지는 모양이다. 일본의 모 유력지 기자는 10여일 전 송고한 기사에서 “CEO 대통령으로서 경제 재생의 기대를 업고 등장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벌써 낮은 지지율에 고민하고 있다. 매물(賣物)의 경제정책에서 차질이 생기고, 측근의 사임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문제로도 원성이 높다. 대북한 정책에서도 실속 없는 일만하고, 믿고 있는 여당의 속사정도 내분의 불씨가 있는지라, 부양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이 일본 기자의 눈에도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이 대통령의 경제 관련 접근 방식이 보잘 것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당연지사라는 논리다. 통계학자들은 대통령 지지율 30%를 국정운영의 마지노(Maginot)선으로 부른다. 지지율이 그 아래로 밑돌면 ‘레임덕’현상이 일어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나 일본의 후쿠다 총리가 지지율 20%대의 임기 말 레임덕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취임 1백일도 안된 이명박 대통령이 맞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 초유의 일이 빚어진 것이다. 이를 민심 변덕으로 볼 사람은 없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도 하락은 그만큼 반발세력이 증가했다는 증좌다. 갖가지 거듭된 정책 난조(亂調)에 한나라당의 혼란스러움이 정치 리더십 실종으로 비춰지고 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금 당장 절실하게 요구 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치력이다. 핵심 과제인 한나라당의 복당 문제에도 박근혜 전 대표와 서로 상대의 명분을 살려주는 것은 나의 명분을 잃는 것이란 제로-섬(Zero-Sum)게임을 버려야 한다.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둘이서만 110분씩이나 만난 결과가 허망하기 짝이 없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가 너무 전투적”이라는 불쾌감을, 박 전 대표 쪽에선 “이러러면 뭐 하러 만나자고 했느냐”는 불만만이 확인 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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